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약바이오업계 앵커로 맹활약하는 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회장

"변곡점에서 있다면 승부를 걸어야 한다. 그렇지 않으면 변하지 못 한다. 트렌드를 내다보고 가는 게 리더십이다.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라고 외치니 지금은 일반명사처럼 알아듣지 않는가. 미래가치는 선점해야 한다. 선도적이어야 한다."

우연히 최근 함께 한 자리에서, 27일 신년 온라인 기자간담회에서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을 만났다. '한가지에 꽂히면 끝까지 관철시키고야 마는 집념의 소유자'로 알려진 그는 제약주권 실현과 국내 기업들의 글로벌 성공시대를 제약바이오산업에 부여된 시대적 과제로 인식하고 있다.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7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안보 강화 ▲블록버스터 창출 ▲글로벌 진출 가속화 ▲산업 환경 혁신 등 4대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희목 한국제약바이오협회장은 27일 오전 온라인으로 열린 신년 기자간담회에서 ▲보건안보 강화 ▲블록버스터 창출 ▲글로벌 진출 가속화 ▲산업 환경 혁신 등 4대 과제를 실천하겠다고 밝혔다. (사진제공=한국제약바이오협회)

원 회장의 외침 중에 국내 제약업계가 폭넓은 이해관계자들과 협업을 통해 '전략적 제휴'를 맺어야 한다는 점이 마음에 내려 앉았다. 의지와 취지는 충분히 이해하지만, 산업 생태계에서 "실 사례가 있었나" 골똘히 생각해 보았지만 성과까지 연결돼 떠오르지는 않았다.

원 회장은 2017년 취임 당시, 소통과 혁신을 '오픈 이노베이션'이라고 표현했고 이후 협회를 대표하는 자리에서 항상 "글로벌 빅파마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주목하고 있다. 산업계도 알고, 대응해야 한다"는 필요성을 강조해왔다.

일부 상위제약회사들이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후보물질을 기술수출 한 사례는 있어도 허가까지 완주한 경우는 없어 일각에선 "우리도 이제 글로벌 신약에 도전해야 할때라"는 이야기도 나온다. 원 회장도 "국내 업계가 폐쇄적이었다"고 했다. 가진 적 없고, 배운 적 없는 업계에 추진 의지를 심어주려면 협회는 주선자, 설명자가 돼야 한다. 그가 외치는 이유인 것이다.

이런 가운데 유한양행이 오스코텍 자회사 제노스코에서 폐암치료 후보물질 '레이저티닙'을 도입한 뒤 임상 개발을 해 얀센에 기술수출하고 31호 국산 신약 '렉라자'를 조건부 허가받았다. 국내 업계에서 오픈 이노베이션의 대표적 사례가 됐다.

누구보다 유한양행이 잘했지만 글로벌 기업, 바이오벤처, 학계, 의료기관 등과 협력안에서 이뤄진 돋보인 성과다. 원 회장은 앞으로 정부의 전폭적인 지원에 힘입어 지난해 협회와 56개 제약사가 출연, 설립한 한국혁신의약품컨소시엄(KIMCo, 킴코) 등이 성과를 낼 것이라고 기대하고 있다. 

원 회장에게 부여된 숙제는 많다. 오픈 이노베이션(개방형 혁신)의 진화한 형태인 오픈 콜라보레이션(개방형 협력)을 강조하며 정부에 정책적 지원의 실행을, 산업계에는 사업 추진의지를 북돋을 '앵커'가 돼야 한다. 중견·중소업체의 변화는 돕고 애로를 귀담아 듣고 해소하는 역할도 마다할 수만은 없다. 그는 "협회는 큰 회사들만을 위한 곳이 아니다. 작은 회사도 나름의 정책을 갖고 고민 중에 있다. 의논하며 모델을 만들겠다"고 했다.

원 회장은 약사로 강원도에서 약국을 운영하다 상경해 30대 후반 서울시 강남구약사회장이 됐다. "일 잘한다"는 평가를 받으며 2000년 의약분업 당시 대한약사회 총무위원장을 맡았고 대한약사회 제33·제34대 회장을 수행했다. 

한국제약바이오협회에는 2017년 취임해 잠시 물러났다가 복귀했다. 지난 19일 협회 이사장단은 임기 연장을 만장일치로 의결했다. 약사회장으로서는 약사 직능발전을 위한 회무, 제약바이오협회장으로서는 산업계 미래 가치를 판단하고 제시하는 일에 집중하고 있다.

특히 원 회장은 안개처럼 복잡한 상황을 명징한 한마디, 자료 한장으로 돌파하는 능력이 있다. 의약분업 당시 거세게 반발하는 약사들을 설득하기 위해 1983년부터 1998년까지 의약품 총생산대비 의약품 소비량을 조사한 통계였다. 1983년 의약품 총생산 75%를 약국에서 소비했으나 정확히 15년 후 75%를 의료기관에서 소비한다는 통계였다. 현실에 안주하면 미래가 없고, 미래를 열려면 완전 의약분업 뿐이라는 메시지가 통했다.

"한 뼘 짜리 도표로 설득할 수 있었다. 의약분업이 안되면 향후 생산량 대비 소비량이 어떨까 전망할 수 있었고, 약사 직능의 미래와 위기를 보여줬기 때문이다."

원 회장은 제약바이오 협회장에 취임한 뒤 '제약산업은 국민산업'이라고 외쳤고, 2020년 코로나 시대는 이를 정확하게 인식하도록 했다. 제약산업에 관한 국민의 관심을 불러일으킨 뒤 그가 외치는 '짧은 말'은 오픈 이노베이션, 오픈 콜라보레이션, 글로벌 진출, 지금이 승부를 걸때 등 다양하다. 이처럼 좋은 분위기에 힘을 모으자는 것이다.  "공직으로서 마지막일 지 모른다"는 그는 임기 2년 간 오픈이노베이션과 글로벌 진출 기반을 튼튼히 하는데 더 주력할 계획이라고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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