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원석·강형진 교수, 허가 기자간담서 킴리아 임상적 가치 발표
"급여 위해선 사회적 합의 필요해" "국내도 CAR-T 치료제 개발 나서야"
"CAR-T 치료제 개발 분야에서 한국은 전 세계적으로 약 10여년 정도 뒤쳐져 있습니다. 지금이라도 국내 CAR-T 치료제 개발에 빨리 뛰어들어야 합니다. 또한 (환자들의 접근성 측면에서) 높은 약가로 인한 급여와 제조 문제에서도 풀어나갈 점이 많습니다."(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
"(이전에 비해 사이토카인폭풍 등과 같은) 부작용 등을 임상 현장에서 해결할 수 있는 방법이 등장했습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CAR-T 치료제는 사망과 같은 예상치 못한 부작용도 여전히 존재합니다. 이를 막으려는 노력이 이뤄지고 있지만, 아직 완벽한 것은 아닙니다. 이를 풀어나가는 시도들이 현재 진행 중입니다."(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 교수)
2017년 킴리아(티사젠렉류셀)가 미국 식품의약국(FDA)로부터 허가를 받은지 4년 만에 국내에서도 허가를 받았습니다. 지난 5일 재발∙불응성인 ▷미만성 거대 B세포 림프종(DLBCL) ▷25세 이하 B세포 급성 림프구성 백혈병(pALL)에 대해 식품의약품안전처에서 제1호 첨단바이오의약품으로 허가를 받았습니다. 국내 허가를 받기 위해서 식약처에 허가 서류를 제출한 이후 약 1년 여간의 시간을 거쳤던 킴리아는 이제 보험 급여 등재와 복잡한 제조 과정으로 인한 다양한 문제에 직면했습니다.
김원석 삼성서울병원 혈액종양내과 교수와 강형진 서울대병원 소아청소년과 혈액종양분과 교수는 23일 온·오프라인으로 동시에 진행된 킴리아 국내허가 기자간담회에서 킴리아의 임상적 가치와 함께 다양한 화두를 던졌습니다. 히트뉴스는 두 연자의 발표 내용 토대로 킴리아의 환자 접근성 향상을 위해 해결 나가야 할 문제와 국내 기업과 연구기관 주도 CAR-T 치료제 개발의 필요성을 정리했습니다.
#1. 삼성서울병원과 서울대병원 중심으로 킴리아 전용 센터 설립
킴리아는 환자에서 채취한 T세포 표면에 암세포의 특정 항원을 인지하는 키메릭 항원 수용체(CAR)가 발현될 수 있도록 유전적으로 재조합시킨 후, 다시 환자의 몸에 주입하는 방식의 항암제입니다. 세포∙유전자∙면역치료제의 특성을 모두 갖춘 항암제로, 단 1회 치료로 다른 치료 옵션이 없는 말기 혈액암 환자들을 완전 관해에 이르게 하고, 지속적인 반응을 보입니다.
구체적인 임상 결과를 살펴보면, 성인 재발∙불응성 DLBCL 환자를 대상으로 한 JULIET 연구에서 투여 3개월 만에 전체 반응률(ORR)은 53%였으며, 39.1%에서 완전 관해(CR)에 달성했습니다. 투여 2년 시점에서 무진행 생존율(PFS)은 33%로 나타났습니다. 이런 임상 결과와 관련해 김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했습니다.
"해당 임상에 참여한 DLBCL 환자는 다양한 항암치료를 받고도 재발한 분들입니다. 구제요법(다양한 항암제 조합치료) 등으로 항암제를 바꿔도 치료에 효과를 보지 못한 분들입니다. 이런 환자를 대상으로 약 40%에 가까운 완전관해를 보인 것은 6개월 남짓 기대여명을 가진 환자가 1년 반~2년 가까이 생존했음을 의미합니다. 이는 매우 고무적인 임상 성적입니다. 환자들은 새로운 삶의 기회를 얻는 것입니다."

또한 소아 재발성∙불응성 ALL 환자를 대상으로 한 ELIANA 연구 결과, 투여 3개월 이내에 환자의 82%가 완전 관해(CR) 또는 불완전 혈액 수치 회복을 보이는 완전 관해(CRi)에 달성했습니다. 관해에 도달한 환자의 98%가 미세잔존질환(MRD)이 음성이었습니다. 6개월 시점에서 무사건 생존율(EFS)은 73%로 나타났습니다. 관련해 강 교수는 다음과 같이 설명합니다.
