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외부 신약개발 부정론 뚫고 P-CAB 후보물질 라이선스 계약
임상부담 덜고 연구 사기 얻은 유노비아, 최상위권 도약 위한 카드 확보 대원

(왼쪽부터)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백승호 회장, 백인환 사장, 이재준 유노비아 사장,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 / 사진=일동제약
(왼쪽부터) 백승열 대원제약 부회장, 백승호 회장, 백인환 사장, 이재준 유노비아 사장, 윤웅섭 일동제약 부회장 / 사진=일동제약

신약개발이라는 미션에 성공하고도 최근 경영실적과 불안한 입지의 유노비아 이슈로 곤혹을 겪었던 일동제약이 6개월만의 첫 라이선스 계약으로 활짝 펴지는 분위기다. 후보물질의 라이선스로 실탄은 물론 신약개발의 필요성이라는 당위성까지 함께 살렸다는 평가다. 동시에 지속적인 매출 성장으로 최상위권 제약사로의 도약을 노리는 대원제약의 행보 역시 윈윈을 만들어 낼 수 있을지 주목된다.

유노비아는 지난 29일 대원제약과 칼륨경쟁적위산분비억제제(P-CAB) 신약 공동 개발 및 라이선스 관련 계약을 체결했다. 계약에 따라 유노비아는 현재 1상이 진행된 P-CAB 신약 후보물질 'ID120040002'의 임상 개발을 수행하는 한편 허가 추진 및 제조와 판매 등을 포함한 국내 사업권을 보유할 예정이다.

이번 계약에서 주목해야할 점은, 첫째 후보물질을 넘기는 것이 아니라 임상 이후 상업화가 진행돼 허가를 받아도 유노비아가 동일 성분의 의약품을 출시할 수 있게 된다는 데 있다. 해외 판권과 국내 판권이 다른 경우는 유한양행의 항암제 ‘렉라자’(성분명 레이저티닙)처럼 국내 판권을 라이선스 아웃한 곳이 가져가는 방식의 사례가 있었다.

하지만 국내 기업이 공동개발이 아닌 임상을 맡기면서 동일 제제의 이중 상표 제품을 공동판매하는 권한까지 갖는 경우는 드물다. 유노비아의 신약 물질이 상업화되면 이를 판매할 것으로 예상되는 일동제약에게 나쁘지 않은 선택이다.

두 번째는 유노비아 입장에서는 회사의 안위를 걱정해야 할 위기상황을 6개월 만에 뒤집고 첫 라이선스 사례를 보여줬다는 데서 의의를 찾을 수 있다. 실제 유노비아는 작년 신약개발 기업이라는 콘셉트로 야심차게 출발했지만 연구 및 연구인재들을 위한 고정비 등으로 인해 희망퇴직을 단행했다. 유노비아의 두 수장이 희망퇴직 전 사퇴라는 결단까지 내리며 회사의 존망이 달린 순간까지 다가오고 있었다.

일동제약 연구소
일동제약 연구소

일동제약 내부에서는 5월 이후에도 유노비아를 포기하지 않겠다는 입장이었지만 마땅한 재무적 투자자를 찾지 못한 상태에서 적자 상태로 유노비아가 일동제약의 꼬리를 흔들 수 있다는 우려도 나왔었다.

하지만 6개월만에 'ID120040002' 라이선스 계약에 성공하면서 우려를 불식시키는것은 물론 구성원들의 개발 열기를 이어나갈 계기를 마련했다는데 업계는 의의를 둔다. 계약금에 따른 회사 영위는 덤이다.

세 번째는 실제 기업 내외부에서 신약개발의 당위성에 대해 긍정적 반응을 얻어낼 수 있다는 것이다. 29일 배포된 보도자료를 보면 유노비아는  '해당 물질의 1상 결과에서는 24시간 동안 위 내 산도(pH)를 4 이상 유지하는 비율이 약 90%, pH 6 이상을 유지하는 비율은 약 60%로 나타나 동일 계열의 경쟁 물질보다 더 우월한 약효 지속성을 보였다'고 밝혔다.

