간이검사 급여화, 의료계는 결사반대…시민단체·복지부는 필요성 공감

제43회 심평포럼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 필요성 논의

인플루엔자(독감) 간이검사 급여화와 관련, 결사반대를 외친 의사단체와는 달리 시민단체와 보건복지부는 필요성을 인정했다. 저렴·신속하며 정확도 또한 높다는게 그 이유다.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30일 오후 심평원 서울사무소 대강당에서 '인플루엔자 간이검사' 급여화 필요성을 주제로 한 제43회 심평포럼을 개최했다. 

이날 이현종 대한이비인후과의사회 학술이사와 김소희 심평원 심사평가연구실 약제정책연구부 부연구위원은 '임상현장에서 경험하는 인플루엔자 진단 및 치료, 1차 의료기관 다기관 연구'와 '인플루엔자 A·B 바이러스 항원검사 실시현황 및 급여 적정성 분석' 주제로 각각 발표를 진행했다.

신영석 한국보건사회연구원 선임연구위원을 좌장으로 한 토론에는 대한감염학회 서유빈 정책기획위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위원, 대한이비인후과학회 이승훈 보험이사, 하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대한병원협회 서인석 보험이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 한겨례신문 김양중 의료전문기자,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이 참여했다.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위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위원

대한소아청소년과학회 은병욱 보험위원=우리 학회는 소위 '부실 급여화'에 대해 반대하는 입장이다. 급여화 논의는 상당한 시기상조이며 아직 준비가 미흡하다. 최근 인플루엔자 진단 신속항원검사가 응급실과 중환자실에서 급여화됐다. 일선에서는 '안 그래도 전달체계가 왜곡됐는데 이로 인해 더 왜곡될 것'이라고 우려한다. 외래에서 맡아야 할 소아 환자가 응급실에 가서 검사할 거라는 우려도 있다. 

또, 어떤 항목을 급여화할 때 적응증을 정하는 경우가 많은데 신속항원검사의 경우 임상 진료 현장에서 적응증을 맞춰 급여화를 결정하는 건 현실적이지 않다. 빠른 시간에 환자를 봐야 하는 우리나라 진료 환경에서는 어려움이 있다. 만일 급여화할 경우 선진국 추세인 신속 분자병리검사는 고려될 수 있다. 입원 시 좀 더 정확한 검사를 선호하는 면이 있는데, 현재 상황에서는 신속 분자병리검사를 신속항원검사로 대체하기는 불가능하다.

불필요한 검사를 남발하지 않고 인플루엔자 검사를 통해 잘못된 항생제 처방을 줄이기 위해서는 진단 시 알고리즘이 정해져 있어야 한다. 그래야 진단 가치를 높일 수 있다. 비용 효과성의 경우 질병 부담에 관한 연구가 명확히 돼야 한다. 끝으로 사회적 요구도의 재정 영향, 유병률, 환자의 경제적 부담까지 모두 통합해서 고려하는 게 필요하다고 보며, 이러한 부분을 종합적으로 판단했을 때 결론적으로 급여화 논의는 시기상조다. 

하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하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

하상철 대한개원내과의사회 의무이사=우리 의사회도 간이검사의 '졸속 급여화'에 반대하는 입장이다. 졸속이라고 얘기하는 건, 수가 결정 시 의사단체의 협의가 필요한데도 상대가치 점수와 수가를 일방적으로 결정한 것이다. 현실 파악을 못 하고 탁상행정에 그친 것에 실망하고 있다. 나는 독감 간이검사를 직접 하는 사람으로, 해당 검사는 난도가 있으며 시간도 많이 든다. 키트, 검체 채취 난이도, 비출혈 등을 전부 간과한 지금의 수가체계는 문제가 있으며, 감염 위험 상황에 대한 감염관리료 수가가 책정돼야 한다.

또, 시간적인 면이 간과돼 있다. 1차 의료기관에서는 환자가 발열이 나면 증상을 물어보고 진료를 한다. 이후 독감 가능성이 있으면 독감 키트로  검사를 하는데, 이때 5~10분이 흘러간다. 판독한 다음에는 최종 진료까지 가야 한다. 최종 진료까지는 20~30분이 그냥 흘러간다. 한 명의 환자를 보는 동안에는 밖에서 환자들이 왜 안 나오냐며 아우성친다. 시간이 걸리기 때문에 나오지 못한다. 이 같은 디테일한 면을 협의 없이 일방적으로 1만3350원을 산정해놨다. 의사들의 희생만 강요하는 수가다. 현저히 낮게 책정된 수가는 인정 못 한다.

