VC에 증권사서도 '신약개발 동력' 끊길까 우려
내년도 지급 하겠다는데…대출 지원 등 해결 방안 지적 이어져

제약바이오업계의 위기는 언제나 '불현듯' 찾아옵니다. 히트뉴스는 생각했습니다. 뜨거운 이슈를 한 번에 빠르게 취재해 독자 여러분께 전달할 수 있는 방법이 없을까라고. 히트뉴스 기업팀은 그 답으로 '어셈블'(Assemble)을 외쳤습니다. 구성원이 각각 자신의 분야를 동원해 이슈를 단기간에 깊이 취재해 한데 모으는 '(업팀)(시) 취재'의 첫 타깃은 헬스케어 벤처에게 최근 날벼락으로 떨어진 '팁스 지급 중단 사태' 입니다.

 히트뉴스 기동취재  신약 키울 '요람' 사라졌다, TIPS 지급 중단 사태

① 팁스(TIPS) 중단 사태... '시험비용+인건비+지적재산권'까지 위태로운 벤처기업들

② 6개월 끊긴 팁스 동아줄엔 '투심'도 매달려있다

최근 신약개발 및 AI 솔루션, 의료기기 등 헬스케어 벤처의 '숨통'이 됐던 팁스의 하반기 지원금 중단 사태로 회사들의 고민이 이만저만이 아닌 상황이다. 특히 이번 지원금 일시정지로 인해 업체들은 물론 투자업계 등에 이르기까지 혹여 신생 벤처의 개발 동력이 끊기지는 않을까 걱정이 이어진다. 정부 측은 내년에는 예산을 지급하겠다는 내용을 전했지만 업계에서는 이를 무작정 신뢰하기는 어렵다는 입장과 함께 일시적인 대출 지원 등으로 최소한의 산소호흡기는 달아줘야 한다는 말을 전한다.

 

투자업계서도 나오는 "투심 영향 있을 수도"

세워놓은 '이정표'(마일스톤) 도달 못할까 우려

취재를 진행하며 바이오텍들은 기업의 규모와 상관없이 한 가지를 지적했다. 혹여 이번 지원금 중단 사태가 헬스케어 벤처를 향한 투자 심리 저하로 이어지지 않을까 하는 문제였다. 이번에 지원금 중단에 따른 여파를 받지는 않은 스케일업 팁스 대상 기업인 A바이오텍 대표는 이렇게 말을 꺼냈다.

"투자 위축으로 자금줄이 막힌 상황에서 이런 결정은 실제로 신약 개발 비상장 벤처기업의 R&D에 상당한 영향을 끼칠것으로 보입니다. 안타까울 따름입니다."

A사 대표의 말은 실제 국내 바이오를 향한 투자심리가 상당스레 얼어붙었음을 전제로 놓고 이야기를 할 필요가 있다. 

실제 중소벤처기업부가 발표한 2023년 국내 벤처투자 동향 자료를 보면 지난해 국내 벤처투자 규모는 10조9000억원으로 2021~2022년을 제외하면 역대 최고 수준을 기록했다. 

그러나 같은 기간 바이오·의료 벤처기업 신규투자 규모는 1조7102억원으로 2022년 1조9494억원에 비해 12% 이상 줄어들었다. 특히 2019년 1조8742억원, 2020년 2조3201억원, 2021년 3조4167억원에 달했던 것을 생각해보면 절반 정도로 감소했다. 더욱이 벤처캐피탈(VC) 등의 투자수요가 의료기기와 IT 쪽으로 몰리면서 한동안 특수를 맞이했던 투자 붐은 어느새 옛말이 됐다는 이야기도 나온다.

이같은 추이는 단순히 VC뿐만 아닌 엔젤투자 등에도 이어지고 있어 초기 신약 벤처의 삶은 더욱 팍팍해졌다는 말이 업계 곳곳에서 흘러나온다. 그나마 믿었던 팁스 기금마저 사라지면서 선정 시점에 따라 7월부터 12월 지원을 받기로 한 회사들은 6개월간 투자를 기대하지 않고 자급자족해야 한다는 말이 나온다.

VC 측에서도 이번 팁스 지원 중단 사태를 두고 신약 개발 동력이 늦어질 것이라는 비관적 전망을 내놓고 있다. 바이오벤처 분야에서 투자를 진행했던 B VC 심사역은 이번 팁스 사태의 신약개발 추이가 어떻게 될 것이냐는 말에 이런 이야기를 남겼다. 

"아무래도 신약개발 기업을 포함한 모든 대상 기업들이 팁스 자금을 지원받지 못한다면, 인력 채용이 줄어들게 돼죠. 연구비 집행이 어려워지면 기존 대비 파이프라인의 마일스톤 진행이 조금씩은 느려질 것으로 생각합니다."

이 중 최근 주목받고 있는 GLP-1이나 ADC 계열 등은 말그대로 시간이 금인 상황에서 시험을 멈추지 않도록 동분서주하고 있기도 하다. B사 관계자는 말을 잇는다.

