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의 '더 사람, 더 리더' [5]

올해는 주위에 슬픈 일들이 심심치 않다. 필자도 얼마 전 부친상을 당했다. 아버지는 가족의 보살핌 속에서 비교적 편안히 돌아가셨다. 지병으로 오래 고생하셨고 올해 들어 삶이 얼마 남지 않았다는 징후들이 있었지만 우리 가족들은 다가올 상실에 대한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던 것 같다. 소파에 앉으셔서 귀가하는 자손들에게 일일이 손을 흔들어 주시던 아버지의 빈자리가 크다. 잘해드린 것, 섭섭했던 것은 생각나지 않고 아버지를 마음 아프게 했을 지도 모를 나의 말들이 부메랑처럼 내게 돌아온다.

커뮤니케이션 관련 강의를 할 때 항상 짚고 넘어가는 원칙이 있다. 커뮤니케이션에서는 메시지를 전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가 나의 메시지를 알아듣는 것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많은 사람들이 메시지를 전달하면 할 일을 다했다고 생각한다. 대단히 중요한 이메일을 보낸 경우 상대가 그 이메일을 받았는지 내용에 대한 질문을 없는지 확인하는 것이 좋다. 그렇게 함으로써 혹시 있을 지 모를 리스크를 줄일 수 있다.

말은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도 있고

포근한 오리털 이불도 될 수 있는데...

상대가 나의 메시지를 잘 이해하도록 하려면 상대에 대한 배려가 중요하다. 자세한 것을 원하는 사람에게는 디테일한 내용을 바쁜 사람에게는 결론부터 전달하는 것이 좋다. 어떤 정보를 요구 받았을 때 상대가 왜 그런 요구를 했는지, 그 정보를 어떻게 이용할 것인지 알고 준비한다면 결과에 대한 만족도를 높일 수 있다. 상대의 입장에서 심사숙고해 필요한 것을 주면 나를 보는 상대의 눈이 달라질 것이다. 그것이 상대만을 위한 것일까? 그러한 배려를 통해 불통으로 인한 시간과 감정의 낭비를 줄이고 일의 성과와 상대방과의 관계까지 좋게 할 수 있다면 내가 바로 그 배려의 수혜자다.

얼마 전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들을 대상으로 인터뷰 기술에 대한 강의를 한 적이 있다. 인터뷰 질문에 대답하는 방법에 대한 얘기도 했지만 용기를 북돋워주는 것에 더 마음을 썼다. 한창 일할 때 피치못할 사정으로 경력단절을 겪은 사람들은 의기소침해질 수 밖에 없다. 주위에 스펙이 훌륭한 사람들이 많은 것 같이 보이고 미래가 불확실할 때 따듯한 한마디 말이 얼마나 위로가 되겠는가. 위로를 받은 수강자들은 인터뷰에 필요한 철저한 준비에 대한 강의 내용을 잘 받아들였고 좋은 강의였다는 진심 어린 피드백을 내게 선물했다.

말은 하는 사람의 마음에 따라 여러 형태로 나타난다. 날카로운 무기가 될 수도 있고 포근한 오리털 이불이 될 수도 있다. 어느덧 가을이 뒷모습을 보이려 한다. 오늘을 지내면서 상대를 배려하는 따뜻한 말을 나누었으면 한다. 나를 위해서.

양윤희 경영자 전문 코치는

휴커뮤니케이션즈 대표
(전) 글락소 스미스클라인 홍보 임원
캐나다 맥길대학교, MBA
이화여자대학교, 영어교육과 졸업
이메일 : yunhee@whewcomms.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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