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19]

얼마 전 한 회사에 근무하는 사람들을 대상으로 코칭 리더십 강의를 했다. 몇 주에 걸친 과정 중 후반부에 배정된 심화과정이었다. 참가자들에게 유익한 강의를 하기 위해 참관과 실습에 참여하며 고민하던 중 문득 그들에게 주제와 관련해 알고 싶은 것을 물어보면 되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강의 시작 할 때 주제와 관련된 각자의 질문을 적어 그것부터 다루었는데 반응이 좋았다.

 
사람들은 질문 하는 것을 어려워한다. '이런 질문을 하면 바보같이 보이지 않을까'하는 우려 때문인 듯 하다. 활발한 토론과 의견교환이 일어나게 하려면 참석자들이 어떤 질문을 해도 판단 당한다고 느끼지 않을 안전한 환경을 만들어 주는 것이 필요하다. 이를 위해 어떤 리더는 중요한 회의에서 분위기를 부드럽게 하는 말이나 황당한 질문을 하기도 한다. '바보같이 보이지 않을까' 하는 우려의 기저에는 좋은 질문을 하고 싶은 욕구가 있을 것이다. 실제로 코칭에 입문하는 사람들이 실습하는 것을 보면 질문을 생각하느라 상대의 말을 경청하지 못하는 경우가 있는데 얼마 지나지 않아 좋은 질문은 경청에서 나온다는 사실을 깨닫는다.
 
청중이 많은 국제 회의에서 질문하기는 더욱 어렵다. 용기가 필요한 일이다. 마음먹고 소위 지적인 질문을 하려면 준비도 필요하다. 연자의 강의 내용에 대한 이해와 주제에 대한 지식을 갖추고 관련해서 연자가 저술을 통해 전달해온 메시지와 주최측의 입장을 고려해 질문을 만들면 좋을 것이다.
 

체면이 중시되고 토론 문화가 만들어지지 않은 환경에서는 질문하기가 매우 어렵다. 몇 년 전 서울에서 열린 G20 정상회담에서 오바마 전 미국 대통령이 한국 기자들을 지목해 질문 기회를 준 적이 있다. 질문이 바로 나오지 않자 그는 '어떤 질문도 괜찮다', '한국어로 질문해도 된다'고 얘기한다. 오바마의 말과 그 후의 불편한 침묵이 계속될수록 질문을 요구 받은 사람들의 심리적 압박은 점점 커졌다. 결국 질문을 할 경우 예상되는 엄청난 리스크를 감당하기보다 익명으로 집단 속에 남는 편을 택했다. 필자라도 그렇게 했을 것이다.
 
이렇듯 질문 하기가 쉽지 않지만 좋은 질문의 효과는 엄청나다. 우리의 뇌는 질문을 받으면 답을 찾는다. 찾는데 시간이 필요할 수도 있다. 우리는 질문을 통해 문제를 해결하고 사고를 확장한다. 좋은 관계를 맺고 무엇보다 성찰하고 성장한다. 상대가 망설이고 있을 때 질문을 통해 마음을 정하고 앞으로 나갈 수 있게 도와준다면 매우 보람될 것이다.
 
좋은 질문의 효과를 알기에 사람들은 좋은 질문을 하고 싶어한다. 관심을 가지고 질문 리스트를 만드는 것도 좋은 질문을 하는데 도움이 된다. 좋은 질문이 현학적일 것이라는 생각이 많은데 필자를 깨달음으로 이끌었던 훌륭한 질문들을 생각해보면 의외로 어렵지 않은 단순한 질문들이었다. '네가 진짜 원하는 게 뭐야?', '지금 선택하지 않을 경우 나중에 후회할 일을 뭐야?', '네가 존경하는 OOO님이라면 어떻게 했겠어?' 같은 것이다. 그런데 이런 질문을 한 사람들은 공통점이 있다. 먼저 그들은 필자의 말을 잘 들어주었다. 스스로 결정하고 앞으로 나아갈 수 있도록 격려하고 인정해 주었다. 무엇보다 필자가 성장하고 성공하기를 바라는 사람들이었다.
 
영향력 있는 대화의 세가지 요소로 어떤 질문이 영향력 있는 질문인지 생각해보자. 그것은 아마도 질문에 답하면서 목표에 한발 더 다가갈 수 있고, 그 과정에서 묻는 사람과 대답하는 사람 모두 배우고 관계가 더 좋아질 수 있는 질문일 것이다. 상대가 성장하기를 바라는 마음으로 이런 질문을 하는 사람이 많아지면 무슨 일이 일어날지 궁금하다.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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