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30년 노력의 결실 세노바메이트... 정부, 신약 R&D 환경 마련해야

SK바이오팜의 뇌전증 신약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가 지난 15일 캐나다 시판 허가를 받으면서 북미 시장 공략에 속도를 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는 2019년 미국 식품의약국(FDA)에서 품목 허가를 받았고, 지난해 1692억원 규모의 미국 매출을 달성하며 글로벌에서 뚜렷한 성과를 거뒀다.

세노바메이트는 FDA 승인을 받은 지 4년 만에 글로벌 신약으로 발돋움하기 위한 준비를 마쳤다. 세노바메이트의 올해 1분기 미국 매출은 539억원으로 전년 동기 대비 70% 증가했다. 관련 업계에서는 세노바메이트의 매출 증가로 올해 SK바이오팜의 4분기 영업이익이 흑자 전환될 것으로 내다보고 있다.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세노바메이트(미국 제품명 엑스코프리)

SK는 1993년 글로벌 신약 개발 기업을 따라잡기 위한 'P프로젝트'를 추진하며 오늘날 세노바메이트 개발의 초석을 다졌다. 그룹사의 전폭적인 지지도 글로벌 신약 개발에 한몫했다. 한 벤처캐피탈(VC) 관계자는 "(SK에서) 세노바메이트의 임상시험 진입 시점부터 1년에 10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사용했다"며 "최태원 SK그룹 회장이 신약 개발에 대한 전폭적 지원에 나섰다"고 말했다.

블록버스터(연매출 10억달러 이상의 의약품)에 도전하는 세노바메이트와 달리 대다수의 국산 신약은 글로벌 시장, 특히 미국에서 눈에 띄는 성과를 내지 못하고 있다. 여태까지 FDA에서 승인받은 국산 신약은 총 6개이고, 국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허가받은 국산 신약은 총 36개다. 연매출 1000억원 이상을 달성하는 국산 신약은 분명 존재하지만, 세노바메이트를 제외한 신약 중 미국 시장에서 1000억원 이상의 매출을 달성한 약물은 없다.

이 같은 현실을 인식했던 것일까. 정부는 올해 3월 2027년까지 블록버스터급 신약 2개 창출을 목표로 제시했다. 그러나 일각에서는 이러한 정부 정책이 현실성이 떨어진다고 지적하고 있다. 정부는 통상 10년 이상의 기간이 소요되는 신약 개발을 단기적 관점이 아닌 장기적 관점으로 접근하는 자세를 지녀야 한다.

무엇보다 신약 개발에 도전하는 제약사 및 바이오 스타트업을 위한 꾸준한 정책적 지원이 필요하다. 정부가 '제2의 세노바메이트' 탄생을 바란다면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을 위한 자금 지원 및 세제 혜택의 폭을 넓혀야 한다.

또 혁신 파이프라인(신약 후보물질)을 보유한 기업들을 위해 단순 기술이전이 아닌 직접 임상을 진행할 수 있는 여건 마련에 적극 나서야 한다. 정부는 신약 개발이라는 험난한 길을 걷고 있는 국내 제약바이오 기업들이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할 수 있도록 마중물 역할에 나서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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