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16]

최근 한 모임에서 오랜동안 은행에서 근무한 후 퇴직한 친구를 만났다. 그녀는 인생 2막을 준비하며 관심있는 분야의 자격증을 취득하고 할 일을 알아보고 있었다. 그런데 얼마 전 그 친구의 지인이 한 회사 재정부에서 일할 기회를 소개했다고 한다. 그녀는 며칠을 고민하다가 거절했다고 했다. 이유를 물으니 "자신이 없어서" 라는 대답이 돌아왔다. 종일 근무가 부담스럽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다행히 소개한 사람이 친구의 거절을 즉시 수용하지 않고 다시 생각하고 2주일 후에 답을 달라고 했단다.

시작도 하기 전에 포기하고 회피하는 경향이 있다면 자존감을 점검해봐야 한다. 정신과 의사 윤홍균은 그의 저서 『자존감 수업』에서 " 자존감 회복을 위해 버려야할 마음습관 중 하나가 미리 좌절하는 것"이라고 했다. 실제로 주위에서 자신감 부족으로 좋은 기회를 놓치는 경우를 많이 본다. 차라리 미리 포기하는 것이 낫겠다고 생각으로 시도조차 하지 않는다. 해보지 않은 일이라서, 일을 잘 하지 못하면 소개한 사람에게 폐가 될까 봐, 돌봐야 할 가족이 있어서 등등 이유가 많다. 그런데 다른 관점에서 그 이유들을 생각해보면 결론이 달라질 수 있다.

경력과 성향을 보면 그 친구가 그 포지션에 적임자인 것 같은데 무엇 때문에 자신이 없었는지 물어봤다. 본인은 은행 경력이 전부라 회사 재정부에서 어떤 일을 하는지 잘 모르고 때문에 일을 잘할 자신이 없었다고 했다. 필자는 다시 그 회사의 대표는 어떤 사람에게 그 일을 맡기고 싶겠냐고 질문했다. 그녀는 '믿을 수 있는 사람'이라고 말했다. 신뢰의 측면에서는 자신을 어떻게 생각하는지 물으니 그녀는 '자신 있다'고 대답했다. 근무 시간에 대해서도 짧은 대화를 통해 일주일에 2~3일 근무를 제안할 수 있겠다는 아이디어가 나왔다. 결론적으로 그 친구는 지인이 소개한 기회를 잡아 일하면서 과연 그 일이 할 만 한지, 잘 하려면 어떻게 해야 하는지 알아보고 회사와 필요를 조율해 나가면 되겠다고 생각을 바꾸었다.

친구의 경우를 다시 생각해보자. 그녀는 경험 부족때문에 자신이 없어 포기하려고 했는데 다시 생각했을 때 상대가 원하는 사람은 '믿을 수 있는' 사람이었다. 더욱이 친구는 그 포지션에서 할 업무를 정확하게 파악하지도 않고 모르니 잘 못할 것이라는 생각에서 미리 포기하려고 했다. 돌아보면 누구든지 살면서 처음 경험하는 일들이 많았을 것이다. 용기 내어 시도하고, 부딪히고 배우면서 성공 스토리와 경험을 쌓아왔다. 자랑스럽게 내세워야 할 중요한 자산이다.

일을 못하면 소개한 사람에게 폐가 된다는 이유는 더 말이 되지 않는다. 친구의 지인은 오랜 기간 그녀를 알아왔던 사람이다. 그녀가 그 자리에 적임자라고 믿었기 때문에 소개한 것이다. 다른 사람은 그녀를 믿어주는데 정작 그녀는 자신에 대한 믿음이 없는 것이다. 이야말로 자신과 상대에게 폐를 끼치는 것이 아니겠는가?

풀타임으로 일하기 힘들어서 제안을 거절했다는 얘기로 넘어가 보자. 친구는 파트타임 업무가 가능한지 알아보지도 않고 안 될 것이라는 지레짐작으로 포기하려고 했다. 물론 제안했을 때 상대가 거절할 수도 있다. 하지만 확인해보지도 않은 것이 포기의 이유가 될 수는 없다. 규모가 작고 일이 많지 않은 회사라면 파트타임 제안을 환영할 지 모른다. 회사는 비용을 절약할 수 있고 친구는 가족을 돌볼 수 있으니 '누이 좋고 매부 좋은' 일이다.

얘기해보지도 않고 지레짐작으로 미리 포기하는 경우는 흔하다. 이제까지의 경험, 상대의 성향으로 보면 안될 것이 뻔하기 때문에, 괜히 얘기를 꺼냈다가 마음 상하는 일을 당할까 두려워 얘기조차 꺼내지 않는다. 필자도 그런 경험이 있다. 얼마 전 한 지인이 필자에게 일을 하나 소개했다. 필자는 원하는 조건을 제시하며 그 회사에서는 수용하기 힘들 것 같으니 하지 않겠다고 말했다. 지인은 '그 제안의 수용여부는 대표가 결정할 것'이라며 필자의 제안을 대표에게 전달하겠다고 했다. 그러면서 시도하지 않고 기회를 놓치는 것은 바람직하지 않다고 말했다. 그 일로 큰 깨달음을 얻었다.

윤홍균은 『자존감 수업』에서 미리 좌절하는 마음습관을 고치고 자존감을 향상시키는 첫걸음으로 '진정으로 자신이 두려워하는 것이 무엇인지 깨달아 그것을 소리 내어 인정하는 방법'을 소개했다. 알레르기의 원인을 찾는 것과 같다. 원인을 찾아야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앞의 예에서 보았듯이 다른 사람의 관점에서 생각해보는 것도 생각 전환에 큰 도움이 된다. 또 이때까지 자신이 얼마나 훌륭하게 어려운 일들을 극복해 왔는지 생각해보는 것도 좋을 것이다. 마지막으로 자신의 앞에 놓인 어떤 것이 자신에게 얼마나 의미 있고 절실한 것인지 생각해보면 어떨까? 그런 일은 어떻게 해서 든 해낼 방법을 찾을테니까.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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