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 허가 기념 간담
윈레브에어, '액티빈' 과다 발현 차단 …폐동맥 증식 개선
"기존 치료제와 병용요법으로, 빠르고 적극적인 치료 가능"

20년만에 등장한 새로운 기전의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원레브에어(성분 소타터셉트)'의 허가로, 질환의 근본 원인을 개선하는 치료제 가능해졌다는 의견이 공유됐다.
한국MSD는 지난달 23일 허가된 폐동맥고혈압 치료제 '윈레브에어(성분 소타터셉트)'의 허가를 기념해 12일 그랜드 인터컨티넨탈 서울 파르나스에서 기자간담회를 개최했다.
폐동맥고혈압은 폐고혈압의 일종으로, 폐로 혈액을 보내는 역할을 하는 폐동맥의 혈압이 비정상적으로 상승하는 질환이다. 일반적으로, 평균 폐동맥압이 20mmHg를 초과할 경우 폐고혈압으로 진단하고, WHO의 5개 분류군 중 1군으로 분류될 경우 페동맥고혈압으로 정의한다.
윈레브에어는 세포 성장을 조절하는 TGF-β 계열 단백질인 '액티빈'의 과다 발현을 차단해, 폐동맥고혈압의 근본 원인인 폐동맥 증식을 개선한다. 두꺼워진 폐혈관을 이완시켜 증상을 완화시키는 데 집중했던 기존 치료제의 한계를 극복하기 위해, 20년만에 새로운 옵션으로 등장했다.

정욱진 가천대 길병원 심장내과 교수(심부전폐고혈압센터장, 대한폐고혈압학회 회장)는 "흔히들 고혈압과 폐고혈압을 같은 질환으로 인식하는 경우가 많은데, 고혈압은 심장에서 온몸으로 혈액을 보내는 동맥의 혈압이 오르는 것이고, 폐고혈압은 심장에서 폐로 혈액을 보내는 폐동맥의 혈압이 오르는 것을 말한다"며 "즉, 우심실이 망가지고, 폐소동맥의 혈관 벽이 두꺼워진 질환"이라고 설명했다.
정 교수에 따르면, 보통 사람이 횡단보도를 30초 내에 여유롭게 건널 수 있는 것과 달리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100m 달리기를 하는 것과 같은 부담을 느끼는 것으로 나타났다.
더불어 폐동맥고혈압은 대부분 40대 여성에서 발병되는 경향을 보인다. 양육과 경제 활동이 활발한 젊은 연령대의 여성에서 발병하는 만큼, 사회적 영향이 크다는 것이 정욱진 교수의 의견이다.
정 교수는 "과거 폐동맥고혈압에 효과적인 약제가 없었을 때, 전체 환자들의 평균 5년 생존율은 34%, 평균 생존기간은 2.8년에 불과했다"며 "그럼에도 기존 엔도텔린 수용체 길항제(ERA), PDE-5 억제제, 프로스타사이클린 유사체(PCA) 등 3가지 약제들은 주로 두꺼워진 폐동맥을 이완해 증상을 완화시켜줄 뿐, 폐동맥 혈관 벽의 과도한 증식을 막는 근본적인 치료가 불가능했다"고 말했다.
이어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 기전의 첫 신약 윈레브에어의 등장으로, 기존 치료요법에 추가적인 병용요법이 가해졌다"며 "상태가 개선되지 않는다면 1가지씩 약제를 추가하는 '순차적 병용요법'을 사용하는 우리나라와 달리 효과적인 약제를 함께 빠르게 사용하자는 선진 국가의 '병용요법' 환경이 마련되고 있다. 대한폐고혈압학회도 해당 내용을 반영해 가이드라인 개선 작업을 수행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이 외에도 폐동맥고혈압 환자들은 혈압계를 통해 간단히 측정할 수 있는 고혈압과 달리 심초음파만을 통해서만 진단할 수 있는 만큼, 최대 3년까지 진단 방랑을 겪는 경우가 많은 것으로 나타났다. 주요 증상들도 갱년기 증상과 비슷해 더욱 진단이 어려운 실정이다.
정 교수는 "환자들은 돌연사에 대한 두려움을 가지고 살아야 하며, 가족들도 사회적 소외감으로 고통받고 있다. 그럼에도 원레브에어와 같은 신약이 등장했음에도 향후 몇 년간 급여 문제로 사용할 수 없다. 환자들이 효과적인 약제를, 더 빠르게 사용할 수 있는 환경이 마련됐으면 한다"고 촉구했다.
뒤이어 나선 김경희 인천세종병원 심장내과 과장(심장이식센터장, 대한폐고혈압학회 진료지침위원장)도 최대한 빠르고, 적극 치료를 권장하는 최근 치료 트렌드에 맞춰, 고위험 폐동맥고혈압 환자를 저위험군으로 전환하는 것이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아울러 저위험군 환자도 즉각적인 초기 병용요법을 사용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이 개선돼야 한다고 강조했다. 학회가 계획하고 있는 주요 사항을 살펴보면 △저위험~중간 위험군 환자 대상 초기 2제 병용요법 권고 △고위험군 환자 대상 초기 3제 병용요법 권고 △sGC(가용성 구아닐산 고리화효소) 기전의 아뎀파(성분 리오시구앗) 추가 및 치료적 위치 권고 △윈레브에어 추가 및 치료적 위치 권고 등이다.

김경희 교수는 이런 치료 트렌드의 변화가 윈레브에어의 주요 3상 임상인 'STELLAR' 연구 결과를 바탕으로 이뤄졌다고 소개했다.
김 교수는 "윈레브에어는 위약 대비 6분 보행 거리(Hodges-Lehmann 추정치)를 40.8m 증가시켰다(95% CI : 27.5-54.1, P<0.001). 임상적 악화 또는 사망 위험을 84% 낮췄으며(HR=0.16, 95% CI : 0.08-0.35), 2제 약제와 병용한 것보다 3제 병용한 환자 군에서 더 유의미한 결과를 보였다"고 설명했다.
이 외에도, 윈레브에어 투여군의 38.9%에서 6분 보행 거리, 심부전 바이오 마커 'NT-proBNP' 수치, WHO 기능분류 등 8개 다중 지표의 개선이 확인된 반면, 위약군은 10.1%에 그친 것으로 나타났다(P<0.001).

김 교수는 "유럽과 미국은 현재 폐동맥고혈압 치료 가이드라인에 액티빈 신호전달 억제제의 추가 병용을 권고하고 있다. 일본에서도 올해 해당 내용을 빠르게 업데이트 했다"며 "대한폐고혈압학회도 이를 추가할 것을 검토 중에 있다"고 밝혔다.
한편, 윈레브에어는 국내 규제당국의 제2차 허가-평가-협상 병행 시범사업을 통해 허가된 약제다. 현재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약제의 건강보험 등재를 위한 심사를 진행 중인 것으로 나타났다.
한국MSD 관계자는 "심평원과 윈레브에어의 급여 적정성에 대해 논의 중이다. 적정한 가격으로 협의해 조속히 출시될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전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