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IT CHECK | 바이오 투자 시장 ③
코로나19 엔데믹 후 정부 정책 변화로 약 배송 플랫폼 투심 위축 여파
비대면 진료 분야 투심, 약 배송보다는 '모니터링' 역량에 초점 전망

코로나19 속 비상장 바이오 투자 시장에서 '대세'로 평가받던 비대면 진료 업체들의 자금 조달 상황이 급변한 것으로 나타났다. 지난 5월 2곳의 업체들이 자금 조달에는 성공했지만, 전체 조달액은 작년 같은 기간보다 크게 줄었다. 새로 투자 유치에 성공한 사업 성격도 그간 시장을 주도한 약 배송 중심의 플랫폼과는 사뭇 달랐다. 정부의 대응 국면 전환과 '재진' 이후로 비대면 진료 범위를 좁히는 등 규제 중심의 정책이 자금 조달 시장에도 영향을 준 모습이다.

25일 히트뉴스가 집계 및 분석한 바에 따르면, 지난 5월(주금 납입일 기준) 2곳의 비대면 진료 업체가 자금 조달을 마쳤다. 근골격계 환자들의 재활 운동 치료를 돕는 '에버엑스'가 시리즈 A로 80억원, 약물감시(PV) 플랫폼을 서비스하는 '셀타스퀘어'가 시드 라운드로 14억원을 조달했다.

투자 유치에 성공한 비대면 진료 업체 수는 작년 5월(2곳)과 동일했다. 비상장 바이오·헬스케어 투자 시장이 지난해 하반기를 기점으로 급격하게 위축된 점을 고려하면, 비대면 진료 업체들이 자금 조달 시장에서 일면 선전한 것으로도 해석할 수는 있다.

다만 작년 5월과 비교할 때 확보한 자금 규모에서는 큰 차이를 보였다. 작년 5월 자금 조달을 마무리한 비대면 진료 업체는 각각 헬스케어 섹터의 최대어로 급부상한 닥터나우(400억원)와 시리즈 A를 마무리한 헬스케어 업체 가운데서 가장 많은 투자를 유치한 굿닥(210억원)이었다.

단위: 억원 / 자료=히트뉴스 재구성
단위: 억원 / 자료=히트뉴스 재구성

전년 동기 대비 자금 조달 규모에서 큰 차이가 난 원인으로는 지난달 투자를 마무리한 비대면 진료 업체의 사업 성격이 기존 대세였던 '의약품 배송'과는 결이 다르기 때문으로 보인다. 에버엑스의 경우 인공지능(AI)을 플랫폼에 적용했지만, 재활 운동 치료를 돕는 형태의 비대면 서비스를 제공한다. 셀타스퀘어 역시 의약품 배송이 아닌 약물감시(PV)에 AI를 접목하는 특화 사업으로 활로를 찾고 있다.

주목할 부분은 앞서 투자 시장을 주도한 닥터나우 등이 앞세운 의약품 배달 사업의 시장성에 의문부호가 붙고 있다는 점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만 해도 의약품 배송의 높은 성장 기대감 속에 만족스러운 자금 조달 성과를 내왔다.

특히 기존에는 허용되지 않았던 비대면 진료(초진 및 재진)와 의약품 배송의 길이 사회적 거리두기 국면에서 한시적으로 허용되자 각 업체들은 플랫폼으로 수십만건의 월간활성이용자수(MAU)를 확보했었다. 매출과 서비스의 성장 추이로 해석되는 해당 데이터를 전면에 내세운 게 투자자들로부터 신뢰를 확보한 배경이었다.

정부는 올해 들어 코로나19 팬데믹 위기 대응을 위한 사회적 거리두기 정책 속에서 '한시적으로 허용'하던 약 배송을 사실상 규제하기로 결정했다. 이는 의약품 배송 시장에 전면적인 전환점으로 작용했다.

각 업계와 관련 부처가 소통 속에 초진은 제외하고 재진 환자에 대한 의약품은 배송을 허용하기로 했지만, 관련 업체들의 MAU는 올해 들어 급감한 것으로 알려졌다. 미래가 없다고 판단하고 사업을 전환하거나 폐업을 고려하는 업체들도 나타나기 시작한 것으로 전해진다.

이에 따라 비대면 진료 분야의 투자심리는 당분간 약 배송보다는 '모니터링' 역량에 초점이 맞춰질 전망이다. 올해 자금 조달에 성공한 또 다른 비대면 진료 업체인 지비소프트(시리즈 A 40억원) 역시 비접촉 생체신호 측정 솔루션을 앞세웠다. 올해 누적 기준 의약품 배송을 앞세워 자금 조달에 성공한 곳은 메디르(프리 시리즈 A 66억원) 뿐이다.

업계 관계자는 "비대면 진료와 의약품 배송 업체들의 경우 혁신을 앞세우지만 안전성 우려 등을 이유로 시도 자체를 부정적으로 보는 의료계의 반대를 누그러뜨리고, 이들과의 이견의 간극을 좁히는 게 먼저로 보인다"며 "현재 정부의 기조에서는 정상적인 서비스를 운영하기 어려운 만큼 피버팅(pivoting·사업 방향 전환)이나 적절한 출구(exit) 전략을 마련할 필요가 있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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