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2024 바이오 투자 시장 ⑤
'최악 침체' 속 100억 밑돌았던 전년 동월 대비 극적 변화
'시니어테크 붐' 타고 400억 모은 예비 유니콘 '케어링' 톱픽

2024년 2월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에 1500억원에 육박하는 자금이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최악의 조달난을 보이던 작년 같은 기간과 대비할 때 극적으로 반등한 모습이다.

규모와 흐름을 놓고 보면 코로나19 팬데믹 국면에서 찾아온 2022년 초 투자 호황기를 떠올리게 한다. 다만 헬스케어와 메디테크 영역은 양호한 조달 성과를 낸 반면, 올해 초 잠시 반등했던 신약 연구개발(R&D) 바이오텍은 다시 부진했다. 바이오ㆍ헬스케어 섹터별로 투자 시장의 온도차를 실감할 수 있었다.

3일 히트뉴스가 자체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국내 비상장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18곳은 지난달(주금 납입일 기준) 총 1458억원의 자금 조달을 마쳤다. 역대 최악의 성과를 보였던 작년 2월(1곳ㆍ90억원)과 비교하면 자금 조달 업체와 규모면에서 모두 큰 폭으로 증가했다.

지난달 자금 조달 성과를 세부적으로 살펴보면 후기 투자의 길목인 시리즈 B 라운드 바이오텍에 약 900억원의 자금이 집행됐다. 이어 시리즈 A(365억원), 프리 IPO(200억원), 시드 및 기타(28억원) 순이었다. 이 기간 자금 조달에 성공한 기업 가운데 40%가량인 7곳이 100억원 이상의 자금을 모았다. 작년 2월의 경우 100억원 이상의 조달 성과가 단 한 건도 집계되지 않은 것과는 대조를 이룬다.

2월은 직전연도 북클로징(Book closingㆍ회계연도 장부 결산)으로 앞선 12월과 1월에 자금 집행이 집중되는 기저효과, 기관투자자들이 기존 포트폴리오의 정기 주주총회 커버 등 관리에 집중하는 영향을 동시에 받는 시기다. 이들은 모두 투자심리를 누를 수 있는 요인인데, 올해 2월에는 이를 이겨내고 1500억원에 가까운 자금이 유입된 것이다.

더불어 작년 11월부터 4달 연속 월별 조달액 규모가 1000억원을 넘어섰다. 작년 10월 약 200억원의 자금이 멀티클로징(Multi closingㆍ추가 증액)에 따라 집계상 11월로 이연된 점을 고려하면 매월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이 반년 간(작년 9월부터 올해 2월까지) 바이오텍 섹터로 유입됐다. 이제는 침체기를 넘어서 완연한 회복세에 진입했단 뜻으로 해석될 수 있다.

지난달 톱픽(Top-pickㆍ최선호주)은 시리즈 B에서 400억원을 조달한 '케어링'이다. 2022년 9월 시리즈 A에서 300억원의 자금을 모은 지 14개월 만에 추가 자금 조달이 이뤄졌다. 케어링은 앞서 시리즈 A에서 기업가치 1000억원을 넘어서며 '예비 유니콘'으로 올라섰다.

이번 시리즈 B 라운드에서 케어링의 당초 자금 조달 목표액은 300억원이었는데, 투자자들의 뜨거운 관심 속에서 오버부킹(Overbookingㆍ초과 청약)을 해냈다. 시니어 인구를 대상으로 하는 방문 요양 등 서비스에 정보기술(IT) 솔루션을 더한 게 투자 포인트다. 현재는 재가방문요양센터와 요양보호사들에 디지털 전환 서비스를 제공하는 단계다. 추후 통합재가(커뮤니티 케어)를 포함한 토털 시니어 케어 플랫폼으로 성장하기 위한 로드맵을 세웠다.

단백질의 기능과 구조를 분석하는 프로테오믹스(Proteomicsㆍ단백질체학) 강자인 '베르티스'는 길었던 프리 IPO(Pre-IPOㆍ상장 전 지분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 내부에선 지난해 바이오ㆍ헬스케어 투자 부분 최악의 펀딩난을 딛고 5개월 만에 클로징을 성사한 점에 무게를 두는 분위기인 것으로 전해졌다. 이번 자금은 코로나19 과정에서 순연했던 기업공개(IPO) 일정을 재가동하기 위한 마중물로 평가된다. 회사 측은 "작년 10월에 150억원을 목표로 프리 IPO 라운드에 착수했으며, 올해 2월말 목표 투자금을 초과한 200억원을 유치해 투자 라운드를 마무리했다"고 밝혔다.

한편 지난달 두드러진 자금 조달 성과는 모두 '헬스케어'와 '메디테크'가 차지한 것으로 나타났다. 해당 기간 신약 개발 바이오텍 가운데 시프트바이오(기타, 18억원) 정도만이 의미 있는 자금 조달 성과를 낸 것으로 보인다.

업계 관계자는 "지난 1월 다안바이오테라퓨틱스와 아리바이오 등이 양호한 조달 성과를 내며 신약 개발 벤처가 잠시 섹터 우위에 섰지만, 최근 신약 R&D 바이오텍의 연이은 IPO 철회 등이 이어지며 직접적으로 투심에 부정적인 영향을 미친 것으로 보인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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