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9]

감성지능의 창시자이자 『감성의 리더십』 저자인 다니엘 골먼은 최근 열린 세계 비즈니스 포럼에서 감성지능이 뛰어난 리더들은 중대한 결정을 내릴 때 직감을 믿는다고 말했다. 또한 감성지능에 가장 필수적인 요소는 자기 인식이라고 강조했다. 자신이 무엇을 느끼고 있으며 그것이 자신의 성과에 어떤 영향을 주는지 아는 것이 의사결정에 영향을 주고 궁극적으로 경력 궤도에도 영향을 미친다는 것이다.

며칠 전 밤에 한 코칭 고객으로부터 전화가 왔다. 한 중견기업의 여성 임원인데 승진을 원하고 있었다. 그녀가 전화로 내게 말한 것은 우연히 대표이사와 이야기를 나누던 중 본인이 원하는 바를 솔직히 얘기하고 자신 있게 그 타당성을 피력했다는 것이다. 어떻게 자신이 그렇게 할 수 있었는지 믿어지지 않는다는 얘기도 덧붙였다. 사실 처음 만났을 때의 그녀와는 크게 달라진 모습이었다.

그녀는 누구보다 열심히 일하면서도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는 사람이었다. 대학졸업 후 입사한 첫 직장에서 상대적으로 어린 나이에 첫 여성 임원이 되었고 팀장들도 그녀보다 나이가 많았다. 구설수에 오르지 않고 겸손한 이미지를 유지하기 위해 매우 조심했다. 그러다 보니 팀장들에게도 할 말을 제대로 하지 못하고 그들이 해야 할 일을 대신 하는 경우가 많았다. 그녀를 사원때부터 보아왔던 동료 임원들과 문제는 더 심각했다. 자타가 공인하는 열정으로 많은 일을 해내면서 그녀는 점점 지쳐갔고 더 이상 회사생활이 즐겁지 않았다. 그랬던 그녀가 이제는 분명한 비전을 가지고 나이 든 팀장들을 이끌고 동료 임원들이나 대표이사와 대화에서도 자신이 생각하는 바를 자신 있게 표현한다. 놀라운 변화다.

이러한 변화를 이끌어낸 가장 중요한 요소가 바로 자기 인식이다. 그녀는 자신이 많은 일을 하면서 한 본부를 이끄는 임원으로서 목소리를 내지 못하고 존재감이 부족하다는 것을 알아차렸다. 그리고 자신이 그 상황을 어떻게 느끼고 있는지 찬찬히 들여다 보고 자신이 무엇 때문에 특정한 행동 패턴을 보이고 있는지 곰곰이 생각했다. 그리고 자신은 그 상황에 안주하고 싶지 않다는 것, 자신이 변화해야 한다는 것을 깨달았다. 이러한 자기 인식의 바탕 위에 목표를 정하고 해야 할 일들을 하나하나 행동에 옮긴 결과 자신의 목소리를 내는 것을 포함해 목표에 가까워질 수 있었다.

멈추어 문제를 들춰내고 자신의 감정을 직시하는 것은 쉬운 일이 아니다. 들여다 보면 보고 싶지 않고 인정하고 싶지 않은 것들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그녀가 용기내어 도움을 청하고 자신과 주위에서 일어나는 일련의 일들과 자신을 바라보는 힘든 과정을 거치지 않았다면 변화는 꿈꿀 수 없었을 것이다. 자신이 그런 과정을 거치면서 보너스 처럼 타인들에 대한 이해도 깊어졌다. 자신과 마찬가지로 다른 사람들도 행동 이면에 어떤 두려움이나 욕구가 있을 수 있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그래서 행동만으로만 판단하는 경우가 줄어들었고 결과적으로 사람들과 관계가 좋아졌다.

이렇듯 자기 인식은 큰 목표를 이루려는 사람들에게 꼭 필요한 기본 요소이다. 대표이사에게 자신이 바라는 것을 솔직하게 얘기한 것이 그녀가 목적지에 다다랐다는 증거는 아니다.  하지만 분명히 축하할 일이다. 그녀의 목적지는 멀리 있지만 현재까지 성과를 보면 그녀는 언젠가 자신이 설정해 놓은 목적지 너머에 다다를 수 있을 것이다. 그녀에게 온 마음을 다한 응원을 보낸다.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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