"완전관해는 내 몸속에 백혈구 세포가 현미경으로 봤을 때, 없어지는 현상입니다. 관해에 도달한 환자가 98%라는 것에서 킴리아는 혁신적인 치료제임에도 분명합니다."
두 임상 연구 모두에서 임상적 유효성을 입증했으며, 반응 지속 기간 중앙값(mDOR)과 전체 생존율 중앙값(mOS)에는 도달하지 않았습니다. 이는 반응을 보인 환자들이 킴리아 치료 후 효과가 지속되고 있다는 점을 반증합니다.

다만 킴리아는 기존 약제들과 달리 복잡한 제조 과정으로 인한 높은 약가로 급여 등재에 어려움이 있을 것으로 예상됩니다. 또한 기존 치료제와 같이 완성된 의약품을 병원에 공급하는 구조가 아니라, 병원에서 환자의 혈액세포를 공급하는 등 의약품 생산의 일부를 담당하고 있는 만큼 향후 노바티스에서 의료진에게 어떤 방식으로 금액을 배분할 지 정리해야 할 문제가 많습니다. 현재 노바티스 측은 치료센터 구축 관련 다음과 같이 밝혔습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 서울대병원을 비롯해 세브란스병원, 서울성모병원, 서울아산병원 총 5개 의료기관에 킴리아 전용 치료센터를 구축할 계획입니다. 첨단재생바이오법에 따라 각 병원은 인체세포 등 관리업 허가를 취득해야 합니다. 이와 함께 노바티스가 준비한 프로세스 인증 절차를 거치면 킴리아 센터로 신청이 가능합니다. 장기적으로 킴리아에 대한 사회적 요구도가 높아지면 센터를 확장할 계획도 있습니다."
킴리아는 의료진이 혈액세포 분리 등 다양한 과정에 참여합니다. 때문에 킴리아의 원료 일부를 병원에서 처리하기 때문에 의료진의 수가 문제와도 얽혀 있습니다. 관련해 김 교수는 아직 해결해 나가야 할 문제가 많지만, 우선 삼성서울병원의 경우 전담인력을 파견할 계획이라고 밝혔습니다.
"킴리아 생산과 처방 관련 의료진의 수가 문제는 아직 해결이 안 됐습니다. 우선 우리병원의 경우 수가 문제를 해결해 나가는 것이 복잡해, 해당 센터에 전담인력을 파견할 계획입니다. 노바티스와 논의 과정을 거치고 있지만, 글로벌 환경과 국내 환경이 매우 다릅니다. 현재 림프구를 없애는 과정에 대한 수가는 결정됐고, 이외에 다양한 부대 비용은 아직 논의 중입니다."
현재 삼성서울병원에서는 자가이식을 마친 환자가 킴리아 투여를 앞두고 있습니다. 아직 입원비 등을 합친 킴리아 처방 비용은 구체적으로 책정되지 않았지만, 대략 5억원 이상을 상회할 것으로 예측됩니다.
#2. 5억원 이상의 약가가 급여 등재로 이어질 수 있을까?
현재 한국노바티스 측은 킴리아 급여와 관련해 "킴리아 처방을 받아야 하는 환자의 기대 여명이 3~6개월인 만큼 급여가 되는 것이 무엇보다 중요하다"며 "이미 급여신청서류는 (건강보험심사평가원에) 제출한 상태이고, 급여 절차가 빨리 진행될 수 있도록 관계 당국에 성실하게 협조할 것"이라고 밝혔습니다.
두 교수는 킴리아의 높은 약가로 인한 급여 문제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한 문제라고 설명했습니다. 특히 김 교수는 항암제의 경우 환자가 전체 약가의 5%를 부담하는 제도를 좀더 유연하게 볼 필요가 있다는 견해를 밝혔습니다.
"5억원 이상 소요되는 킴리아의 전체 약가 중 95%를 건강보험 재정에서 부담하는 것에는 사회적 합의가 필요합니다. 킴리아의 경우 환자가 다시 삶을 얻는 혁신적인 치료제입니다. 향후 킴리아와 같은 약물은 쏟아져 나올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환자 본인 부담률 5%에 묶여 (급여가 지연되는 것에서) 더 많은 변화가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또한 킴리아는 현재 재발∙불응성 환자뿐만 아니라 초기부터 처방될 수 있도록 하는 다양한 임상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처방받는 환자의 수가 늘어나면, 점차 킴리아의 약가도 낮아지겠지만, 당장 고가 약제로 인한 의료적 불평등을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이런 상황에서 강 교수는 급여 적용뿐만 아니라, 더 큰 담론에서 국내 CAR-T 치료제 확보의 중요성을 강조했습니다.
