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DO 리브랜딩으로 생물보안법 수혜 보려는 삼성바이오로직스
풀밸류체인과 싱글유즈 공법 강조해 우시 대체하려는 프레스티지

BIO USA 2024 후일담 | K-바이오, 전략으로 돌아보다 

바이오 인터내셔널 2024(BIO INTERNATIONAL, BIO USA)가 막을 내리고, 불 꺼진 무대 앞에서 그간의 기록을 되짚어 봅니다. 샌디에이고 현지에서 만난 한국의 제약바이오 기업/기관들은 분명한 전략과 고민을 가지고 이번 컨벤션에 참가했습니다. 'XX사가 BIO USA에 참가했다, 참관객들이 많은 관심을 보였다'는 전형적인 포맷의 기사로는 조명할 수 없는 것들입니다.

그래서 <히트뉴스>는 현장에서 각 기업의 관계자들을 따로 만나 '기업 해외전략'에 집중해 취재했습니다. 눈에 띄는 전략은 널리 알리고, 보완이 필요한 전략은 함께 고민해 보려 합니다. 4일간의 여정에 함께했던 K-바이오 동료 여러분, 고생 많으셨습니다. 

① 셀트리온ㆍ한미정밀화학
②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ㆍ브이에스팜텍
③ 전남바이오진흥원ㆍ한국바이오의약품협회
④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ㆍ삼성바이오로직스

CDO 강조 시작한 삼성바이오로직스…그 전략은 이십년지대계?

BIO USA 2024 현장에 설치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스 / 사진=박성수 기자
BIO USA 2024 현장에 설치된 삼성바이오로직스의 부스 / 사진=박성수 기자

올해 하반기에 미국 상ㆍ하원에서 발의된 생물보안법(BIOSECURE Act)은 위탁개발생산(CDMO) 업계에 가장 강한 영향력을 행사하고 있습니다. 법안에서 제재 대상으로 지목한 우시앱텍(Wixu Apptec)과 우시바이오로직스(Wuxi Biologics)에 타격이 예상되기 때문인데요. 우시바이오로직스를 포함한 타 중국 CDMO에도 비슷한 제재가 가해지리라는 두려움이 시장 전체를 뒤흔들고 있습니다.

BIO USA를 주관한 BIO(Biotechnology Innovation Organization)의 설문 결과에 따르면, 설문 대상이었던 124개 바이오텍의 79%가 중국의 CDMO와 최소 1회 이상의 CDMO 계약을 맺은 적이 있습니다. 향후 중국 CDMO와 계약하는 것이 금지된다면, 이미 진행 중이었던 생산 프로젝트에 차질이 생길 수밖에 없겠죠. 그래서 중국 CDMO를 활용 중이었거나 활용 예정이었던 업체들은 빠르게 대안을 찾아나설 수밖에 없습니다.

이를 달리 해석하자면, 미국 바이오텍이 중국 CDMO에 기대왔던 만큼 시장에 새로운 기회가 열렸습니다. 중국 CDMO가 맡아온 수주 물량을 누가 먼저 '줍줍'하느냐가 초미의 관심사가 됐죠. 어쩌면 이번 BIO USA의 CDMO 체스판은 생물보안법이 주도했다 해도 과언이 아닙니다.

그래서 몇몇 CDMO들은 생물보안법을 디딤돌 삼겠다며 공개적으로 나섰고, BIO USA 기간 동안 이를 홍보의 방점으로 삼았습니다. 대표적인 기업이 바로 삼성바이오로직스죠. 홍보성 발언에서 그치지 않고, '개발'을 강조하는 CDO 브랜드를 다시금 내세우기 시작했습니다.

삼성바이오로직스가 CDO를 내세우기 시작한 배경은 크게 2가지로 읽힙니다. ①CDO 프로젝트에서 강점을 보였던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입지를 대체하겠다는 의지의 표명이며 ②향후 20년을 내다보는 장기 매출을 확보하겠다는 의도 또한 깔려 있습니다.

