인슐린과 조건같은 일부 백신에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인구 비례 따른 인슐린 거점약국 지정, 약국가 동의 관건

국회 보건복지위원회 강기윤 의원(국민의힘)과 서정숙 의원(국민의힘)은 7일 식품의약품안전처(식약처) 국정감사에서 강화된 생물학적제제규칙으로 인한 약국의 인슐린 공급부족 사태를 문제를 따졌다.
서정숙 의원은 "인슐린은 당뇨환자들에게 공기와 같아서, 제때에 공급하지 않으면 생명이 위협받기 때문에 환우들끼리 인슐린을 보유한 가장 가까운 약국을 공유하며 찾아다니고 있다. 2차 계도기간 동안 인슐린을 공급하는 도매업체의 상황이 나아질지, 식약처가 대국민 서비스를 어떻게 할지" 등에 대해 질의했으며, 강기윤 의원은 그 개선책으로 "인구 비례에 따른 인슐린 거점 약국을 지정해 공급하는 방안"을 제시했다.
오유경 식약처장은 "1차 계도기간이 끝나고 환자단체와 충분하게 소통하지 못한 부분이 있었다. 환자의 마음을 헤아리며 2차 계도가 끝나기 전까지 확실히 마무리 하겠다", "거점약국 유통은 보건복지부나 대한약사회 등 유관기관과 협의 하겠다"고 답변했다.
약국 인슐린 부족사태는 지난 7월 17일부터 강화된 생물학적제제 콜드체인 규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조치가 본격적으로 행해지도록 되자 이 규정을 제대로 감당(비용과 인력 등)할 수 없는 의약품 도매유통업체들이 약국에 인슐린 공급을 포기하거나 배송 회수를 축소시킨 것이 원인이다. 식약처가 내년 1월17일까지 콜드체인 규정 위반에 대한 행정처분 조치를 2차로 유예해 급한 불을 껐지만 이는 임시방편의 미봉책이라 할 수 있다.
이제 곧 닥칠 3개월 후면 어떻게 될까? 이 과제를 확실히 마무리 짓겠다고 국감장에서 국민의 대표에게 공개적으로 약속한 오유경 식약처장은 어떤 방안으로 이 문제를 종결시킬까? 시간을 벌 수 있는 정책 카드는 2번이나 썼으니 더 이상 사용할 수 없을 것 같다.
이와 때를 맞춰, 한국의약품유통협회(유통협회)가 부산하게 움직이고 있음이 감지되고 있다.
우선 생물학적제제규칙 중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와 운영 및 관리 등에 대한 의무제는 백신류에만 한정시키고, 나머지 생물학적제제는 일반 온도계를 활용해도 되는 선택적 사항으로 완화하는, 규정 개정(안)을 이미 식약처에 건의한 것으로 알려졌다.
유통협회는 국회의원 주관의 '생물학적제제 배송 관련 정책 토론회' 개최를 추진하고 있으며, 환자단체에서도 정책 토론회 개최를 적극 추진하고 있는 만큼 유통협회는 이를 통해 업계의 현실적인 어려움을 정부 당국이나 환자단체 등에게 직접 호소할 계획인 것으로 전해졌다.
정책 토론회를 통해 의약품 도매유통업계에 우호적인 여론을 조성하고 이 영향력이 유통협회가 이미 건의한 생물학적제제규칙 개정(안)을 식약처가 받아들이는데 일조해 주기를 기대하고 있는 것으로 읽힌다. 콜드체인규정 강화와 관련해 유통협회가 이제까지 쓰지 않았던 정책 토론회를 추진하겠다는 것은 일종의 '진인사대천명(盡人事待天命) 전략'이라고 풀이된다.
생물학적제제규칙 중 의약품 유통업체와 직결된 수송 및 보관 내용의 근간은 의약품의 저장방법이라 할 수 있다. 인슐린류와 백신류의 저장방법은 어떻게 돼 있는지 약학정보원의 '의약품사전'에서 몇몇 제품들을 무작위로 뽑아 비교해 봤다.
초속효성 인슐린인 한국릴리의 '휴마로그(Humalog, 수입)'의 저장방법은 '밀봉용기, 냉장보관(2~8℃)'을 하도록 돼 있다. 노보노디스크제약의 '노보래피드(Novorephid, 수입)'의 경우 '밀봉용기, 동결을 피해 2~8℃ 냉장보관, 실온보관 시 4주'라고 돼 있다. 사노피아벤티스코리아의 '애피드라(Apidra, 수입)'는 '밀봉용기, 차광하여 냉장(2~8℃) 보관, 얼리지 말 것'이라고 표기되어 있다.