"팁스 자금을 통해 기업들이 파이프라인 개발에 도움을 받습니다. 투자사들이 기대하는 마일스톤 대비 부족한 결과가 있을 것으로 예상돼죠. 이 경우 향후 투자에도 영향을 받을 것으로 보입니다." 

팁스를 운용하는 곳 중 하나인 C사의 심사역 역시 같은 반응을 보인다. "신약 개발 기업들의 경우 팁스 R&D 지원금 유무를 떠나 대다수의 기업들의 경영 상황이 좋지 않아요. 물론 팁스 R&D 지원금의 규모가 크지 않기 때문에 기업들의 전체 운용 자금 중 비중이 적을 수도 있고 실제 기업에 미치는 타격이 덜 할 수도 있습니다. 다만 팁스 지원금이 끊기게 되면 앞으로 기업들의 상황이 더욱 더 어려워질 가능성이 있죠."

D 증권사 관계자 역시 이번 사태는 초기 신약벤처에게는 매우 큰 타격이 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었다. 특히 지난해부터 시작된 소위 R&D 예산 삭감 사태의 유탄을 맞은 것이 아니냐는 추정까지 나오는 상황이다. 

"정부에서 지난해 연구개발 예산을 줄인다고 이야기가 나왔잖아요. (연구자들 사이에서) R&D 예산 삭감 관련 반발이 심해서 어느 정도는 (예산이 다시) 복원됐지만 실제 팁스는 복원된 예산이 반영되는 것이 늦어져 빌어진 사태가 아닐까라는 생각이 들기도 합니다."

 

정부 "미지급분, 2025년 종료도 정상 지급하겠다"

업계 "차라리 대출이라도 받게 도와달라"

정부에서는 실제 이번 팁스 예산 문제는 2025년에 미지급분을 전부 지급하는 것으로 결정됐다고 밝힌 상황이다. <히트뉴스>는 실제 해당 기금을 집행하는 한국엔젤투자협회 측에 세 가지의 질문을 물었다. 

팁스 프로그램 3개 중 하반기 지원 예산을 받은 곳과 안받은 곳이 갈린다. 예산이 집행된 곳과 그렇지 않은 곳의 차이는 무엇인지?

팁스 지원을 받는 곳 입장에서는 내년 지원 여부가 불투명할 수 있다는 지적이 있다. 내년 중에는 지원 대상이 당초 예상했던 금액을 받을 수 있는지, 그렇다면 그렇게 된 근거 혹 예산안 편성이나 협회 내 계획 등이 있는지?

업계에서는 팁스 금액이 인건비 및 지식재산권 관련, 신약개발을 위한 시험 등 쓰이는 곳이 많다는 지적을 하고 있다. 특히 초기 투자가 없는 신생 벤처는 6개월을 버티기가 어렵다는 이야기도 나오는데 이와 관련한 대책이 있는지?

물었던 질문의 답변은 '중기부가 내놓은 자료'를 참고해달라는 말이었다. 답신을 받자마자 해당 보도자료를 확인했다. 18일 나온 중기부의 자요 내용은 아래와 같다.

팁스R&D 지원은 감액없이 연구비 100%를 지급하고 있습니다

2025년 종료과제도 정상 지급할 계획입니다*

중기부는 지난 1월 발표한 대로 팁스기업에 대해 연구비를 정상 지급하였음

1월 31일 '창업성장(팁스), 기술혁신 2개 사업은 기존에 확보된 예산을 활용하여 종료과제를 감액하지 않고 100% 지원”을 발표함(R&D 협약변경 후속 보완방안 관련 보도자료(1.31))

이에 따라, 금년 종료과제 486개에 대해 2024년도 사업비 전액을 2월까지 100% 지급 완료하였음

2025년 종료과제 599개에 대해서도 2025년도 예산에 반영하여 협약에 따라 정상 지급할 예정임

* 히트뉴스 보도자료 작성 방법대로 연도 및 기호 표기 외에는 원본 일부 그대로를 기재함

 

해당 내용을 업계에 보여주고 이에 따른 반응을 물었다. 일반 팁스 지원을 받는 E바이오텍 대표는 이렇게 살짝 숨을 고르고 이야기를 전했다.

"2월에 지원을 했다는 이야기는 현재 하반기에 지원을 받을 예정이었던 기업들은 6개월동안 지원을 못받는다는 뜻이네요. 이 업체들은 내년 지원금을 받을 때까지는 버티라는 이야기고요. 비용이 많이 들어가는 초기 신약개발에서 6개월동안 자금줄이 끊기면 작은 기업들은 살아남을 수가 없어요. 교수 창업의 경우 교수가 개인 빚 내가며 연구원들에게 돈줘야 하는 상황이고요."

물론 여기에는 연구분야 자금이 제 때 지원되지 않았던 그동안의 관행에 어느 정도 불안해하는 신약 벤처의 심리가 깔려 있는 것 역시 부인할 수 없다. E바이오텍 대표의 말이 이어진다.

