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우리가 잘하는 생산 플랫폼 기반 R&D 모델로 승부"
Hiterview| 유용환 이연제약 대표

생산 플랫폼 공유모델을 근간으로 R&D 특화기업을 지향하는 이연제약 유용환 대표. 그는 인터뷰 도중 여러 차례 선친 유성락 회장의 이야기를 꺼냈다. "사회에 기여하며 곧게 끝까지 이어가야 한다"는 유지도 그 중 하나였다. 10년 영업이익을 웃도는 2400억원을 충주공장에 투자한 '배짱'은 선친에게서 배운 업(業)에 대한 이해 덕분이다.

"제약산업을 꼭 해야할까?" 이를 고민하며 유 대표가 찾은 돌파구는 경제적 R&D 모델이었다. 충주공장이 파트너사의 임상시험을 효율화하는 생산 플랫폼이 될 수 있는데 착안한, 이른바 공유모델 콘셉트다. 최근 유용환 대표를 이연제약 본사에서 만났다.
원료의약품을 수입해 단순 제조, 판매하는 제약산업 현실을 타파하려 1955년 의약품 원료 국산화를 목표로 이연합성연구소로 개소한 것이 이연제약의 출발점이었다. 1964년 11월 이연합성약품공업주식회사라는 상호로 법인 설립했다. 사명은 "생명의 이치를 연구하는 제약기업"이라는 뜻을 담고 있다.
2016년 유전자치료제 및 천연물치료제 생산대행업 등을 신규 목적사업에 추가하며 향후 충주공장과 생산기술을 활용, 생산 기반의 R&D 사업을 펼칠 계획이다. 2017년부터는 신기술 개발 및 연구용역사업 등을 포함, 오픈 이노베이션 전략을 추진하고 있다.
지난해 연결재무제표 기준으로 매출 1316억원, 영업이익 79억원, 순이익 60억원을 기록했다. 케미칼 사업과 영업망 확대 전략으로 매해 성장하고 있다.
코로나19 사태가 터지면서 오히려 제약바이오 산업에 대한 관심이 더 커졌어요. 이연제약도 관련 아이템을 갖고 있죠? 경영자로서 어떠신가요? 요즘.
"제약산업은 긴 호흡으로 접근해야 하는데, 요즘같은 기대는 부담스러운 면도 있습니다. 우리 회사도 항생제인 테이코플라닌, 아르베카신 등에서 코로나19 치료 가능성을 확인했어요. 기대를 현실로 만드는 단계를 거쳐야 하는데, 산업을 이해하지 못한 상태에서 나오는 응원은 자칫 압박이 될 수도 있어요. 선대 회장님을 통해 제약산업을 배우고 이해하는데 저도 꽤 오랜 시간이 걸렸어요. 한 때는 이 산업을 계속해야 하나 하는 고민도 했었거든요."
10년 영업이익을 공장건설에 투자하는 결단력이 있는 데, 제약산업을 계속해야 할지 고민했다는 게 얼른 납득되지 않습니다.
"투자 만큼 이익을 빨리 회수할 수 있을까 하는 우려가 늘 덜미를 잡았어요. 이연제약 65년 동안 크고 작은 위기가 여러 번 있었거든요. 걱정과 고민이 없을 수 있겠어요? 하지만 제약산업의 목적은 그 자체로 '사회적 기업'이란 말이지요. 제네릭을 하든, 신약을 하든 다 마찬가지에요. 어떻게 효율적으로 경영할 수 있을까. 운영할 수 있을까 고민하다 만들어진 게 지금의 생산 기반 R&D 사업모델이에요."
이연제약은 cGMP 인증과 공급 능력 확대 및 경쟁력 확보를 목표로 2017년 8월 충주 바이오 공장 건립에 800억원을, 2019년 2월 충주 케미칼 공장 건립에 1600억원 투자를 결정했다.
2014년 충주공장 건설을 위해 충북 충주시 대소원면에 2만3000평(75.872㎡) 규모 부지를 매입했다. 향후 충주공장에서 유전자치료제를 비롯한 바이오 의약품과, 주사제와 내용고형제 등 케미칼 의약품을 동시 생산한다. 추가 제형 생산이나 생산량 증대도 대처하고 있다.

