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핫플레이스를 간다 ⑤ 포항 바이오 클러스터
우수 인력과 다양한 R&D 시설 보유… 지자체, 바이오 산업 적극 육성

포항 바이오 클러스터 / 사진=포항공대(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포항 바이오 클러스터 / 사진=포항공대(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끝까지HIT 9호] 경북 포항에는 차별화된 기술력을 보유한 바이오텍, 포항공대(이하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BOIC), 포항가속기연구소, 세포막단백질연구소,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등 연구개발(R&D) 시설 및 바이오 스타트업 육성을 위한 시설들이 모여 있다. 특히 포항은 '방사광 가속기'와 '극저온전자현미경(Cryo-EM)'을 모두 보유한 국내 유일의 지역이다. 방사광 가속기, 극저온전자현미경이 '구조 기반 신약 개발(Structure-Based Drug DesignㆍSBDD)'에 있어 필수적인 장비인 만큼, 포항은 '구조 기반 신약' 개발에 최적화된 지역이라는 게 업계 관계자들의 설명이다.

세포막단백질연구소 내 극저온전자현미경

주요 바이오 기업을 살펴보면(가나다순) △네오이뮨텍 △노바셀테크놀로지 △노브메타파마 △바이오엔 △셀렉신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 △씨바이오멕스 △옴니아메드 △이뮤노바이옴 △카멜바이오사이언스 △헤세드바이오 등이 있다.

포항 소재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포항의 경우 우수 인력 및 R&D 시설들을 보유했기 때문에 초기 바이오텍들의 성장에 도움이 된다고 입을 모은다. 김성영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 대표는 "포항 소재 창업 초기 바이오 기업들은 포항공대기술지주(액셀러레이터) 투자 및 포스코 벤처 인큐베이팅을 받을 수 있다"며 "포스텍, 포스코, 포항산업과학연구원(RIST)의 장비 및 인력, 인프라를 활용할 수 있다는 게 장점이다. 또 지방자치단체 및 포스텍 R&D 과제 수주의 가능성이 높기 때문에 R&D 자금 확보에도 유리하다"고 말했다.

김재윤 바이오엔 대표는 "포항 바이오 클러스터는 포스텍을 중심으로 한 우수 연구 인력 및 인프라가 가장 큰 장점이다. 현재 클러스터에 입주해 있는 많은 기업들이 포스텍의 기술, 인력을 기반으로 창업했다"며 "포스텍과의 공동 연구뿐만 아니라 장비, 연구 성과 및 인력의 활용도가 높아 초기 창업 기업들의 성장 가능성을 키울 수 있다"고 설명했다.

김 대표는 이어 "포항은 다른 지역에 비해 창업기업이 입주할 수 있는 공간 여건이 좋은 편이다. 특히 바이오텍의 경우 '합성연구소(Wet Lab)'를 보유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포항에 위치한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세포막단백질연구소, 그린백신실증지원센터 등에 기본적인 공용 장비들이 마련돼 있다. 또 다른 지역에 비해 저렴한 가격으로 입주가 가능한 것도 장점"이라고 덧붙였다.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경쟁력 갖춘 바이오텍 입주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매달 '혁신신약살롱 포항' 개최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전경 / 사진=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전경 / 사진=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포항 소재 바이오텍의 뿌리로 평가받고 있다. 2000년 설립된 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는 면역학, 분자의과학, 신경과학, 식물생명과학 등 분야를 연구하고 있으며, 마이크로바이옴 핵심 연구 지원 센터의 기능도 수행하고 있다. 센터에는 △압타머사이언스 △노바셀테크놀로지 △팬바이오넷 △에스엘바이젠 △시스바이오젠 △바이오엔 등의 기업이 입주해 있다.

입주기업 중 압타머사이언스는 코스닥 상장사로, 글로벌 수준의 압타머 기술 플랫폼을 기반으로 다양한 표적 바이오마커에 대한 혁신신약(First-in-class) 개발에 도전하고 있다. 회사는 압타머 복합체 기술을 바탕으로 표적항암제, 면역항암제 등 암질환에 대한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 구축에 나서고 있다.

포스텍은 생명공학연구센터뿐만 아니라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는 △구조 기반 신약 개발 연구팀 △바이오 분자집게 기술 KIURI 연구단 △마이크로바이옴 연구팀 △바이오프린팅 인공장기 응용기술센터 등을 보유하고 있다.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전경 / 사진=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 전경 / 사진=포스텍 생명공학연구센터

해당 센터에는 △이뮤노바이옴 △화이바이오메드 △네오이뮨텍 △에이엔폴리 △옴니아메드 △노바셀테크놀로지 △시스젠랩 △셀렉신 등 8개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또 센터는 매달 '혁신신약살롱 포항' 개최를 통해 산ㆍ학ㆍ연ㆍ병 관계자들과 교류에 나서고 있다.

입주 기업 중 코스닥 상장사인 네오이뮨텍은 T세포 기반 면역치료제 개발기업으로, 'NT-I7(물질명 efineptakin alfa)'을 개발 중이다. 다양한 암종에서 임상시험이 진행되고 있는 NT-I7은 체내 T세포를 증폭시키는 'T세포 증폭제'라는 게 네오이뮨텍 측 설명이다. 회사는 지난 1월 NT-I7이 미국 식품의약국(FDA)으로부터 췌장암 대상 희귀의약품 지정(ODD)을 받았다고 밝혔다.