"부서는 다르지만 이 쪽 분야에서는 지원금이 연초에 집행된다고 해도 몇 달씩 미뤄지는 사례가 있어왔습니다. 그것 때문에 교수가 빚내가며 제자들 돈 준다는 말이 나온 것도 있어요. 그런 심리도 있지만 이번의 경우에는 회사 차원의 문제잖아요." 

팁스 관련 F기관 관계자는 이에 더불어 향후 예산안과 집행방향이 구체적으로 언급되지 않았음을 지적한다. "(중기부에서 나온) 자료 내용을 보면 '집행하겠다'라는 말 말고는 알 수 있는 게 없잖아요. 내년에 예산안 책정과 그 방향도 잡히지 않은 상태에서 '지원금 줄테니 믿고 기다려달라'라는 말이 팁스(기금)를 받는 업체들에게 얼마나 믿음이 될 지는 모르겠니다." 

이같은 우려가 나오면서 기업들과 투자자들 사이에서는 금융 지원을 위한 임시 방편이 필요하다고 이야기를 남긴다. 앞서 나온 증권사 심사역과 바이오텍 대표들의 첫 번째 대안은 6개월의 보릿고개를 넘길 자금의 지원 여부다. 무이자 혹은 저금리의 대출을 받도록 정부가 손을 써줬으면 어떻겠냐는 것이다. 앞서 나온 한 증권사 관계자의 말이다.

"정부 부처에서 바이오텍이 은행으로부터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도록 하는 정책을 편다면 (일시적인 자금 문제를 해결하는) 가장 현실적인 대안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앞서 나온 팁스 지원금을 받는 바이오텍 대표 역시 같은 방안을 언급한다.

"만약 초저금리나 무이자 대출을 받을 수 있는 방법을 정부가 시행하는 거죠. 특히 초기 신약 벤처의 경우 이미 신약개발 과정에서 대출을 집행했거나 하는 경우도 제법 있습니다. 추가 대출을 받기 어려운 상황이라는 겁니다. 여기서 대출을 지원해서 일단은 팁스 지원금이 나오기 전까지의 시간을 무사히 넘길 수 있다면 업체들이 혹여나 개발을 접게 되는 불미스러운 사태는 막을 수 있습니다. 이런 세부적인 방안이 함께 검토되지 않으면 기업들 사이에서는 팁스는 물론 정부를 신뢰할 수 없게 될 수도 있어요. 대출이 가능해지면 늦춰지는 신약 개발 속도를 빠르게 할 수 있으니 투자자들도 어느 정도 괜찮을 것이라고 봐요."

"여기에 한 가지 더 이야기를 하면 바이오가 실패사례가 최근 늘어나면서 불황이라고는 하지만 VC나 여타 투자처 역시 이번 사태에 어느 정도 함께 했으면 하는 생각도 있습니다. 물론 알고 있습니다. VC도 투자를 통해 수익을 거둬야 하는 거니까요. 투심이 얼어붙으면서 VC나 엔젤펀딩마저 바이오에 크게 관심을 가지지 않으니까 벤처들이 더욱 힘들어하고 있어요. 지면이 허락된다면 바이오와 VC가 공존할 수 있도록 투자 쪽에서도 이번 사태에 관심을 가졌으면 좋겠다는 이야기를 꼭 전해주세요."

 

취재를 마치며

이런 생각을 했습니다

이틀에 걸쳐 <히트뉴스> 기업팀은 십여 개의 바이오텍 관련 기관, VC 등을 취재했습니다. 어찌보면 이번 사태를 두고 누군가는 '6개월만 버티면 되는 일 아니냐', '기업의 제품 개발과 재무적 상황의 균형은 기업의 책임인데 이를 두고 왜 이리 호들갑을 떠느냐' 라고 이야기할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 분들의 이야기에도 어느 정도 동감합니다. 집행이 어려운 여러 부처와 유관 기관의 이야기도 일견 납득이 갑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6개월의 시간은 그저 180일이라는 단순한 '숫자'의 의미와는 다릅니다. 하루하루 늦춰질 수 있는 신약개발 속도는 헬스케어 벤처가 축배를 들 가능성을 빼앗아가기 때문입니다. 누군가의 치열한 고민이 있는 터전을 떠나야 하는 일로도 이어지기 때문입니다. 제약바이오를 신산업으로, 미래 먹거리로 만들겠다는 정부의 큰 꿈이 무너지지 않길 바라기에 더욱 이번 사태를 빠르게 톺아보고 그들의 말을 최대한 있는대로 담았습니다.

그렇기에 이번 사태에서 '임시방편'이라 해도 해결을 위한 노력이 하루빨리 나오길 바랍니다. <히트뉴스>는 앞으로도 팁스 지원금 이후 관련 바이오텍의 심정을 꾸준히 따라가며 취재를 이어갈 예정입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