불필요 의약품 처방 등 우려…"질 관리 수단 미흡"
관망하는 정부 입장 속 책임 소재 두고 공방 가능성도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 시행 이후 대한약사회(이하 약사회)가 이른바 '공적 처방 전달시스템'을 도입하면서 그 효과를 자신하고 있지만, 정작 다른 곳에서는 전면 도입 이후에도 문제의 소지가 있다는 주장이 나온다.

비대면 진료 중개 플랫폼에서는 공적 처방 전달 시스템이 인증제와 가이드라인 미준수 등으로 인해 오히려 약사가 빠져나갈 수 있는 퇴로를 막는 것 아니냐고 지적하고 있다. 약사회 안팎에선 이 지적 또한 인증의 질 문제와 함께 의약 갈등의 한 단면이라는 분석이 나온다.

3일 저녁 서울특별시약사회(이하 서울시약)가 연 기자간담회에서는 이같은 우려가 조심스레 나왔다. 이날 서울시약은 비대면 진료의 문제를 대응하면서 약국 가이드라인을 제안했다. 그러면서 설문 조사, 위법 사항 모니터링, 24개 구약사회 간담회, 약국 청구 프로그램인 팜IT3000 개선, 2023 건강서울 페스티벌 등의 안건도 논의했다.

권영희 서울시약 회장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내 진료 및 전달 문제와 관련, 약사회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과 약국을 연결해 처방전을 전달하는 공적 처방 전달시스템의 필요성을 인정하면서도 진료 플랫폼 인증 문제에서 의료기관의 비대면 진료 평가의 수준에 의문을 제기했다.

권 회장은 "비대면 진료 애플리케이션(앱)에 들어 있는 의사들의 수준 또는 질적 평가가 다소 미흡하다고 본다"며 "그분들(비대면 진료를 하는 기관)의 경우 자신의 전공 과목하고 전혀 상관 없는, 이를테면 소아청소년과 의사가 정형외과 리스트에 올라와 있거나 피부과에 올라와 있는 등의 문제가 있다"고 지적했다.

이어 "해당 플랫폼이 완전히 탈바꿈해 개선해야 하는데, 이것을 의료계가 고칠 수 없는 이상 (비대면 진료의 변질을) 입증하기 어려울 것"이라고 우려했다. 즉 처방 전달과 연결돼 있는 플랫폼 그리고 의료계의 변화가 있기 전까지는 해당 시스템에 무작정 진입하는 것은 고민을 해봐야 한다는 입장으로 풀이된다.

이같은 분위기는 실제 약사회가 가입 독려를 시작하던 초기에도 이어졌었다. 한 약사회 측 내부 관계자 역시 최근 "플랫폼 내 처방 전달을 약사회가 직접 하는 것은 좋다손 치더라도, 이 과정에서는 의료 측이 올바르게 진행돼야 한다는 전제가 필요하다"며 "그렇지 않으면 과연 지금 시스템에 참여 약국을 늘려서 플랫폼으로 진입하는 게 오히려 약국의 위법으로 이어질 가능성이 높다"고 밝힌 바 있다.

이는 정부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내 개입을 최소화하면서 관련 단체가 참여할 수 있도록 하겠다는 분위기를 밝히면서 시작된 측면이 있다. 실제 최근 공개된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제1법안소위에서 박민수 보건복지부 제2차관은 이같은 대답을 밝혔다. 박 차관은 지난달 27일 열린 해당 회의에서 "플랫폼 관련 가이드라인 위반 등의 경우 처벌 규정이 필요하다"는 말을 남겼다.

박 차관은 이어 "공적 전달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어떻겠느냐"며 약사회가 진행 중인 공적 전달 시스템의 운용 가능성을 묻는 질문에는 "의료계와 이견이 있어 정부가 나서기에는 어렵다"고 답했다. 사실상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처분은 정부가 개입하되 그 행위 자체는 각 주체가 직접 나설 수 있도록 한 것이다.

이미 대한의사협회(이하 의협)는 비대면 진료 관련 인증과 공적 플랫폼 운용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약사회는 여기에 나아가 공적 처방 전달시스템을 만들고 참여를 독려하고 있다. 가입 약국 수 역시 1만3000개 이상으로 전체 약국의 절반을 넘어선 지 꽤 됐다. 몇몇 업체는 약사회와 협의를 통해 시행을 앞두고 있다.

이런 추이를 봤을 때 향후 의협 등은 비대면 진료 플랫폼 내에서 의료기관을, 약사회는 약국을 맡을 것으로 보인다. 다만 의사가 위법성이 높은 행위를 했을 때 자연스럽게 이어지는 조제 행위에서도 '약사가 조제만으로 죄를 뒤집어 쓸 수 있다'는 우려가 나온다. 의약 분업 이후부터 이어져오고 있던 처방-조제 환경에서의 앙금과 불신이 결국 여기서도 다시 나오는 셈이다.

공적 처방 전달시스템을 두고서도 현재까지 비대면 진료 자체에는 반대하고 있는 약사회이지만, 위법 행위시 그 시스템이 약국을 사실상 공범으로 묶을 가능성이 있다는 게 약사사회 일각의 주장이다. 특히 탈모 치료제, 발기부전 치료제, 응급 피임약 처방 남용 등의 문제를 제기하고 있는 입장에서 해당 시스템이 오히려 그 기회를 열어주고 '죄를 지을 기회'까지 주는 것이 문제라는 지적이다.

정부의 개입이 최소화된 채 의사 및 약사의 비대면 진료와 관련된 서비스 질 관리를 양측이 맡은 가운데, 결국 의약 갈등 더 나아가 위법 행위 발생시 책임 공방 등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점에서 오는 8월 말까지 진행될 비대면 진료 시범사업의 계도기간 내 양 측이 어떤 이야기를 던질 지 주목해야 할 것으로 보인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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