내부에서는 성공 가능성을 높게 봤지만 경제적인 문제와 부정적 시선으로 일동제약이 매출 10%를 투자할 가치가 있는지에 지적까지 나왔다. 기대했던 코로나 치료제 ‘조코비’의 조건부 승인이 실패하면서 신약개발 부정론이 더해졌다.

그러나 이번 라이선스 계약으로 유노비아가 가진 신약개발이라는 목적성을 어느 정도는 이루지 않았냐는 분석이다.

특히 최근 일동제약그룹 내 신약개발회사인 아이디언스까지 동아에스티의 250억원 투자를 받아내면서 막혀있던 회사의 연구 역량에도 어느 정도 물꼬가 트인 것으로 판단된다.

한 업계 관계자는 "일동제약은 과거 간염 치료제인 '베시보'를 개발했던 전례가 있듯이 신약을 개발하지 못하는 회사는 아니다. 최근 결과가 좋지 못했던 사례들을 (일동제약과 유노비아가) 어느 정도 만회하는 분위기로 만들 수 있다고 본다"고 말했다.

일동제약 관계자는 "유노비아가 불과 설립 6개월 만에 이 정도 성과를 이뤘다는 점을 알아주길 바란다. 이제 기술 개발과 향후 미래 가치를 위한 연구 가능성의 물꼬를 튼 것"이라고 했다. 

대원, 돈 많이 드는 2ㆍ3상 물질 산 이유는?

파이프라인 확충+’혜자’ 제품 가능성 열었다

이번 라이선스 계약 파트너인 대원제약도 윈윈의 선택을 했다. 최상위권 제약사로 발돋움하기 위한 또 하나의 파이프라인을 모았기 때문이다. 대원제약의 경우 상대적으로 호흡기에 강점을 보이고 있지만 만성으로 진행되는 고혈압, 동맥경화 등의 대사성 질환에 맞는 위장약 라인업이 필요하다. 소화성 궤양용제 오티렌을 시작으로 에스오메프라졸 계열의 소화기질환용제까지 갖추고 있지만 향후 P-CAB의 필요성은 여느 회사와 마찬가지로 크다.

더욱이 시장에 선진입한 HK이노엔의 케이캡과 대웅제약의 펙수클루 등이 상위 제약사를 각각 파트너로 맞아 판매를 진행하고 있고, 올해 하반기 제일약품 자회사 온코닉의 자큐보까지 경쟁에 가세하면, 커지는 P-CAB 시장에 진입할 무기가 필요한 것이 사실이다. 대원제약은 코프로모션 파트너가 되기보다 다소 늦더라도 자사 신약을 가질 수 있다. 

상대적으로 낮은 금액에 제품 개발과 판매권한을 들고 올 수 있다는 것 역시 대원제약이 얻은 하나의 이점으로 꼽힌다. 구체적으로 공개되지는 않았지만 양사 내부를 취재한 결과 실제 계약 금액 자체가 압도적으로 높지는 않은 것으로 파악된다. 개발비가 많이 투입되는 2상과 3상을 직접 진행하는 대신 효과가 입증된 안정적인 물질을 좀 더 낮은 가격에 계약할 수 있게 됐다는 뜻으로 해석된다.

유노비아(일동제약)가 한국과 미국, 일본, 호주 등에서 특허 문제를 해결했고 국내 임상 2상 시험 계획까지 승인받은 이상 유노비아의 데이터를 토대로 임상 디자인 과정에 필요한 시간과 비용까지 대원제약은 아낄 수 있다. 또한 P-CAB 프로젝트 성공시 현 백인환 사장의 입지가 더 강화될 가능성이 높다는 분석도 있다.

한 쪽은 구사일생을 넘어 연구에 필요한 새로운 동력을, 한 쪽은 성장을 넘어 최상위권 제약사로 도약하기 위한 하나의 카드를 얻었다는 평가가 끝까지 이어질 수 있을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AD 실시간 제약시장 트렌드, 데이터로 확인하세요. 제약산업을 읽는 데이터 플랫폼 BRP Insight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