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오텍 핫플레이스를 간다 ① 문정 바이오 클러스터

신생 바이오텍 위주 40여 업체 집결...R&D 인력 채용 수월
임대료, 판교 지역과 엇비슷...비임상기관 없는 점은 아쉬워

문정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보이는 문정컬처밸리.
문정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보이는 문정컬처밸리.

[끝까지HIT 5호] 서울 지하철 8호선 문정역 3번 출구를 나오면 반경 2km 이내 40개 이상 바이오텍을 만날 수 있다. 3번 출구 바로 앞, 테라타워 A∙B동에 입주한 지아이이노베이션, 에이피트바이오, 브이원바이오, 셀렉신 등 기업 본사 및 연구소가 눈에 띈다.

지난 몇 년간 서울 송파구 문정동으로 바이오 기업들이 모이면서 바이오 클러스터가 형성됐다. 서울 동남권의 신성장동력 산업 거점 도시화를 목적으로 한 문정지구는 미래형 업무단지, 법조단지 등을 보유하고 있다. 미래형 업무단지에는 IT 융합, 바이오 등 8개 신성장동력 분야의 기업들이 입주해 있다.

바이오 기업 면면을 보면 △넥스아이 △동구바이오제약 △사이러스테라퓨틱스 △심플렉스 △에이피트바이오 △지니너스 △지아이이노베이션 △테라펙스 △환인제약 등 40여 곳 이상이 문정지구에 입주해 있다.

문정 바이오 클러스터는 지방자치단체의 정책적 지원이 없음에도 지리적 접근성 때문에 자연스럽게 형성됐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송파구청의 정책적 지원이 없었지만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난 문정동에 주목했다"며 "바이오텍이 하나 둘 모여들면서 자연스레 바이오 클러스터가 됐다"고 말했다.

문정동에 위치한 A바이오텍 관계자는 "요즘 젊은 연구원들은 일뿐만 아니라 개인 생활을 중요하게 여긴다. 문정동은 다른 지역보다 지리적 접근성이 뛰어나다"며 "벤처들이 투자 유치를 위해 벤처캐피탈(VC) 관계자와 미팅을 진행하는 경우가 많은데 삼성역 주변에 많은 VC들이 모여 있다. 문정역과 가깝다는 지리적 이점이 있다"고 설명했다.

삼성역 인근에 특허 법인들이 꽤 있기 때문에 바이오텍이 특허 관련 업무를 처리할 때 도움을 받을 수 있다. 또한 문정역 반경 3km 이내에 SRT 수서역이 위치해 있어 지방 출장도 수월한 편이다.

 

MZ세대 사로잡은 문정 바이오 클러스터...R&D 인력 채용 수월
판교와 달리 신생 바이오텍 밀집...향후 리딩 바이오텍 등장해야

B바이오텍 관계자는 "문정에서 R&D(연구개발) 인력을 채용할 때 판교보다 더 유리한 부분이 있는 것 같다"며 "문정동은 제약바이오 분야 구직자들 사이에서 인기 높은 근무지다. 서울 소재 대학을 졸업한 석·박사 인력 채용에 있어 문정이 판교보다 접근성이 더 뛰어나다"고 전했다.

문정을 기준점으로 했을 때 위아래 지역에서 거주하는 인력들이 문정 소재 바이오텍을 선호하는 경향이 짙어 지고 있다. 이 관계자는 "바이오는 인재가 중요한 산업이다. 좋은 인재를 유치하는 데 있어 가장 적합한 위치가 문정이라고 생각한다. 이 때문에 많은 바이오텍이 문정지구에 모여 있다"며 "문정서 근로하는 직원들의 만족도가 높은 편이다. 특히 MZ세대 인력들의 만족도가 매우 높다. 문정은 판교보다 더 많은 맛집이 있고, 즐길 거리도 많다"고 덧붙였다.

문정역 근처의 한 베트남 카페. 문정동에는 MZ세대를 위한 이색 카페가 많은 편이다.
문정역 근처의 한 베트남 카페. 문정동에는 MZ세대를 위한 이색 카페가 많은 편이다.

