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11]

다니는 교회에서 청년부 대상 진로 특강 요청이 들어와 흔쾌히 수락했다. 교회에서의 특강은 오랜만이다. 10년 전인가? 싱가폴 아태지역본부에서 근무할 때 가족과 함께 다니던 한인교회에서 청년부 대상으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20대의 유학생들을 대상으로 '꿈'에 대해 얘기를 했었다. 그 이야기가 젊은이들에게 도전이 되었던지 한두 학생이 공부를 포기하려던 마음을 접고 심기일전했다는 말을 전해 들었다.

생각해보면 삶은 아이러니의 연속이다. 해외근무를 제안 받았을 때 어리석게도 몇몇 이유를 대며 부정적인 대답을 했었다. 예상하지 못한 반응에 놀란 보스가 필자가 얘기했던 각각의 이유를 무력화시키는 말씀을 하면서 필자를 멘토로 생각하는 후배들을 위해서라도 기회를 잡으라고 설득하셨다. 다행스럽게 필자는 하루 만에 정신을 차려 그 기회를 잡았고 삼 년간 가족과 함께 싱가폴에 거주하며 10여개 나라의 홍보를 관리하는 흔치 않은 경험을 했다.

흔치 않은 경험에는 그만큼의 어려움도 따르는 법. 의사소통이 완벽하지 않은 상황에서 필자를 모르는 사람들과 새로운 룰이 적용되는 낯선 환경에서 성과를 내는 것이 쉽지 않았다. 게다가 필자가 싱가폴에 있던 3년간 회사에 일이 많았다. 다섯 개의 메이저 제품을 출시하고 몇 십년 만에 한번 일어날까 말까 한 드문 위기 관리에 싱가폴 수상까지 참석하는 큰 규모의 행사를 리드하기도 했다. 그 어려움과 많은 일에 묻혀 허덕거리던 필자를 구한 것은 바로 '감사'였다. 매일 저녁 아직 식지않은 뜨거운 밤공기 속을 산책하며 감사할 것을 찾았다. 처음에는 한 가지도 생각하기 힘들었던 것이 계속하니 점점 늘어났다. 관점을 전환해 초점을 '감사'에 맞추니 감사할 것이 보였다.

내키지 않았으나 정신차리고 잡은 기회는 힘들었지만 흔치 않은 경험으로 내 이력의 중심에 자리하고 있다. 겉은 화려했으나 내면은 어려웠던 그 시절에 습득한 감사의 습관은 지금도 어려운 때마다 '짠'하고 나타나 나를 구원한다.

새해 초에 절친이 두 가지 암을 진단받았다. 하나는 수술로 해결되었으나 다른 하나는 고통스러운 검사를 수반하는 악성종양이라 지인들의 걱정이 컸다. 할 수 있는 것들(많지 않았다)을 하고 나머지는 하늘에 맡겼다. 그리고는 감사할 것을 생각해봤는데 찾아보니 한 두가지가 아니었다. 그 하나가 다른 암을 수술하면서 증상이 없던 악성종양을 초기에 발견한 것이었다. 내일이 보장되지 않는다는 사실이 우리에게 현실로 다가와 이제 우리는 5년 후의 계획을 오늘 실행하려 한다. 오늘이 있다는 것에 감사하면서.

오늘 청년부 특강을 끝냈다. 마치면서 강의를 통해 배운 것과 느낀 것, 그리고 더 좋은 강의를 위해 쓴 소리를 부탁했다. 대부분이 좋은 피드백을 주었는데 한 명이 도입부에서 강사가 청중의 관심을 더 끌었으면 좋았을 것 같다고 했고 다른 한 명은 강사가 '다르다'와 '틀리다'를 혼용했다고 지적했다. 그 학생 덕분에 앞으로 '틀리다'라고 얘기할 때 혹시 '다르다'를 써야 맞는 것이 아닌지 한번 더 생각할 것 같다.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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