사실 CDO 프로젝트 하나만으로는 매출 상승은 크게 기대하기 어렵습니다. '생산'이 주 목적인 CMO 프로젝트와는 달리, CDO 프로젝트는 '개발'에 주안점을 두기 때문입니다. 지속적으로 많은 물량을 만들어 주는 게 아니라, 특정한 공법이나 생산법을 연구해서 최적화시키는 게 주 목적이라는 이야기입니다. 그래서 CMO 프로젝트에 비해 부가가치를 더 매겨서 마진율을 끌어올릴 수는 있지만, 절대적인 수주 건수나 계약 규모가 커지지는 못합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DO를 해야 하는 강력한 이유가 있습니다. 이번 BIO USA 시리즈 2편에서 차바이오텍과 마티카바이오테크놀로지의 전략을 분석하며 했던 이야기와 같은 맥락인데요. CDO 프로젝트로 고객사의 생산 기법을 최적화해주거나 신규 개발해 주면, 해당 고객사는 비임상-임상-제품화까지 같은 CDMO를 활용하게 될 가능성이 대폭 올라갑니다. 이미 생산 기법을 잘 아는 기존 CDMO를 두고 다른 곳으로 옮길 이유가 크게 없기 때문입니다. 이 경우 삼성바이오로직스는 고객사 제품 출시 전 비임상ㆍ임상개발 단계에서 최대 10년간 안정적인 CMO 수익을 내고, 또 제품 출시 후 제품을 생산하면서 최대 10년간 대규모 수익을 낼 수 있습니다.

이와 같은 전략은 이미 우시바이오로직스가 입안한 바 있습니다. CDO를 중심으로 시작해 CMO를 점점 더 강화하는 방향이었죠. 삼성바이오로직스도 생물보안법이 물살을 타는 것을 보고 적시에 유사한 전략을 펴는 것이라는 해석이 가능합니다.

 

우시를 대체할 플레이어는 어쩌면 프레스티지일지도 모른다

BIO USA 2024 현장에 설치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의 부스
BIO USA 2024 현장에 설치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그룹의 부스

BIO USA 현장에서 가장 눈에 띄었던 업체를 꼽는다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를 빼놓을 수 없습니다. 말 그대로 눈에 띄었습니다. 이들이 유니폼으로 착용하고 있던 비취색 정장 때문인데요. '이 정도면 무슨 업체인지 몰라도 한 번은 쳐다볼 법 하겠다'는 생각이 들 정도였죠.

글로벌 CDMO 업계에서 샛별 포지션인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라지만, 이들이 BIO USA에서 상당한 관심을 받은 이유는 유니폼 때문만이 아닙니다. 이들은 '풀 밸류 체인(Full Value Chain) CDMO'라는 독특한 전략을 내세우고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속한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그룹은 신약 연구, 개발, 생산의 전주기를 모두 진행하고 있습니다. 혁신신약연구원(IDC)은 연구,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는 개발,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생산을 하는 구조인데요. 직접 신약을 발굴해서 허가까지 끌고 가는 과정을 잘 알고 있으니, CDMO 프로젝트에도 그 노하우를 녹여낼 수 있다는 게 그룹의 주장입니다.

이 전략은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했을 때 흥미로운 시사점이 있습니다. 사실 '풀 밸류 체인 CDMO'라는 주장은 삼성바이오로직스도 펼칠 수 있는 것입니다. 자회사가 바이오시밀러 개발 기업인 삼성바이오에피스니까요. 심지어 삼성바이오에피스는 이미 제품을 허가받아 판매까지 하는 중이니, 경험치로만 따지면 프레스티지 그룹에 비해 앞서 있습니다.