기억하고 싶지 않은 이야기일 수도 있는 데, 그 위기들은 뭔가요.
"이연제약의 출발은 원료의약품을 연구하는 이연합성연구소였어요. 덩치도 작은 이연이 왜 R&D에 집착하는지 이해되실 거에요. 창업자께서는 애초부터 제약사업에 대한 개념이 명확했던거지요. 이 과정에서 경영난이 생겼고 당시 회사에 투자했던 저희 집안이 해결에 나서다 인수까지 하게 됐어요. 회사를 정상화시키는 과정에서도 여러 어려움이 있었지만 선대회장께서도 신약이나 R&D에 대한 의지가 강했어요. 당시로는 최첨단 시설이었던 진천공장을 대장균 관련 연구를 하면서 건설했고 이 생산라인에 얹힐 제품을 또 2~3년에 걸쳐 개발했어요. 테이코플라닌, 황산아르베카신 등 주력품목들이 다 그렇게 만들어진 겁니다. 그러다 IMF가 왔고... 어쨌든 어린 시절 저는 이사만 24번을 다녔다는 말로 대신할게요."
고민 끝에 만들어진 이연 만의 사업전략 이야기로 돌아가볼게요. 생산시설에 초점을 맞춘 이유가 궁금합니다.
"선대회장님 시절 경험 등이 모두 좋은 교훈이 된거라고 생각해요. 생산시설이 있어도 제품이 없으면 소용없고, 만들 제품이 있어도 생산시설이 없으면 어려워지거든요. 우리가 창업 초기부터 잘 가꿔왔던 생산시설, 그 노하우를 잘 활용한다면 효율과 시너지를 한 꺼번에 잡을 수 있는 R&D 전략을 만들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까지 하게 된거에요.

신약개발력을 갖춘 벤처들과 접촉하고 이야기해보면 그들에게 부족한 부분이 바로 생산이라는 사실을 알 수 있어요. 바이오는 특히 더 그래요. 임상시험 단계가 올라갈수록 임상약 생산 수요는 급속히 커지거든요. 우리의 생산 플랫폼이 파트너사의 임상과 결합하면 더 없이 좋은 시너지가 날 수 있겠다 판단했어요. 비용을 줄이면서도 파이프라인 관리를 효율적으로 할 수 있겠다는 생각이 상상만은 아니었던 거지요.
10~15년 걸리는 신약개발 과정에서 비용(투자)은 늘 부딪히는 문제일 수 밖에 없어요. 이연의 생산기반에 파이프라인을 얹으면 투자부담을 확 덜어낼 수 있는 시너지를 확보할 수 있어요. 협력관계를 통해 우리는 우리 자본의 한계를 극복하면서 파이프라인을 동시다발적으로 도입할 수 있는 장점을 얻는 셈이죠."
오픈 이노베이션을 통해 바이오 및 케미칼 파이프라인을 상품화하는 R&D를 병행하고 있다. 파트너사와 계약을 맺고 의약품 임상·개발에 참여, 충주공장에서 생산·상용화까지 대응하겠다는 게 '생산중심의 R&D'다.
퇴행성 뇌질환 치료 항체 후보물질을 가진 ▲뉴라클 사이언스, 이 곳의 관계사로 아데노 부속 바이러스(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 기술을 가진 ▲뉴라클 제네틱스, 천연물의약품 및 바이오의약품을 연구개발하는 ▲지앤피바이오사이언스와 공동 연구개발계약을 체결, 파트너십을 유지 중이다.
지난해 큐로셀과 '항암 유전자세포치료제(CAR-T)' 상업 생산을 위한 조인트 벤처 설립을 추진했으며 올해 미국 인터바이옴 사와 바이러스 기반 유전자 치료제의 위탁생산 사업을 위한 현지 조인트 벤처 설립을 추진하고 있다.
차별화된 모델입니다.

"생산과 R&D를 연계하는 사업모델은 사실 선대회장께서 돌아가시기 전 대부분 잡아두셨던 겁니다. 성과를 눈앞에 두고 돌아가셔서 자식으로서 느끼는 안타까움이 큽니다. 생산시설을 플랫폼화하고 R&D 협력관계에 있는 기업들과 공유한다고 할까요. 물론 비즈니스 계약에 의한 윈윈 협력인거죠."
충주공장 투자는 이연에게 담대한 도전이라는 생각이 드는 데, 대표님 포부를 듣고 싶습니다.

"인터뷰 질의서를 보면서 우리가 정말 막대한 투자를 했구나 하는 생각이 새삼 들었어요. 경영전략상 생산시설은 우리에게 가장 중요한 비전이고 미래라고 생각합니다. 내년 6월까지 바이오 부문 생산시설을 완공하고 다음으로 케미칼 분야 시설을 준비하는 등 단계적으로 진행해나갈 예정이에요. 2023년에는 생산 플랫폼을 통한 결실을 하나씩 선보일 수 있을 거라 자신합니다. 함께 고생하며 노력해준 임직원분들이 보람을 느낄 수 있도록 저부터 더 노력하겠습니다."
1974년 생으로 University of Pennsylvania를 졸업했다. 2010년 이연제약 과장으로 입사, 기획과 개발(R&D) 부문에서 근무했으며 경영지원본부장으로 승진한 뒤 경영 전반을 관장했다.
2016년 정순옥 회장과 함께 각자 대표로 부사장에 올랐으며, 2019년 대표이사 사장으로 승진해 경영을 총괄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