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 세계적으로 연간 약 5000만명 환자 발생…적어도 1100만명 사망
특정 진단법 없어…환자 체온·맥박수·호흡수·혈압·혈액검사로 판단

패혈증(Sepsis)의 위험성과 치료의 중요성을 홍보하기 위해 지정된 '세계 패혈증의 날(World Sepsis Day)'이 12번째 해를 맞았다. 2012년 세계패혈증연대(Global Sepsis AllianceㆍGSA)에 의해 처음 지정된 세계 패혈증의 날은 매년 9월 13일 즈음 세계 각국에서 행사를 진행하고 있다.

패혈증은 감염으로 인해 타 장기까지 손상을 미치는 중증 질환이다. 이 질환은 감염과 싸우는 과정에서 면역체계가 환자 자신의 장기와 조직을 손상시키면서 발생한다. 이런 과정에서 장기 부전이 올 수 있고, 궁극적으로 사망에 이를 수 있는 것이다.

세계 패혈증의 날의 국내 행사를 주관하고 있는 대한중환자의학회에 따르면, 패혈증으로 인해 2.8초마다 1명의 환자가 목숨을 잃고 있다. 전 세계적으로 연간 4700만~5000만명의 환자가 패혈증에 걸리고, 그 중 적어도 1100만명이 사망하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생존자들도 팔이나 다리를 잃게 되거나, 기억이나 집중 장애, 외상후 스트레스 장애로 인해 오랜 기간 고통받게 된다.

패혈증 감염 과정 모식도 / 출처 = 네이버 건강백과 
패혈증 감염 과정 모식도 / 출처 = 네이버 건강백과 

이렇게 사망 혹은 치명적인 후유증을 남길 수 있는 패혈증의 원인에 대해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안내 자료를 통해 "폐렴이나 요로 감염, 복강 내 감염, 피부나 창상 감염 그리고 뇌수막염 등이 흔한 원인"이라면서 "패혈증을 일으키는 원인의 80%가 병원 외 장소에서 발생한다. 누구나 패혈증에 걸릴 수 있다는 것"이라고 경고했다. 즉, 신체 모든 부위의 심각한 중증 감염이 패혈증의 원인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패혈증은 특히 면역체계가 약화된 환자들에게서 위험성이 높은 것으로 알려져 있다. 60세 이상 고령, 1세 미만 소아, 폐나 간 또는 심장에 만성적 질환을 가진 사람, 당뇨나 에이즈 환자, 비장이 없는 사람들이 위험군에 포함된다.

패혈증에 특별한 진단법은 없는 것으로 알려져 있다. 환자의 체온, 맥박수, 호흡수, 혈압, 혈액검사 등을 통해 판단할 뿐이다. 이에 따라 유관 증상이 발생했을 때 빠른 조치가 필수적이다. 대표 증상으로는 △말이 어눌해진다거나 △의식이 저하되거나 △심한 오한 근육통이나 발열 △하루 종일 소변이 나오지 않을 때 △심한 호흡 곤란 △죽을 것 같은 느낌 △피부 혼탁 및 변색 등이 있다.

대한중환자의학회는 이 질환 예방 방법에 대해 "가장 쉬운 방법은 예방접종과 기본 위생을 철저히 해 감염을 사전에 방지하는 것"이라며 "만약 감염이 패혈증으로 이어졌다면 그것을 빠르게 인지하고, 감염의 원인이 되는 장기를 찾은 후 그에 맞는 적절한 항생제를 통해 치료해야 한다"고 설명했다. 이어 "감염 장기에 고름이나 괴사 조직이 존재하거나, 인공 판막 혹은 카테터가 삽입된 경우에는 이를 제거하는 수술 및 시술을 적극적으로 고려해야 한다"고 덧붙였다.

서울아산병원 이수연 교수가 2022년 9월 개최된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 출처 = 대한중환자의학회 유튜브  
서울아산병원 이수연 교수가 2022년 9월 개최된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에서 발표하고 있다. / 출처 = 대한중환자의학회 유튜브  

한편 올해는 대한중환자의학회와 더불어 △질병관리청 △대한결핵 및 호흡기학회 △대한감염학회 △대한외과학회 △대한심장혈관흉부외과학회 △대한진단검사의학회 등 기관들이 지난 4일 삼성서울병원 암병원에서 '세계 패혈증의 날 심포지엄'을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서는 '패혈증 심층조사 연구성과 및 향후 계획 발표', '패혈증 진료지침서 공청회' 등이 주요 내용으로 다뤄졌다.

당일 행사에 참여한 서지영 대한중환자의학회장은 "패혈증은 심근경색이나 뇌졸중과 같이 '골든 타임(Golden time)'이 중요한 질환으로,  빠른 인지와 초기 소생술이 매우 중요하다"며 "이번 심포지엄을 통해 우리나라 패혈증 관리의 문제점을 되짚어 보고, 패혈증의 조기 발견과 치료의 중요성을 다시 한번 깨닫게 되는 의미 있는 자리"였다고 전했다.

지영미 질병관리청장은 "앞으로도 다각적인 홍보와 교육을 통해서 패혈증에 대한 인식을 높이고, 패혈증의 조기 진단과 적절한 치료를 위한 지속적인 민관 협력을 이어가겠다"며 "우리나라 실정에 맞는 패혈증 진료지침서를 개발해 패혈증 예방과 사망률을 낮추는데 기여할 것"이라고 밝혔다.

저작권자 © 히트뉴스 무단전재 및 재배포 금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