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12]

어제 밤 한 코칭 고객으로부터 반가운 전화를 받았다. 승진 소식을 듣자 마자 제일 먼저 내게 소식을 전하고 싶었다고 한다. 매우 기쁘고 감사한 일이다. 1년 전 처음 만났을 때 숨을 몰아쉬며 문제 보따리를 풀던 그녀는 이제 여유롭다. 놀라운 그녀의 변화는 온전히 본인의 노력으로 만들어낸 것이다. 변화를 위해 무수히 많은 실행 계획을 짜고 그것들을 하나하나 실행해 나갔다. 나는 곁에서 얘기를 들어주고 함께 생각하고 응원했다.

내게도 그런 역할을 해준 사람이 있었나 생각해 보니 두세 사람의 얼굴이 떠오른다. 그중 가장 크게 생각나는 사람은 첫 직장의 상사 분이다. 한국지사장으로 부임하기 전 까다롭다는 소문으로 긴장했는데 실제로 겪어보니 일에는 까다롭지만 사람을 대하는 면에서는 누구보다 배울 점이 많은 사람이었다. 직원들을 존중하고 그들의 성장을 돕기 위해 애썼다. 유머 감각도 있어서 직원들이 지나치게 진지하다 싶으면 굵은 눈썹을 아래위로 움직이며 사람들을 웃게 만들었다.

그는 한국에서 일했던 기간 동안 나를 포함한 여러 사람들에게 다양한 기회를 주고 제대로 일할 수 있도록 지원해 주었다. 하던 일이 익숙해져 따분해 하는 내게 전사적인 프로젝트에 참여할 기회를 주고 급기야 회사의 비전을 만드는 큰 프로젝트의 책임을 맡기기도 했다. 보수적인 임원들의 반대를 무릅쓰고 나를 마케팅 커뮤니케이션즈 매니저로 임명해 넓은 세계로 이끈 것도 그였다.

한번은 본사에서 대행사 통합을 위해 회의를 소집한 적이 있다. 회의에 가기 전 우리의 입장을 정해야 했다. 나는 두 세가지의 타당한 이유를 들어 본사의 결정에 반대했다. 그는 본사의 방침에 따르라고 지시하지 않았다. 대신 쉽지 않겠지만 생각대로 입장을 밝히라고 말하고 그 회의에 참석하는 본인의 친구에게 전화해 지원을 부탁했다. 결국 우리는 본사의 방침에 따라야했다. 그도 그렇게 될 수 밖에 없음을 알았을 것이다. 그럼에도 내가 목소리를 낼 수 있도록 해주었다.

내게 MBA를 권한 것도 그였다. 여러 갈래 길에서 망설일 때 ‘각각의 옵션을 놓고 생각해봐라, 지금 하지 않아 결국 못하게 된다면 네가 60이 되었을 때 가장 후회할 것이 무엇이냐’는 질문으로 스스로 해답을 찾게 했다. 언젠가 출장 길에 런던 교외에 있는 그의 집을 방문했다. 그는 부인과 함께 오랫동안 집 떠나 있던 딸을 대하듯 따듯하게 맞아주었다. 지금도 매년 크리스마스에 카드를 보내고, 답장으로 보낸 나의 반 페이지 이메일에 사진을 곁들인 10 페이지 메일로 답한다.

최근 이메일에서 그는 ‘사람들이 자신의 모습을 볼 수 있도록 거울을 들어주기’위해 노력해왔노라고 했다. 또 덧붙이길 ‘거울을 통해 본 자신의 모습에 만족하지 않고 변화를 꾀한 사람들은 앞으로 전진하더라’고 말했다. 그에게 진 빚을 다른 이들에게 갚으려 한다. 

늦깎이로 유학을 마치고 직장이 정해지지 않아 의기소침했던 때가 있었다. 그는 전화를 걸어 내게 말했다. ‘곧 전처럼 다시 바빠질테니 아무 걱정 말고 한가한 지금을 즐기라’고. ‘모든 것이 다 잘 될거라’고. 그가 예언(?)한대로 되었지만 그때는 그 말이 믿어지지 않았다. 일의 성사가 코앞이라도 어리석은 인간은 막상 그 때가 오기 전에는 모르는 것이다. 그로부터 짧지 않은 세월이 지난 지금, 나는 가끔 걱정하는 후배들에게 그 얘기를 해주고 싶다. 모든 것이 잘 될거라고.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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