팀원에게 짜증이 늘어난 40대 팀장, 알고보니
팀원에게 짜증이 늘어난 40대 팀장, 알고보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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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승인 2019.06.17 06: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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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15]

"그것이 fact(사실)입니까?" 하는 말이 유행한 적이 있다. 우리는 과연 사실에 근거해서 판단하고 말하고 있을까?

통계학자이며 스웨덴 국경없는의사회 공동 설립자인 한스 로슬링은 그의 책 'Factfulness(사실충실성)'에서 사람들은 깊이 생각하지 않고 속단하는 경향이 있고 그 결과 사실에 근거하지 않은 '과도하게 극적인 세계관'을 가지게 되었다는 것을 보여준다. 저자는 알려진 사실을 가지고 13개의 퀴즈를 만들어 독자들의 지식수준을 시험한다. 모든 질문은 3개의 보기 중 답을 고르게 되어 있어 저자의 말처럼 침팬지가 정답을 맞출 확률도 33%나 된다. 그런데 놀랍게도 사람들이 정답을 맞힌 확률은 16%에 불과했다. 필자의 수준도 평균에 가까웠다. 부정적인 것에 관심을 기울이게 하는 환경과 본능 때문에 사람들은 사실과 동떨어진 극적인 세계관을 갖게 되었기 때문이다.
 
그러한 경향은 세계관 뿐만 아니라 인간관에도 나타난다. 사람들은 타인에 대해 얘기할 때 사실을 얘기하기 보다 성급하게 판단한다. "OOO님 어때요?" 하는 질문을 하면 '게으르다'거나 '이기적이다' 또는 '너그럽다' 등의 답을 들을 수 있다. 그 사람에 대한 판단인데 근거는 알 수 없다. 어떤 판단은 오랫동안의 관찰을 통한 결론일 수 있지만 그것이 옳다고 확신에 찬 주장을 하기는 어렵다. 그 판단에 동의하지 않는 사람도 있을 수 있고, 상황이 달라졌는데 생각을 바꾸지 않거나 일반화하고, 오해하는 등의 가능성이 있기 때문이다. 판단이 아닌 사실에 근거한 말이 필요한 이유다.
 
최근 자신이 책임을 맡고 있는 본부에서 팀장들이 팀원들과 대화할 때 화내는 경우가 많다며 커뮤니케이션 강의를 의뢰한 본부장이 있었다. 또 다른 워크숍에서 만난 40대 초반의 팀장은 요즈음 부쩍 일이 많아졌는데 팀원들과 대화할 때 짜증나는 경우가 늘었다고 고충을 털어놨다. 성과를 내기위해 할 일이 많은 사람들이 팀장들이다. 다른 부서와 조율하고 협력을 이끌어내기도 쉽지 않은데 같은 팀의 팀원들마저 목표 달성에 협조적이지 않고 요구가 많으면 힘들고 짜증나는 것은 당연하다. 화나는 각각의 상황에 대한 원인과 해결책은 다를테지만 사실에 기반한 솔직한 대화가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생각했다. 마셜 로젠버그가 고안한 '연민의 대화'가 한 방법이다.
 
연민의 대화는 자신이 관찰한 사실을 나누고 그 사실에 대한 느낌과 욕구를 표현한 후 상대에게 부탁하는 대화 방법이다. 판단을 배제하고 관찰한 사실을 말하기 때문에 상대는 공격받았다고 느끼지 않는다. 공격받은 사람은 본능적으로 공격에 반응하기 마련이다. 말하는 사람이 판단과 지시로 공격하면 듣는 사람은 화를 내며 마음의 문을 닫는다. 연민의 대화에서는 자신이 보고 들은 사실을 말하고 그 사실에서 느낀 것을 상대에게 솔직하게 얘기한다.

사람들은 종종 느낌을 무시하고 자신에게 무리한 요구를 한다. 또 상대에게 하고 싶은 말이 있어도 그런 말을 하면 상대가 나를 옹졸하게 보지 않을까 하는 걱정에 표현하지 않거나 부모나 팀장이라면 어느 정도는 참아야 하는 것 아닌가 하는 생각에서 힘든 것을 꾹꾹 눌러 참기도 한다. 내면에서 무엇인가 올라오는데 그것을 무시하고 계속 참는 경우 작은 일에 폭발할 수 있다. 오히려 느낌을 솔직하게 표현하고 왜 그런 느낌이 들었는지 느낌 뒤에 있는 욕구는 무엇인지 알아채고 표현하면서 자신에게 공감해주는 것이 바람직하다.

또 우리는 많은 경우 자신이 행복하지 않거나 화나는 이유를 상대에게서 찾는다. 아이가 시험에서 낮은 점수를 받았기 때문에 화난다는 식이다. 그러나 화가 나는 이유는 상대 때문이 아니라 자신의 채워지지 않은 욕구 때문이다. 연민의 대화에서는 그 점을 인정하고, 자신의 느낌에 대한 책임은 자신이 진다.

앞서 언급한 40대 초반의 팀장은 워크숍에서 자신의 고충과 느낌을 나눈 후 많은 위로를 받은 것 같다. 워크숍이 '힐링의 시간'이었다고 평했다. 동료들은 솔직하게 취약함을 드러낸 그녀를 판단하지 않고 사례와 생각을 나누며 따듯하게 감싸주었다. 사실에 근거한 솔직한 대화를 나누면서 이 세상은 꽤 살만 한 곳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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