심평원·정부·건보공단에서 재정을 확충한 다음에 급여화 해도 늦지 않다. 뭐가 그렇게 급한지? 우리는 심평원과 복지부가 정해놓으면 끌려가는 노예가 아니다. 또, 지금 수가에서는 의원급 개원의가 철저히 외면됐다는 게 문제다. 급여화는 좀 더 시간을 가지고 진행했으면 한다. 내과 대상으로 조사한 결과, 간이검사 관행가 3만원 이상이면 급여화를 찬성한다는 응답이 58% 나왔다. 정부가 지금과 같이 밀어붙일 경우 우리 의사회의 89.5%는 반대한다. 이렇게 졸속으로 밀어붙이는 건 아니라고 본다.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

한국환자단체연합회 이은영 이사=수가와 상대가치 점수 재평가는 관련 전문가가 결정할 부분이다. 환자단체에서는 의료 질 담보에 대한 적정수가 보장이 맞다고 본다. 그 적정수가는 전문가를 비롯해 각계에서 합의한 내용이 돼야 하며, 환자단체에서는 얘기할 수 없다. 그러나 독감 간이검사에 대한 환자 요구도는 명확하고 크다. 우리 주변에서도 동네 의원에 찾아가서 진료를 받고 타미플루를 처방받는 경우가 많다. 우리 사무국에서도 몇 명이 독감때문에 출근하지 못했다. 

비용적 측면 등을 고려해 얘기할 때 당연히 환자들은 급여화에 대해 환영한다. 최근 환자단체는 건강보험 재정을 같이 고민해야 한다는 논의를 진행한다. 그렇다면 이건 장기적으로 봤을 때 필수의료로 가야 하지만 우선 선별급여를 통해 현장 모니터링을 하고 이후 적정성이 나오면 그 수치에 대해 수긍·동의해야 한다. 우리는 비전문가들이지만, 1차 의료기관에서 확대되면 남용될 수 있다는 건 안다. 제어 장치와 함께 고민할 건 모니터링이다. 선별급여든 뭐든 적용한 뒤 보장성 강화 측면에서 급여화한다는 것에는 반대할 수 없다. 

결론만 말하자면, 급여 확대는 필요하다고 본다. 재정 부담이 있다면 선별급여를 우선 진행해야 하며, 그에 따른 상대가치 점수 재평가와 수가는 전문가 영역에서 심도 있게 논의했으면 한다.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

보건복지부 손영래 예비급여과장=독감 간이검사는 이제 급여화에 착수해야 하는 단계다. 급여화 검토는 올 하반기에 들어가지만, 일정은 확정하지 못한 상태다. 급여 필요성 자체는 아카데믹한 측면에서 충분히 있다. 타미플루 자체가 급여화됐고 간이검사 정확도도 높은 편이며 보험기준 자체도 간이검사에서 양성이 나오면 양성으로 간주해 급여를 적용하다 보니 아카데믹한 측면에서 간이검사를 급여화해야 하는 상황이다.

간이검사를 급여화할 때 고려 사항은 빈도, 수가 수준, 비급여 손실 보전이다. 빈도의 경우 검사가 한번이 아닌 두세번 반복될 수 있고, 감기 증상이 있는 모든 환자가 대상군이 되므로 어느 수준으로 기준을 잡아 관리할 것인지 고민이 필요하다. 또, 수가를 정해서 급여화하게 되면 수가와 관행가의 차이로 의료계는 손실을 볼 가능성이 크다. 손실분을 어느 정도로 하고, 어떤 수가항목(감염관리료 신설 등)으로 의료계에 손실을 보전할 것인지가 큰 논쟁사항이 될 거다. 

이 과정을 위해서는 의료계와 협의체를 구성해 오래 논의해야 한다. 관계된 과가 많고, 개원가·중소병원에서 비급여를 크게 점유한 상태여서 학계·대학병원보다는 개원의사회와 논의해 급여화 방안을 마련하는 과정이 필요하다. 지금은 급여화 여부 논쟁보다는, 어떻게 기술학적으로 적절한 급여화 솔루션을 찾을 것인지가 쟁점이다. 이 부분은 하반기 의료계와 논의해 다들 동의할 수준의 안을 만들어서 급여화하는 쪽으로 추진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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