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리지널 90% 동아, 자디앙 등 아직 높은 가격
여타 후발제제 등장시 불리, 선협상으로 해소할까

국산 신약 36호인 대웅제약의 당뇨 치료제 '엔블로'가 허가받은 가운데, 이제 업계의 관심은 보험약가로 쏠리고 있다.
특히 SGLT-2억제제 계열 '포시가'의 후발약이 등재된데 이어 내년 초 제네릭의 무더기 등재로 가중평균가 이슈가 발생하기 전, 빠른 시간 안에 엔블로의 약가 논의를 끝내야 한다는 이야기가 나온다.
1일 업계에 따르면 지난 30일 허가받은 대웅제약의 엔블로정(이나보글리플로진)의 약가 진입 전략을 두고 속도전을 낼 것이라는 시선이다.
엔블로는 현재 가파른 성장세를 보이는 나트륨-포도당 공동수송체-2(SGLT-2) 억제제 계열의 당뇨 신약이다. 그동안 디펩티딜 펩타디제-4(DPP-4) 억제제 계열의 국산 신약은 LG화학의 제미글로(제미글립틴)가 있었지만 SGLT-2 억제제 계열은 국내 제품 중에는 처음이다.
회사는 출시 관련 보도자료를 통해 엔블로정의 급여 및 약가 관련 절차를 빠르게 진행한다는 계획이라고 밝혔다.
현재 적응증을 받은 단독요법, 메트포르민 병용요법, 메트포르민과 제미글립틴 병용요법 등에 모두 급여 등재를 시도하겠다는 것이다.
업계에서는 이를 두고 곧 나올 가능성이 있는 동일 기전 약제인 아스트라제네카의 '포시가' 제네릭 출시 전 이를 진행할 것으로 보고 있다.
그도 그럴 것이 포시가의 제네릭이 나올 경우 급여 과정에서 신약임에도 다소 떨어진 오리지널의 약가와 유사한 수준의 가격을 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현행 신약 급여 획득 과정은 대체제가 있냐 없느냐에 따라 크게 두 갈래로 나뉜다. 이 중 엔블로는 앞서 나온 포시가와 베링거인겔하임의 자디앙, 한국MSD의 스테글라트로 등 이미 약가를 받았기 때문에 대체제가 있는 품목이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대체제가 있는 약제의 경우 기존 약제 대비 우월하면 수용가능한 점증적 비용-효과 비율 이른바 ICER값을 정해 비교약제 대비 가격을 높여 보험약가를 책정한다. 비열등성을 입증하면 가중평균가(WAP)를 통해 가격을 책정한다.
이 과정에서 가중평균가가 90% 미만(소아의약품의 경우 95%)일 경우 협상이 면제되며 제약사가 대체약제의 가중평균가 이하를 수용하면 급여화가 가능해진다.
엔블로의 경우 아직 동일 기전 약제가 소수인 상황에서 협상을 진행하면 이를 기준으로 약가 책정이 가능하지만 제네릭이 등장해 오리지널의 약가가 떨어질 경우 가중평균가 책정으로 가격이 더 떨어질 수밖에 없다.
실제 엔블로의 약가 과정에서 중요하게 작용한 것이 바로 동아에스티의 다파프로 이후 등장할 다파글리플로진 후발 약제다. 보건복지부는 건강보험정책심의위원회 의결을 통해 다파프로10mg 제품을1일부터 신규 급여등재했다.
동아에스티의 경우 지난 2018년 특허심판원에 포시가의 물질특허(2023년 4월 7일 만료)를 회피하기 위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제기, 청구성립 심결을 받아냈다. 그동안 업계에서 깨느라 애를 먹어왔던 특허였지만 동아에스티는 '프로드럭'(물질 자체는 약효가 없지만 몸에서 흡수되면 대사를 통해 구조가 변화, 효과를 보이는 약) 전략으로 가장 먼저 회피에 성공했다.
이후 2심에서 아스트라제네카가 1심을 뒤집으며 승리하는 듯 했지만 동아에스티가 다른 전략으로 소극적 권리범위확인심판을 청구해 11월 청구성립을 받으면서 제네릭 출시 기대감은 높아진 상황이다.
다파프로의 정당 단가는 684원이다. 제네릭 상한금액인 50%대가 아닌 프로드럭이라는 자료제출의약품이어서 90%를 받는 것이다.
또다른 약인 한국MSD의 스테글라트로(에르투글리플로진)와 자디앙은 낮은 함량 기준 각각 666원과 660원을 받는다. 다파프로와 유사한 정도의 금액이다.
즉 상반기 약가 획득은 빠른 진입을 통한 공격적 측면 외에도 오리지널 약가의 53.55%의 제네릭이 나오기 전 협상을 끝내야 한다는 대웅의 전략이 아니겠냐는 것이 업계의 반응이다. 회사가 목표로 설정한 3년 누적 1000억 원을 위한 복안이라는 뜻이다.
더욱이 국내 보험약가를 높게 받아야 향후 수출 시장에서 조금이라도 해당국 약가 산정 방식에 유리하게 작용한다는 점도 있다.
현재 대웅제약은 엔블로를 2025년까지 중국, 브라질, 사우디아라비아 등 주요 10개국에 진출시키는 한편 2030년에는 이를 전 세계 약 50개국으로 확장한다는 로드맵을 세웠다.
국내에서 외국약가 참조가격제(ERP)를 시행하듯 세계 시장에서도 국내 약가를 참고해 해당국의 약가에 이를 반영한다. 실제 아랍권 등 일부 국가에서는 국내 보험약가를 기준으로 자국내 가격을 책정하는 사례가 있다.
수출 과정에서 높은 약가를 받아야 향후 시장 진출에도 조금의 수익성을 더 확보할 수 있는 만큼 이번 약가 설정이 매우 중요한 상황으로 작용한다.
대웅제약 관계자는 "약가 등의 자세한 전략은 이야기하기 어렵다"면서도 "최대한 신속하게 협상을 진행할 수 있도록 노력할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