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년간 기등재약 재평가 했지만 건보재정 절감액 미미
희귀·중증약 청구 2조5천억... 기금조성 의견 지속 제기

 청구서가 따라붙은 선물, 초고가약 치료제... 그리고 과제 

연간 1000만원이 투입되는 면역항암제의 건강보험 급여 등재를 망설일 때가 있었다. 면역항암제의 임상적 유용성과 비용효과성을 요리조리 뜯어보며 재고 또 재던 때가 불과 3~4년 전이다. 이제는 억대 치료제가 등장했다. 백혈병치료제 킴리아는 ‘평생 한 번만 투약하면 된다’는 점을 내세워 닫혀 있던 건강보험 재정의 문을 열었다. 킴리아만 있는 것은 아니다. 환자 접근성을 호소하며 급여화를 주장하는 신약들이 줄줄이 등장하고 있다. 한정된 재정 안에서 신약 접근성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은 없을까?

① 고가에 초고가, 신약 약값 왜 치솟나 
② 초고속 등재 킴리아에 묻힌 급여 이슈들
③ 급여밖에서 고통받는 환자들
④ 지출구조 합리화 갈림길 선 건보재정
⑤ 효과 좋은 신약을 급여검토에서 마냥 방치할 수는...

[끝까지HIT 3호]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2020년 기준 1인당 연간 소요비용이 3억원 이상 드는 약제는 13품목(10개 성분)으로 1469억원이 청구됐다. 2016년 377억원을 청구한 것과 비교하면 5년새 290% 급증했다. 이 같은 추세가 지속될 것으로 전망되면서 건보재정 지출구조 합리화 실현이 임박했다.  

출처 =복지부 고가약 급여관리방안 
출처 =복지부 고가약 급여관리방안 

국민건강보험공단에 따르면, 2020년 기준 건강보험진료비 86조 2000억원 중 약품비가 차지하는 비중은 23.6%로 20조 3000억원으로 나타났다.
 

건보재정 중 약품비 비중은 23%대 20조원 

약품비는 지난 2017년부터 2019년까지 지속적으로 감소하다 2020년 증가세로 전환됐다. 이때 진료비 증가율은 1.32%인 반면 약품비 증가율은 3.20%로 집계됐다. 또한 약품비 비중은 23%대를 유지하고 있으나 절대 금액은 평균 1조원 이상 증가했다.

약품비 규모가 커지는 것은 질병 구조와 의료 이용, 그리고 신약 도입 등 다양한 이유 때문으로 풀이된다. 약품비가 늘어나는 것은 고령사회 진입에 따른 자연스러운 현상이지만, 건강보험재정이 한정돼 있는 것을 감안하면 효율적인 지출구조를 갖추는 것이 정부의 숙제다.

20조에 이르는 약품비 현황은 어떨까? 2020년 건보공단 데이터 기준, 만성질환 약품비는 8조 6000억원으로 집계됐다. 전체 약품비의 약 42.2%다. 

구체적으로 보면 동맥경화용제가 2조 537억원을 청구했고, 혈압강하제가 1조 7769억원, 항당뇨병제가 1조 1552억원으로 나타났다. 치매 등 중추신경계용 약품비 점유율도 꾸준히 증가해 2018년 청구액 8위에서 2020년 6위(1조 449억원)로 상승했다.

항암제 약품비는 전체 9.3%를 차지하는 1조 9000억원이었다. 2017년 대비 2020년 항암제 급여혜택 환자수는 26.8% 증가했고, 청구액의 증가율은 63.2%에 달했다. 특히 고가약제 사용 증가로 청구액 성장률이 환자 수 증가율을 상회하는 것으로 분석됐다. 아울러 주목할 만한 점은 보장성 강화정책 이후 등재된 항암제 청구액 증가인데, △타그리소(1185억원) △아바스틴(966억원) △키트루다(790억원) △퍼제타(780억) 등 상위 20위권 내항암제 청구액(9797억원)이 전체 항암제 청구액의 절반 이상(51.3%)을 차지했다.
 

기등재약 재평가하고 있지만... 절감한 재정 ‘미미’

정부는 합리적인 약제비 지출을 위해 기등재약 재평가를 계획했고 상세 내용은 2019년 국민건강보험종합계획(2019 ~ 2023)을 통해 밝힌 바 있다. 기등재된 약제의 급여적정성을 재평가해 급여기준을 조정하거나 급여유지 여부를 결정하는 등 후속조치를 실시하는 것이 정부 방침이다.

이 같은 계획은, 2020년 콜린알포세레이트 성분 의약품을 대상으로 실행에 옮겨졌다. 