"킴리아 임상 연구는 재발∙불응성 환자를 대상으로 할 뿐만 아니라 점차 치료 앞단의 환자를 대상으로 환자군을 넓히는 임상을 진행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자연스럽게 킴리아의 가격도 떨어질 것입니다. 하지만 여전히 비용의 문제는 사회적 숙제가 될 것입니다. 당장 5억원이 넘는 킴리아 약가를 경제적으로 감당할 만한 환자는 그리 많지 않습니다. 우리나라도 이제 경제적인 문제로 의료 불평등 문제가 본격적으로 촉발될 것입니다. 특히 킴리아 처방 환자수가 늘면 이런 불평등 현상은 더욱 심화될 것입니다."
또한 강 교수는 급여 문제와 함께 더 큰 담론에서 국내 신약개발 생태계에서도 CAR-T 치료제 개발에 적극적으로 나서야 한다고 강조했습니다.
"(급여의 문제를 푸는 것도 중요하지만) 더 큰 담론에서 킴리아와 같은 혁신적인 치료제를 우리도 개발할 수 있는 역량을 가져야 합니다. 병원과 대학의 연구 아이디어가 기업에서 구현될 수 있는 선순환 구조가 마련돼야 합니다. 미국의 경우 펜실베니아대학교에서 칼준 박사 주도로 개발된 CAR-T 세포치료제 기술이 노바티스에 기술이전돼 '킴리아'라는 의약품으로 탄생했습니다.
킴리아와 같은 생명을 담보로 한 고가 약물은 앞으로 계속 등장할 것입니다. 우리가 (킴리아와 같은 약물 개발에 나서지 않으면) 우리가 반도체나 자동차로 벌어들인 재정을 킴리아와 같은 고가 약을 사는데 써야 할 것입니다. 바이오 시대를 살아가는 우리에게 킴리아가 던져 준 숙제입니다."
#3. CAR-T 치료제의 미래…부작용 줄이면서 점차 앞단 치료제로 거듭날 것
킴리아를 비롯한 CAR-T 치료제의 가장 큰 문제는 사이토카인스톰 현상으로 환자가 사망에 까지 이를 수 있다는 것입니다. 킴리아 기전을 살펴보면, T 세포를 활성화 시켜 환자의 몸 속에 주입하는 과정에서 T 세포가 사이토카인을 뿜어내면서 환자의 사망으로까지 이어지는 사례가 발생했습니다. 그러나 현재 사이토카인의 주요 원인이 인터루킨(IL) 6로 밝혀지면서,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제가 등장했습니다. 결과적으로 현재 사이토카인으로 인한 사망 사례는 점점 줄어들고 있습니다.
중추신경계 관련 부작용 역시 스테로이드 등 이를 해결할 수 있는 약제들이 등장하면서, 임상 현장에서 어느 정도 부작용에 대처할 수 있는 토대가 마련됐습니다. 그럼에도 킴리아와 외에 현재 임상시험을 진행 중인 다양한 CAR-T 치료제에서 사망과 같은 치명적인 부작용이 나오면서, 아직 사이토카인에 대한 부작용 역시 완전히 해결한 것은 아니라고 강 교수는 설명했습니다.
"미국에서 진행된 CAR-T 임상시험 중 CD19을 타깃으로 하는 임상시험에서 5명이 연속으로 사망하면서, 임상이 전면 중단되는 사건이 있었습니다. 또한 초기에 사이토카인스톰으로 인해 사망하는 사건도 여전히 발생하고 있습니다. 이러한 부작용을 줄이기 위한 다양한 연구가 진행되고 있습니다. 특히 CAR-T 치료제의 작동을 조절 할 수 있는 임상도 진행 중입니다. 향후 안전성을 강화하는 4~5세대 CAR-T 치료제 개발이 진행될 것입니다.
이와 함께 기존 CAR-T 치료제가 약화돼 더 이상 효과를 보지 못 하는 경우도 발생합니다. 암 세포가 해당 CAR-T 세포를 회피하기 위해 CD19을 더 이상 발현하지 않는 현상이 나타나며, 재발이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를 막기위해 큐로셀 등 다양한 회사에서 강화된 CAR-T 치료제를 개발하고 있습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