하지만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이런 부분을 강조할 생각이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이유야 정확히 알려져 있진 않지만 고객사 '눈치'가 보이기 때문이라는 의견들이 있습니다. 고객사 입장에선 제품 생산을 CDMO에 맡겼을 때 기술 유출이 될까 걱정하기 마련입니다. 그 CDMO의 관계사에 신약을 개발하는 회사가 붙어 있다면 그 걱정은 더 커질 수도 있습니다. 물론 비밀유지계약(CDA)을 항상 체결해서 법적으로 리스크를 줄이지만, 사람 마음이란 건 계약서로 다 밀봉되진 않습니다.

반면 프레스티지바이오파마 그룹은 그런 부분을 정면돌파하려는 것으로 보입니다. 처음부터 풀 밸류 체인이란 걸 강조해 놓고, 고객사의 걱정은 차차 해결하면 된다고 여기는 것일지도 모릅니다. 그룹이 자평하길 이번 BIO USA에서 위탁생산 문의가 급증했다 하니, 이 전략은 꽤나 효과가 있었던 듯싶습니다.

다만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관심을 받은 더 큰 이유는 따로 있습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상술한 생물보안법에 의해 간접적인 수혜를 받기 좋은 위치에 있습니다. 이들의 생산공정은 우시바이오로직스와 거의 동일하기 때문입니다.

우시바이오로직스의 총 생산 가능 용량인 30만리터 중 16만리터는 싱글 유즈(Single use)'입니다. 2000리터 크기의 배양기를 병렬로 5개까지 연결해, 1만리터까지 한 번에 생산하는 기법이죠. 여기서 배양기에 비닐로 된 대형 봉투(비닐백)를 넣어 의약품을 생산하고, 생산이 끝나면 비닐백을 버립니다. 이런 방식의 장점은 ①병렬 연결이기 때문에 오염이 일어났을 때 오염된 배양기만 차단해 나머지 생산을 이어나갈 수 있고 ②일회용 비닐백을 사용하기 때문에 전혀 다른 제품을 바로 바꿔서 생산하는 데 시간이 덜 걸리며 ③비교적 최신 공법이기 때문에 기존 스테인리스 배양기에 비해 수율이 높다는 것입니다.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도 이와 매우 유사한 생산 기법을 씁니다. 2000리터 배양기를 최대 4개까지 연결해 8000리터까지 병렬 연결하는 방식이며, 비닐백을 사용하는 싱글 유즈 공법을 채택했죠. 그래서 우시바이오로직스의 CMO 서비스를 활용하던 기업들은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로 자연스레 눈길이 갈 수밖에 없습니다. 생물보안법으로 인해 생산처를 변경해야 한다면, 공정 기법이 최대한 비슷한 곳을 골라야 리스크가 최소화되기 때문입니다.

이런 생산 기법 덕에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가 가져갈 수 있는 전략이 하나 더 있습니다. 여기서도 삼성바이오로직스와 비교되는 부분이 있는데요. 삼성바이오로직스는 싱글 유즈가 아닌 1만5000리터 스테인리스 배양기를 쓰기 때문에, 대량 수주를 받아 한 번에 많은 양을 생산할 수는 있지만 다양한 제품들을 조금씩 생산해주기는 힘듭니다. 심지어 그게 회사의 전략도 아닙니다.

반면 프레스티지바이오로직스는 싱글 유즈 기법을 사용하기 때문에 다품종 소량 생산이 가능합니다. 업계의 공룡인 삼성바이오로직스와 항체신약 CMO 프로젝트를 두고 직접적인 경쟁을 할 필요가 없다는 것이죠. 비교적 작은 규모의 바이오텍 여러 곳을 고객사로 받아, CMO 계약을 여러 개 체결한 뒤, 그들이 비임상ㆍ임상을 거치는 동안 공장을 증설해 대규모 계약에 대비할 수 있습니다. 또 이미 준공한 공장들의 총 생산량이 15만4000리터이므로, 당분간 캐파(Capacity) 문제도 피할 수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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