2016년 1676억원을 청구한 콜린 제제는 2019년 3525억원을 청구해 3년 평균 증가율 28%를 보였다. 그러나 콜린 제제는 미국 등의 국가에서는 건강기능식품으로 판매되고 있어 효과에 대한 의구심이 지속적으로 제기됐던 약제다. 결국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칼을 들었고, 식약처 허가사항 범위 가운데 치매관련 적응증만 급여를 유지하고 경도인지장애, 우울증 등은 본인부담 80%를 적용하는 급여기준 변경을 결정했다. 100품목 넘게 자진취하를 했지만 콜린 제제의 청구액은 줄어들지 않았다. 오히려 증가했다. 지난해 콜린 제제 처방액은 5022억원으로 5000억원을 돌파했다. 그리고 급여기준 변경 고시 취소소송도 진행중이다. 

2021년에는 비티스 비니페라(포도씨추출물/포도엽추출물)와 아보카도-소야, 은행엽엑스, 빌베리건조엑스, 실리마린 등 5개 성분에 대한 재평가를 진행했다. 이들 청구액은 1661억원으로, 정부는 1600억원 상당의 재정절감을 계획했다. 결과는 은행엽엑스와 포도엽추출물이 재평가에서 제외되고, 비티스 비니페라와 아보카도-소야가 재평가에서 생존하면서 빌베리건조엑스와 실리마린만 급여삭제가 결정됐다. 두 개 성분 청구액은 456억원이다. 하지만 2021년 재평가도 소송으로 이어졌다.

올해는 △스트렙토키나제/스트렙토도르나제 △알마게이트 △알긴산나트륨 △에페리손염산염 △티로프라미드 △아데닌염산염외 6개성분에 대한 급여적정성 재평가가 진행되고 있다. 규모는 2300억원이다. 

내년에는 판이 더 커져 △히알루론산나트륨 △레바미피드 △리마프로스트 △록소△리마프로스트 △록소프로펜 △아세틸-L-카르니틴 △에피나스틴 △레보설피드 △옥시라세탐 등 6140억원에 달하는 재평가가 예정돼 있다. 또다른 기전인 기준요건에 따른 상한금액 재평가도 앞날이 순탄치만은 않아 보인다. 
 

선별급여-선등재 후평가 등 신약급여 대안은 있는데…

앞서 기등재약 재평가 상황을 살펴본 이유는, 재평가를 통해 절감한 건보재정을 신약 접근성을 향상시키는데 사용할 수 있다는 기대 때문이다. 급여체계 정비 강화에 맞춰 진도는 나가고 있지만 실제 계획한 재정절감 효과를 거둘 수 있을지는 아직 지켜봐야 하는 상황이다.

이와는 별도로 업계에서는 신약 접근성 향상을 위해 다양한 대안을 내놓고 있다. 

문재인 정부 당시 의약품 비급여의 급여화로 선별급여제도가 운영됐다. 비급여를 대상으로 임상적 유용성, 비용효과성을 만족하는 의약품만 건강보험 적용하는 선별적인 등재 방식을 유지하면서, 불확실성이 있는 적응증에 대해서는 사회적 요구가 있는 경우 본인부담률(30%, 50%, 80%)을 차등 적용하는 것인데, 이를 신약 급여등재에 더 적극적으로 활용하자는 제안이다. 

유사하게, 면역항암제 등은 하나의 약제가 다양한 적응증을 가지는 만큼 적응증별 약가를 도입하자는 주장도 있다. 위험분담제 약제 중 급여기준 확대 시 추가 적응증에 대한 환급률을 조정하는 방식이다. 

암·희귀질환 치료 접근성 개선을 위해 기금 펀드 조성 얘기도 나온다. 실제 2020년 국민의 힘 이종성 의원은 암 검진, 암환자의 의료비 지원, 암 연구 및 진료 등에 관한 사업에 필요한 재원을 확보하기 위한 암관리기금을 설치하는 암관리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하기도 했다.

혁신 항암제들이 출시되고 있지만 고가에 비급여로 사용해야 하는 경우가 많다며 암 치료의 경우 건강보험제도의 운영 취지와 사회연대원리, 사회안전망 차원에서 별도의 재정 지원방안이 마련될 필요가 있다는 이유를 들었다.

또한 지난해 희귀중증난치질환 청구액은 약 2조 5000억원이었는데, 이달 14일 한국희귀·난치성질환연합회(회장 김재학)가 주최한 소아 희귀질환 정책토론회에서 심평원 유미영 약제관리실장은 "오랜 경험속에 희귀·중증 질환 치료제에 대한 보장성을 고려했을 때 이제는 별도 기금 마련 논의가 필요하다"고 밝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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