네오이뮨텍은 T세포 기반 면역치료제 개발에 나서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한편 포스텍은 지난해 11월 '바이오미래기술 혁신연구센터(B-IRC)'를 개소했다. B-IRC는 세포유전자치료제(CGT) 혁신 기술 개발을 선도하는 초격차 연구센터 구축을 목표로 하고 있다. 이를 위해 세계적 수준의 연구 인프라를 활용하는 개방형 연구 역량을 보유하고 있으며, 바이오ㆍ공학ㆍ의과학 융복합 기반의 산ㆍ학ㆍ연 협력의 전주기적 플랫폼 조성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바이오텍 육성'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20곳 이상의 바이오·헬스케어 기업 입주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 전경 / 사진=남대열 기자

포스텍에는 벤처기업 육성을 위해 만들어진 스타트업 인큐베이팅 센터인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이 있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우수 기업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현재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에는 24곳의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이곳에는 스타트업 투자 및 육성에 나서는 액셀러레이터(AC)인 포항공대기술지주(이하 포스텍홀딩스)도 입주해 있다. 2012년 설립된 포스텍홀딩스는 △우수한 투자 역량 △스타트업의 밸류업 육성 노하우 △서울 및 포항에 위치한 창업보육센터(체인지업 그라운드) 등을 보유하고 있다. 약 721억원 규모의 운용자산(AUM)을 보유하고 있으며, 146개의 기업에 투자해 왔다(2024년 2월 기준).

홍대웅 포스텍홀딩스 수석팀장(바이오 투자심사역)은 "포스텍홀딩스는 그동안 △이뮤노바이옴 △바이오디자인랩 △셀로이드 △바이오브릭스 △에이치엠이스퀘어 등 바이오 기업에 투자를 진행해 왔다"며 "포스텍홀딩스의 투자 기업 수(146개)에서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수는 32개로, 전체의 약 22%를 차지하고 있다"고 밝혔다.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우수 기업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체인지업 그라운드 포항은 국내 최고 수준의 과학기술 인프라를 바탕으로 창업 전주기적 지원을 통해 우수 기업 발굴 및 육성을 목표로 하고 있다. / 사진=남대열 기자

 

포항시, 작년 10월 스위스 바젤대와 '바이오헬스 네트워크' 구축
27개 기업 뭉친 포항바이오기업협의회

업계 "인력 채용 어려워, 파격 인센티브 제공해야"

현재 포항시는 미래 산업 구조 재편을 위해 바이오 산업 육성에 발벗고 나섰다. 포항시는 지난해 10월 스위스 바젤대와 기업혁신파크 및 창업 생태계 조성을 위한 업무협약(MOU)을 체결했다. 당시 협약식에는 이강덕 포항시장과 백인규 포항시의회 의장, 크리스티안 슈나이더 바젤대 혁신센터장, 이동영 한동대 법인사업단장 등이 참석했다.

협약을 맺은 바젤대는 스위스에서 가장 오래된 명문 공립 종합대로 바이오 기업, 이노베이션파크 등 바젤 소재 산ㆍ학ㆍ연 협력 네트워크의 중심 기관이다. 포항시 관계자는 "이번 업무협약을 통해 기업혁신파크의 글로벌 협력 체계를 구축해 지역의 기업 및 스타트업들이 세계로 진출할 수 있는 기회를 확대할 계획"이라며 "세계적인 바이오 도시인 바젤과 바이오ㆍ의료 분야 교류를 통해 포항시의 바이오 창업 생태계 조성에 박차를 가할 것"이라고 말했다.

이처럼 포항시가 바이오 창업 생태계 육성에 나서고 있지만, 업계 관계자들은 포항 바이오 클러스터가 다른 바이오 클러스터보다 규모가 조금 작은 편이며 앵커 기업보다는 초기 단계의 기업들이 클러스터 내에 많이 포진해 있다고 진단했다. 그러면서 무엇보다 수도권과 지리적으로 꽤 떨어져 있는 만큼, 기업들 간 협업 및 투자 유치를 위한 활동에 있어 애로사항이 많은 편이라고 지적했다.

이 같은 문제점을 해결하기 위해 지난해 12월 경북 포항에 본사를 둔 바이오ㆍ헬스케어 기업 대표들이 포스텍 바이오 오픈 이노베이션 센터에서 '포항바이오기업협의회(이하 협의회)' 창립 총회를 열고, 초대 협의회장에 김성영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 대표를 선출했다. 네오이뮨텍, 노바셀테크놀로지, 이뮤노바이옴, 씨바이오멕스, 쓰리브룩스테라퓨틱스, 코리포항 등 27곳의 기업들(2024년 2월 기준)이 협의회 회원사로 가입했다.

다만 포항 소재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프리 A 또는 시리즈 A 단계 이상 기업들의 경우 수도권에 지사를 열어 R&D 및 사업개발(BD) 인력을 채용하고 있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한 비상장 바이오텍 대표는 "포항에서 우수한 지원자들을 채용하는 게 굉장히 어렵다"면서 "포스텍, 한동대 등에서 우수한 졸업생들이 배출되고 있지만, 최근 수도권 근무에 대한 선호도가 높아지면서 인력 채용에 대한 어려움이 가속화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지자체에서 우수 인재들을 영입하기 위한 여러 정책적 노력을 기울일 필요가 있다"면서 "또 창업기업에 대한 파격적인 임대료 감면도 필요하다. 이 같은 노력을 통해 포항 바이오 클러스터가 성장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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