또 다른 업계 관계자는 "요즘 바이오 연구원들 인재 채용의 마지노선은 광교다. 연구원들의 출퇴근 접근성이 높은 지역이 문정이다. 지리적 조건은 연구원들 채용에 있어 상당히 유리한 요소로 작용한다"며 "문정에 MZ세대를 위한 대표적인 장소로 샐러드 맛집이 있다. 젊은 사람들은 소확행(소소하지만 확실한 행복)을 즐기기 위해 강남에 자주 간다. 이 같은 측면에서 문정은 굉장히 메리트가 있는 지역"이라고 말했다.

직장인들의 회식 단골 메뉴 고깃집부터 3대 천왕에 나온 떡볶이집, 오마카세, 맛과 멋 모두를 겨냥한 분위기 있는 베이커리&카페까지, 송파법조타운과 스타트업들이 모여들면서 직장인들을 사로잡을 맛집도 늘어났다.

다만, 유명 바이오텍이 많지 않은 것은 다소 아쉬운 점이다. 문정 바이오 클러스터는 판교와 비교했을 때 상장 기업이 현저히 적은 편이라는 것이다. 업계 한 관계자는 "판교에 꽤 많은 상장 바이오텍이 있다. 1세대 바이오텍을 비롯한 주요 바이오텍이 포진해 있다"며 "문정동에는 대부분 신생 바이오텍이 많다. 지니너스, 싸이토젠, 진캐스트 등 진단 분야 기업들이 꽤 있다는 점은 눈여겨볼 만하다"고 밝혔다.

이 관계자는 "아직 문정에 뚜렷한 리딩 바이오텍이 없는 것 같다. 판교가 어른 바이오텍이라면 문정은 자라나는 청소년 바이오텍이 모여 있는 장소"라며 "문정에 선두 바이오텍이 많이 모여야 한다. 문정이 바이오 메카로 우뚝 서려면 대기업, 상장 바이오텍이 많이 입주해야 한다"고 조언했다.

 

지자체 차원의 뚜렷한 바이오텍 지원 정책 없어

문정 소재 바이오텍 관계자들은 송파구청에서 바이오텍만을 위한 정책적 지원은 사실상 없다고 평가하고 있다. 그러나 일부 바이오텍은 지자체서 행사 부스 설치 및 참가비 등 지원 혜택을 받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한 바이오텍 관계자는 "송파구청에서 바이오 기업만을 위한 정책은 따로 없다. 다만 송파구 내 벤처 기업들을 위해 행사 참여 시 부스 설치 비용 등을 지원하는 프로그램이 있었다"며 "인터비즈 바이오 파트너링에 참여할 때 참가 비용을 지원받았다. 벤처를 위한 일자리 알선 프로그램도 있다"고 밝혔다.

현재 문정지구 일대의 임대료가 과거에 비해 많이 상승했기 때문에 자금난에 어려움을 겪는 바이오텍은 문정동이 아닌 다른지역으로 회사를 옮길 가능성도 충분히 존재한다. 과거 문정동 주변 빌딩의 임대료는 판교보다 저렴했지만, 현재 문정동 주변 임대료는 판교와 엇비슷한 편이다.

한 연구원은 "일부 건물의 임대료는 판교보다 더 비싼 것 같다. 기업들의 임대 수요가 많기 때문에 임대료가 지속적으로 더 오를 것 같다"고 내다봤다. 익명을 요구한 한 부동산 업체 관계자는 "문정역 근처에 입주한 기업들의 평당 비용은 10만원대"라고 했다.

또한 문정동 근처에는 서울아산병원, 삼성서울병원 등 대형종합병원이 있어 비임상시험, 임상시험을 협업할 때 도움이 되지만, 동물실험실을 구축하는 것이 쉽지 않다.

한 바이오텍 대표는 "바이오텍이 비임상 진행 없이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개발하는 것은 어렵다. 외부 CRO(임상시험수탁기관)에 비임상을 맡기는 경우가 많다"며 "정부서 문정 소재 바이오텍을 위한 비임상시험 기관을 설립해야 한다. 바이오텍 육성을 위해 인큐베이션(Incubation)을 고도화할 필요가 있다"고 설명했다.

그는 "정부의 정책 추진 과정에서 민간 CRO 기업과 갈등을 빚을 수 있다. 정부가 민간 CRO 시장을 빼앗는 것 아니냐는 우려도 있지만, 민간 CRO 기업에 대한 접근성이 떨어지는 벤처도 있다"며 "정부가 이 같은 갈등을 줄여 나가면서 작은 바이오텍이 실질적으로 성장할 수 있도록 적극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다.

 

관련기사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