히터뷰 |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
산소포화도 97~8% 유지에 환자 삶의 질 향상
장기 연구·만성 치료에 경제적 부담 커…신약 접근성 높일 제도 시급

폐동맥고혈압은 폐동맥의 압력이 비정상적으로 높아져 호흡곤란·만성 피로·다리 부종 등을 유발하는 희귀질환이다. 이 외에도 △심인성 간경변 △복수 △면역 감소로 인한 감염 등을 발생시키며, 부정맥으로 인한 심장 돌연사도 일으킬 수 있다.
폐동맥고혈압의 초기 증상은 △호흡곤란 △기침 △피료 △현기증 등 비특이적이고 일반적인 컨디션 저하로 인한 증상과 같다. 또한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의료진도 진료 경험이 적어 정확한 진단을 받지 못하는 사례도 있다.
아울러 환자 수가 제한적이라는 이유로 임상시험의 복잡성이 커 치료제 보험 급여가 어렵고, 난치성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폐·심장 이식을 제외하면 완치를 기대하기 어렵다. 때문에 환자의 증상 조절을 위해서는 장기간 지속적인 약물 치료가 불가피해 환자의 경제적 부담이 큰 상황이다.
한국MSD의 '윈레브에어(성분 소타터셉트)'는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액티빈 신호전달을 억제해 폐동맥 증식을 개선하는 치료제다. 기존 치료제는 폐혈관 이완을 통한 증상 완화에 주력했는데, 윈레브에어는 폐동맥의 두께를 개선함으로써 20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치료제로 평가받는데, 히트뉴스는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를 만나 의료 현장에서 가치를 들었다.

지속적인 질병 진행에 기존 약제 기전 한계 발생
액티빈 억제로 근본적인 구조 개선 가능성 확인
정욱진 교수에 따르면 기존 폐동맥고혈압 치료제로는 △ERA △PDE5i △PCA 기전 약제가 사용됐다. 이 치료제들은 두꺼워진 폐동맥을 이완해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집중했다. 다만 폐동맥고혈압은 계속해서 폐소동맥의 벽이 두꺼워지고 협착이 되는 현상이 지속적으로 진행되기 때문에 질환 증상 완화로는 치료의 한계점이 있었다.
윈레브에어는 비대해졌던 우심실 크기 감소나 6분 보행거리 및 사망위험 감소 등 임상연구에서 효과를 나타내며 질환 진행을 지연시키고 구조적 개선 가능성을 높이는 약제로 평가받는다. 보고된 주요 이상반응을 코피 및 모세혈관확장증 등 관리 가능한 범위의 증상인 것으로 나타났다.
윈레브에어를 처음으로 사용한 1호 환자는 횡단보도도 한번에 건널 수 없을 정도로 숨이 차서 병원을 방문하게 됐다. 처음엔 '레모둘린(성분 트레프로스티닐)'으로 치료를 받다가 심장에 물이 차고 산소포화도가 떨어져 윈레브에어 치료를 결정했다.
기자와 만난 그는 "레모둘린 외에 두가지 약제로 치료받을 때는 앉았다가 일어나는 것도 힘이 들고, 빨래를 세탁기에서 건조기로 올리는 것조차 숨이 찼는데 윈레브에어 투여 후 산소포화도도 97~98%를 유지하고 목소리에 힘이 생겼다"며 "가까운 거리는 건강했을 때와 비슷한 느낌으로 이동 가능하다"고 말했다.
WHO-FC II 또는 III의 성인 폐동맥고혈압 환자 323명을 대상으로 윈레브에어를 평가한 'STELLAR' 임상 3상 연구 결과 윈레브에어 투여군의 24주 시점 6분 보행거리는 위약 대비 40.8m 증가했고,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은 84% 감소했다.
정욱진 교수는 "50대 초반 환자의 경우 피하 프로스타노이드 치료제를 포함한 3제 병용요법 시행에도 우심부전이 진행된 상태였다. 윈레브에어 3회 투여 후 임상 증상의 개선과 6분 보행거리 증가가 나타났고, 흉부 X선 검사 및 심초음파 평가에서도 우심부전 관련 호전이 확인됐다"고 설명했다.
비용 부담에 치료 접근성 하락
치료제 급여·질환 인식 제고 필요
현재 윈레브에어는 국내에서 비급여 약물로 사용되고 있다. 이에 1호 환자는 "효과가 좋은 약이기 때문에 치료를 받을 수밖에 없다. 다만 레모둘린 주사를 맞기 위한 소모품부터 윈레브에어까지 가격이 높아 경제적인 부담이 느껴지는 상황"이라며 "지금도 정부에서 의료보험을 많이 지원해주지만, 신약이 나왔을 때 사용할 수 있도록 적극적으로 지원해줬으면 한다"고 전했다.
정욱진 교수도 폐동맥고혈압 치료에 있어 가장 높은 진입장벽으로 보험 급여 적용 여부를 꼽았다. 환자 수가 제한적이기 때문에 충분한 근거를 확보하기 위해서는 장기간의 연구가 필요한데 여기에 상당한 시간과 비용이 수반된다. 또한 폐동맥고혈압은 난치성 희귀질환이기 때문에 장기적인 약물치료가 불가피하다. 때문에 치료 효과가 좋아져 생존 기간이 연장될수록 약제 사용에 따른 경제적 부담이 누적되는 아이러니한 상황이다.

정 교수는 "환자 중 임상적으로 유의미한 반응을 보이고 있는데도 비용 부담으로 치료 중단을 고려하는 환자가 있다. 기존 치료에 반응이 제한적이었기 때문에 치료 중단 이후 질환 악화에 관한 가능성 때문에 우려가 크다"며 "환자 수가 제한적이고 만성 치료가 필수적인 폐동맥고혈압에서는 보험 급여 적용을 통해 지속적인 치료 부담을 완화하는 게 필수"라고 강조했다.
이어 "희귀질환 환자들이 혁신신약을 빠르게 사용할 수 있도록 적정 수준의 재정을 배정하고, 높은 ICER 적용을 고려하는 등 본질적인 결단과 제도적 지원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그는 희귀질환에 관한 사회적 차원의 인식 개선과 교육도 필요하다고 주장했다. 이에 학회 차원에서 '폐미리 캠페인'과 '폐미리 희망 캠페인' 등을 통해 폐고혈압 인식개선 및 약제 도입과 치료 환경 개선을 위한 활동을 진행하고 있다. 5월 폐고혈압의 날과 11월 폐고혈압의 달을 맞아 기자간담회와 국회 토론회도 준비하고 있다.
정 교수는 "질병관리청 국립보건연구원 심혈관질환과의 도움으로 9년째 바이오뱅크 코호트 연구 'PHOENIKS'에도 등록하고 있다. 'Right Heart Journal'이라는 학술지도 시작했으니 과학적 근거창출을 통한 아시아인 특이 진단 바이오마커와 치료 표적 발굴 연구에도 집중하겠다"고 언급했다.
그러면서 "새로운 치료제의 도입을 통해 희망을 가질 수 있고 완치는 아니지만 '완전 관해'라는 조절의 개념으로 치료 원칙이 변하고 있다. '숨을 쉬는 한 희망은 있다'라는 대한폐고혈압학회의 모토처럼 환자분들이 희망을 가지고 나아갔으면 좋겠다"고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