루닛·베르티스·오스테오닉·이루다, 사우디 시장 진출 박차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높은 구매력과 성장 잠재력을 보유한 사우디아라비아에서 해외 사업을 확대해 중동 진출의 물꼬를 틀 전망이다. 시장조사기관 피치솔루션스(Fitch Solutions)는 사우디아라비아의 의료기기 시장 규모(2021년 기준)를 20억9000만달러(약 2조8220억원)로 추산했다. 중동 지역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소득 수준이 높아 구매력이 높은 곳으로 평가받고 있다.
27일 업계에 따르면 △루닛 △베르티스 △오스테오닉 △이루다 등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진출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의료 인공지능(AI) 기업 루닛은 지난 7월말 사우디아라비아 및 중동 지역 최대 규모의 민간 의료기관인 술라이만 알-하빕 메디컬 그룹(Dr. Sulaiman Al-Habib Medical Groupㆍ이하 HMG) 산하 전체 병원과 유방암 진단 AI 솔루션 공급계약을 체결했다.
루닛은 향후 3년간 HMG에 AI 기반 유방암 진단 솔루션 '루닛 인사이트 MMG'를 제공하며, HMG는 이를 활용해 사우디 국가 유방암 검진을 진행할 계획이다. 앞서 루닛은 지난 7월 초 무함마드 빈 살만 사우디 왕세자가 이끄는 '비전 2030' 국책사업 중 공공 보건의료 분야 최우선 과제인 'SEHA 가상병원' 프로젝트에 참여한 바 있다.
루닛 관계자는 "중동 의료시장은 고수익이 담보되는 시장으로 인식되며, 중동 국가별로 의료 서비스 개선에 대한 수요가 증가하고 있다"며 "이에 발맞춰 중동 지역 내 시장 점유율 확대를 위해 지속적으로 노력할 예정"이라고 말했다.
프로테오믹스(Proteomicsㆍ단백질체학) 기반 정밀의료 기술 기업 베르티스는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의 진단기업 알 보르그(Al Borg Diagnostics), 생명공학기업 사우디백스(SaudiVax)와 진단 솔루션의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진출을 위한 업무협약(MOU)를 체결했다. 베르티스와 알 보르그, 사우디백스는 이번 MOU 체결을 통해 사우디아라비아 및 인근 국가에서 베르티스가 개발한 혈액 기반 암 진단 검사의 상용화를 위해 상호 협력에 나설 계획이다.
한승만 베르티스 대표는 보도자료를 통해 "회사가 개발한 프로테오믹스 기술을 중동 및 아프리카 지역의 의료인과 환자들에게 제공할 수 있는 계기를 마련할 수 있도록 최선을 다하겠다"고 말했다.

정형외과용 임플란트 기업 오스테오닉은 지난달 초 사우디아라비아 정부조달청(The National Unified Procurement Companyㆍ이하 NUPCO)'으로부터 지난 3월 수주한 두개ㆍ구강악안면(CMF) 제품에 대한 공급이 시작됐다고 밝혔다. 이번에 공급된 제품은 정형외과 임플란트 영역에서도 높은 수준의 마이크로 가공 기술을 필요로 하는 고부가 제품인 CMF 제품군이다.
의료기기 전문기업 이루다는 지난 6일 비침습 고주파 의료기기 '토르(Torr)'가 사우디아라비아 식품의약국(SFDA)으로부터 인증을 획득했다고 밝혔다. 토르는 1메가헤르츠(1MHz) 주파수 대역의 비침습 고주파 의료기기다. 자동 모션 헤드기술, 실시간 온도 제어기술 등을 적용해 균일하고 안정적인 시술이 가능하다. 또 화상 등 부작용 발생 위험을 대폭 감소시킬 수 있으며, 3가지 핸드피스를 통해 다양한 부위 및 적응증을 치료할 수 있다.
업계에서는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진출을 통해 신성장동력을 얻을 수 있을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황성은 한국보건산업진흥원 의료기기화장품산업단장은 히트뉴스와 통화에서 "사우디아라비아는 중동 지역에서 가장 큰 시장이다. SFDA에서 (의료기기) 승인을 받으면 다른 중동 지역에서 패스트트랙으로 인허가를 받는 사례가 여럿 있다"며 "최근 국내 의료기기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시장 진출에 적극적으로 나서고 있다"고 말했다.
황 단장은 이어 "중동 지역 국가는 우리나라에 비해 전문의 수가 부족하기 때문에 1차 스크리닝 차원에서 AI 기반의 의료기기들이 (병원에) 많이 도입되는 경향이 짙다"며 "사우디아라비아는 향후 잠재력이 매우 큰 시장이다. 구매력 관점에서 봤을 때 국내 기업들이 사우디아라비아 진출을 통해 많은 기회를 얻을 수 있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