허가사항과 다른 세포 사용..."상식선에서 납득 어려워"
첨단의약품법 제동 걸릴까 우려, 코오롱 수출계약 타격도

인보사케이 해외수출을 축하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직원들.
인보사케이 해외수출을 축하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직원들.

“만우절 이벤트라면 좋겠어요. 식약처나 코오롱생명과학 발표를 봤지만 상식적으로 납득하기 어렵습니다.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가 사용됐다는건데, 사실이라면 게이트(Gate)라고 할 정도로 엄청난 사건입니다. 제발 아니기를 바랍니다.”

세계 최초 유전자치료제로 국내에서 시판허가를 받은 인보사케이주(무릎 골관절염)가 미국에서 진행 중인 3상 임상시험 과정에서 허가받은 세포와 다른 세포를 사용한 것으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도 제조·판매를 중지한다고 식약처와 코오롱측이 31일 밝혔다.

양측이 당일 배포한 보도 및 설명자료를 종합하면 인보사케이는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으로 구성되는데, 미국에서 3상 임상 승인을 받은 후 주성분 확인시험 중간과정에서 2액에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태아 신장유래세포주, GP2-293세포)가 사용된 것이 확인됐다는 것.

인보사케이는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세포주를 사용해 임상시료부터 상업제품까지 생산하는데, 국내 시판제품에도 동일한 문제가 있는지 여부는 4월 15일경 통보받을 예정이라고 식약처와 코오롱 측은 밝혔다. 국내 시판제품은 WUXI, 미국 임상제품은 바이오릴라이언스로 제조소가 각각 다르다는 점을 이유로 내세웠다.

인보사케이는 유전자치료제로 유일하게 허가된 상징성 있는 제품이라는 점에서 제품과 회사에 대한 파급력 뿐만 아니라 가뜩이나 시비거리가 많은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산업에 대한 부정적 영향을 가져올 것이라는 우려가 제기된다.

국내유통 제품에 대한 조사결과가 나올때까지 차분히 기다려봐야한다는 목소리도 있지만,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이 공급한 세포주를 동일하게 사용했는데 제조소에 따라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가 혼입될 수 있다는 점을 납득하기 쉽지 않다는 지적도 상당수 나온다.

특히 국내제품도 허가사항과 다른 세포가 사용됐다는 결과가 나올 경우의 파장은 걷잡을 수 없다. 허가당시부터 다른 세포가 사용됐는지, 시판 이후의 상황변화인지 등등에 따라 식약처의 시판허가 자체가 문제되는 상황이 나올 수 있기 때문이다.

식약처와 코오롱 측이 당일 배포한 보도자료에서 ▲이상반응과 독성시험 자료에서 특이사항이 없고 ▲방사선 조사로 해당 세포가 체내 잔존하지 않는다는 점 등을 들어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다는 점을 거론했으나 허가사항과 다른 치료제가 시판되거나 임상시험에 쓰였다는 사실에 비하면 부차적인 문제라는 것이 업계 관계자들의 지적이다.

인보사케이 사태로 우여곡절 끝에 국회 보건복지위원회까지 통과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 및 지원에 관한 법률안’에 제동이 걸리지 않을까 걱정하는 움직임도 있다. 법제사법위원회와 본회의 통과만을 남겨둔 이 법률안에 대해서 시민사회단체들은 여전히 반대 목소리를 내고 있기 때문이다.

시선을 코오롱생명과학 쪽으로 옮겨가면 파급력은 더 거셀 수 있다. 이미 투약이 시작된 미국의 임상과정에서 문제점이 발견됐기 때문에 대규모 손해배상 소송에 휘말릴 수 있다는 점이 언급된다. 이같은 사태는 조사결과에 따라 국내로 까지 확산될 수 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전국 병의원 443곳에 인보사케이를 현재 공급하고 있다.

또 인보사케이 공급 및 라이센스 계약도 흔들릴 수 있다. 아시아지역 판권을 갖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은 먼디파마, 차이나 라이프 메디컬 센터 등과 마일스톤 금액을 포함해 총 8762억 규모의 계약을 체결했다. 특히 계약금 반환소송을 벌이고 있는 미츠비시타나베제약의 자리를 대신한 것으로 보이는 먼디파마와는 유전자치료제 시장이 큰 일본 지역에 대한 기술수출 계약을 맺고 있다.

눈에 띄는 대목은 미츠비시타나베와 진행중인 계약금 반환 소송인데 그 이유가 ▲임상시료 생산처 변경 ▲FDA의 Clinical Hold Letter(임상3상 시료에 대한 사용승인 후 임상개시) 등을 충실하게 설명하지 않은 점 때문이다. 모두 ‘임상시료 생산’이 키워드이다. 회사측이 반환소송에 걸린 대상 계약금 규모는 약 250억이다.

인보사케이 사태는 조사결과에 따라 코오롱생명과학의 존폐를 걱정해야 할 정도로 심각하다는 것이 관련업계이 중론이다. 또 그 여파가 바이로메드, 녹십자, 중외제약 등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시장에서 뛰고 있는 다른 기업들에게까지 직접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점도 우려되는 대목이다.

바이오 분야 R&D 기획을 담당하는 한 회사 임원은 “상상하기 힘든 일이 벌어졌는데 신뢰나 안전성 측면에서 공격받고 있는 세포 및 유전자치료제 업계에 미칠 영향은 어마어마할 수 있다”며 “신속하고 투명하게 사태가 정리되기를 현재로서는 기대할 수 밖에 없을 것 같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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