식약처와 보건복지부의 조직분리가 계속될 것인가
김강립 신임 식약처장 인선에 대해 일각에서는 조직 현안 문제와 연결해 교체배경을 찾기도 하지만, 이의경 직전 처장이 재임기간 동안 있었던 많은 복잡한 현안들을 부드러우면서도 의연하게 잘 헤쳐나왔다는 평이 많은 만큼 이번 식약처장 인선은 코로나19 대응과정에서 이루어낸 K-방역의 성과를 한층 증대시키려는 현 정부의 큰 그림에서 이루어진 것이 아니냐는 분석에도 무게가 실린다.
새로운 수출효자품목이 된 된 K-방역. 그리고 보건복지부의 외청으로 질병관리청의 신설. 신임 처장의 임명배경의 하나로 "범부처 협력을 통한 코로나19 치료제·백신 개발 지원을 성공적으로 해결해 나갈 것으로 기대한다"는 청와대의 발표.
우리나라에서 자동차 산업이나 전자산업과 달리 의약품 산업은 지금까지 주력산업이 아니었다. 한미FTA에서 자동차산업의 이익을 위해 의약품분야를 많이 양보한 것도 그 때문이었다. 그런데, 언제부터인가 후발국이라서 불가능한 줄만 알았던 국내 제약사의 글로벌 진출의 쾌거가 연이어 들려오기 시작했다. 그리고, 놀라운 K-방역의 후광으로 의약산업에 대한 기대수준이 높아지고 있다.
보건복지부의 식품과 의약품 행정조직을 합쳐 1998년 보건복지부의 외청으로 식약청이 발족할 때는 산업적인 측면의 시너지 효과보다는 식·의약품 행정의 신뢰성을 높이는 것이 국가적 관심이었다.

결과적으로 식품과 의약품 행정조직을 합쳤고 농림부에서 축산업무 일부를 이관받아 더 커지고 보건복지부에서 분리되어 2013년 국무총리 소속의 식약처로 승격되었지만, 정치권에서도 입장이 엇갈려 식약청이 발족한 이후 2006년 이해찬 총리 시절에 식품안전전담조직을 신설하고 의약품조직을 다시 보건복지부내로 편입하려는 시도가 거의 성사단계까지 간 적이 있었다.
보건분야쪽 입장에서는 오래전부터 보건부의 분리 신설이나 보건복지부의 복수차관제 도입을 주장해왔다. 그러나, 관련 산업적 시너지 효과보다는 안전관리 차원이 더 부각되었다.
그래서, 사회적 합의는 신뢰성 향상이라는 가치를 얻을 수 있는 식품과 의약품 행정의 통합이었고 최근까지 이 시대에 대한 불편한 시각은 크게 두드러지지 않았다.
지금은 어떠한가. 식약처장 인선 배경과 같이 보건분야의 범부처 협력을 통해 시너지 효과를 내는 것에 국가적 관심이 쏠려있다.
보건복지부 차관을 식약처장으로 임명한 것은 식약처가 보건복지부에서 분리된 지금에 와서 보건분야 협력이 절실해진 정부는 식약처와 보건복지부가 하나의 조직으로 협력하기 어려워진 점을 타개하고자 하는 노력의 일환이라고 할 수 있다.
그런데, 조직체계가 아닌 사람의 힘으로 충분한 시너지 효과가 가능할까.
올해 6월 미래통합당 성일종 의원은 보건복지부를 의정(醫政) 및 약정(藥政)·보건위생·방역·건강정책 및 건강보험·보건산업 등 사무를 소관하는 ‘국민보건부’와 생활보호·자활지원·사회보장·아동·노인 및 장애인에 관한 사무를 담당하는 ‘복지부’로 구분토록 하는 정부조직법 개정안을 대표 발의했다.
주목되는 것은 국민보건부의 사무에 '약정(藥政)'을 포함시켰다는 것이다. 식약처의 의약품행정 사무를 국민보건부의 사무에 포함시킨 것이다.
이번 발의법안에는 식약처의 의약품 행정조직에 대한 언급은 없었다. 담당 사무에는 포함시키고도 실제 식약처 의약품 행정조직의 이관 등에 대한 언급을 하기 어려웠던 것은 식약처가 보건복지부에서 이미 분리되었기 때문에 국민보건부 조직에 포함시키기에는 식약처 식품조직을 어떻게 할 것인지 등 고려해야 할 일이 너무 많았기 때문인 것으로 보인다.
보건복지부는 성일종의원 발의법안에 대해서 반대의견을 표명했지만 보건부의 분리 신설에 대한 동의 여부와 관계없이 정부나 정치권이 식약처가 보건복지부에서 분리되어 있는 것에 대해 문제점을 인식하기 시작한 것일 수 있다.
아직 보건행정조직의 변화방향에 대해서는 말이 없지만 일단, 사람의 힘으로 시너지 효과를 이루어 보려는 노력이 시작되었다. 그리고 일정 시간이 지나면 평가가 될 것이고 보건분야 조직개편의 방향도 거기에 달려있을 것 같다.
참고로 우리나라 식약처의 모델인 미국 FDA와 우리나라 질병관리청에 해당하는 미국 CDC의 상급기관은 모두 미국 보건복지부(Department of Health & Human Services)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