속효성 인슐린에 속하는 노보노디스크제약의 '피아스프(Fiasp, 수입)'의 저장방법은 '밀봉용기, 동결을 피하여 2~8℃ 냉장보관'을 하되 '사용 중일 때는 동결을 피하여 30℃ 이하 보관, 2~8℃ 냉장보관 가능, 차광을 위해 외부포장 안에 보관, 4주 이내 사용'으로 되어 있다. 한국릴리의 '휴물린 알(Humulin R, 수입)'의 경우 '밀봉용기, 냉장보관(2~8℃), 차광보관'으로만 돼 있다.
백신류의 저장방법을 보면, 서로 다른 것들이 눈에 띈다. 한국화이자제약의 코로나-19 백신인 '코미나티 주(Comirnaty inj. 수입)'는 '밀봉용기, 냉동 -90℃~-60℃ 보관, 차광보관'으로 돼 있다. 모더나코리아의 코로나-19 백신인 '모더나스파이크박스2 주(엘라소메란,이멜라소메란)(사스코로나바이러스-2 mRNA 백신) 수입'의 경우 '밀봉용기, 냉동(-50℃~-15℃) 보관, 차광 보관'으로 표기돼 있다. 한국얀센의 '코비드-19백신얀센 주(사스코로나바이러스-2 바이러스벡터백신), Covid-19 Vaccine Janssen Inj.1, 수입)'는 '밀봉용기, 냉동(-25~-15℃) 보관, 차광 보관'으로 되어 있다.
그러나 같은 코로나-19 백신이지만 한국아스트라제네카의 '백스제브리아(Astra Zeneca Covid-19 Vaccine Inj. 수입)'의 저장방법은 '밀봉용기, 냉장(2~8℃) 조건에서 차광하여 보관, 얼리지 말 것'으로 돼 있다. SK바이오사이언스의 국산 코로나-19 백신인 '스카이코비원멀티 주(Skycovione Multi Inj. 국내제조)'의 경우는 '밀봉용기, 냉장(2~8℃) 조건에서 차광하여 보관'해야 하는 것으로 나타났다.
인플루엔자(influenza) 백신들인 GC녹십자의 '지씨플루쿼드리밸런트 주(GC Fluquadry Balant inj.'와 보령의 '비알플루텍Ⅰ테트라(BR FlutechⅠTetra Vaccine inj.)' 및 일양약품의 '테라텍트프리필드시린지 주(Teratect Prefilled Syringe inj.) 그리고 한국백신의 '코박스인플루 4가 PF 주(Kovax Influ 4Ga PF inj.)' 등은 모두 저장방법이 똑 같은 '밀봉용기, 차광하여 2~8℃에서 동결을 피하여 보관' 하도록 돼 있다.
이를 보면, 한국화이자, 모더나코리아, 한국얀센의 코로나-19 백신을 제외하고, 한국아스트라제네카와 SK바이오사이언스의 코로나-19 백신을 포함해 국내 4곳 제약사들의 인플루엔자 백신 모두 저장방법은, 인슐린 저장방법의 핵심인 2~8℃ 냉장보관"과 완전히 동일하다.
따라서 식약처가, 자동온도기록창치 추가설치와 인력난 등으로 유통비용이 높아져 인슐린 공급을 포기했거나 타산이 맞지 않을 정도로 공급량이 아주 적은 약국에 배송회수를 축소할 수밖에 없는 도매유통업체들의 인슐린 공급 불안정 사태의 해결책으로, 유통협회가 건의한 것처럼, 현행 생물학적제제규칙 중 자동온도기록장치의 설치와 운영 및 관리 등에 대한 의무제를 백신류에만 한정하고 인슐린 등 기타의 생물학적제제는 일반 온도계를 선택적으로 사용할 수 있도록 개정하는 것은, 그리 쉽지 않을 것으로 보인다.
위 사례에서 봤듯이 인슐린 저장방법과 동일한 백신류가 적지 않는데, 식약처가 인슐린은 자동온도기록장치 설치 등의 의무에서 제외하고, 인슐린과 저장방법이 똑 같은 백신까지 백신류로 분류됐다고 해서 자동온도기록장치를 반드시 설치하고 그에 따른 운영과 관리를 해야 된다며 의무화시키는 것은 형평의 원칙과 동일한 저장방법의 과학성을 저버리는 자가당착에 빠지는 일일 것이기 때문이다.
국회 강기윤 의원이 제시한 인구 비례에 따른 인슐린 거점 약국을 지정해 공급하는 방안은 약사 사회의 동의가 선결 과제로 보인다. 약국도 경쟁이 치열한데 이게 과연 용이할까? 3개월밖에 남지 않은 기간에 식약처는 어떠한 카드로 '솔로몬의 지혜'를 발휘할까?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