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내제품도 신장세포+임상데이터 일관성' 조합 나와야 가능
개발과정 세포 바뀌었다면 허가취소도...식약처도 역풍 고심

인보사케이 해외수출을 축하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직원들.
인보사케이 해외수출을 축하하고 있는 코오롱생명과학 직원들.

국내 1호 유전자치료제인 인보사케이(코오롱생명과학)가 몇 가지 선택지를 놓고 운명의 심판을 기다리고 있다.

보조적 역할을 하는 2액이 허가신고(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와 달리 신장유래세포주(GP2-293세포)인 것으로 주성분 확인시험 중간과정에서 밝혀지면서 논란의 중심에 섰다. 국내 허가시판과 8000억 넘는 수출계약으로 기세를 올린 코오롱은 미국 진출을 위해 FDA 승인을 받고 현지에서 임상3상을 진행하던 중이었다.

미국 임상제품의 2액이 연골세포가 아닌 신장세포로 확인되면서 국내에서 유통판매되는 제품에 대한 관심이 쏠렸고, 국내제품에 대한 조사결과는 15일경 회사측에 통보될 것으로 알려졌다.

회사측이 현재까지 내놓은 주장을 간단히 정리하면 ▲임상개발 단계부터 신장세포 였는데 연골세포인 것으로 ‘명찰’을 잘못 달았다 ▲임상 및 국내시판 과정에서 확인된 특이한 부작용이 없어 안전성에는 문제가 없다 등 2가지다.

이 주장을 쫓아가 보면 코오롱은 인보사케이의 허가변경을 이번 사태에서 건질 수 있는 최대치 목표로 삼은 것으로 보인다. 다만, 코오롱이 이 목표에 도달하기 위해서는 국내 유통제품에 대한 조사결과가 미국과 동일하게 신장세포로 확인되는 것을 기본전제로 한다. 이 전제가 성립되더라도 코오롱은 자신들이 주장하는 “처음부터 명찰을 잘못 달았다”는 점을 입증해야 한다.

국내에서 진행한 초기 임상부터 최종 허가까지 제출된 모든 자료가 2액이 신장세포인 인보사케이를 근거로 만들어졌다는 점을 역추적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런데 코오롱 측이 마주할 또다른 2가지 가능성이 존재한다. 첫째, 국내에 유통되는 인보사케이는 허가대로 2액이 연골세포였다. 둘째, 초기개발은 연골세포였으나 진행과정에서 신장세포로 바뀌었다가 그것이다.

국내유통 제품이 허가사항과 일치한다는 첫 번째 가정은 식약처 입장에서는 최고의 케이스이지만 코오롱 측으로 볼 때 100점짜리 답안은 아니다. 자회사인 코오롱티슈진의 동일한 세포주를 공급받아 각기 다른 제조소에서 만든 제품의 성분이 달라진 경위를 규명해야 한다. 국내시장은 그나마 보전할 수 있지만 이 경우 해외전략에 심각한 타격이 발생할 수 있다.

두 번째 가정은 최악이다. 개발과정 중 특정 시점부터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바뀌었다면, 허가를 위해 제출한 임상데이터 등의 일관성과 신뢰성이 무너지기 때문에 돌아볼 것 없이 허가취소 단계로 접어들 수 밖에 없다. “명찰”론을 들고 처음부터 신장세포였다고 코오롱이 주장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코오롱 측이 “속았을 가능성”도 일부에서 거론되지만 식약처도, 업계도 이 경우는 현재로선 상상하기 싫어한다. ‘조작’을 입에 올려야 하는데 이해관계를 따져보면 가능성이 극히 낮다고 볼 수 있다.

코오롱의 희망대로 처음부터 신장세포일 경우 식약처는 허가변경 조치를 취할 수 있다. 인보사케이주의 2액을 신장세포 유래로 바꿔 변경허가를 내주는 방식이다. 물론 회사측 실수에 대한 행정처분은 별도로 논의되어야 한다.

그런데 이 경우에는 식약처의 부담이 상당할 수 밖에 없다. 1차적으로 허가단계에서의 검증 소홀이 도마에 오를 수 있지만, 식약처는 공인된 인증기관(GLP, GCP, CRO)의 객관적 데이터가 제출되면 이를 서류검토한다는 점에서 비켜갈 수 있다. 또 임상개발 초기의 허가규정이나 시험법 등도 고려대상이다.

문제는 오히려 인보사케이에 대한 변경허가를 내줄 경우 제기될 수 있는 여론의 역풍이다. 현재도 일부 시민단체들은 식약처의 책임론을 제기하고 있다

인보사케이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연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 관련 긴급기자간담회를 연 코오롱생명과학.

인보사케이 사태를 보는 또다른 의문점도 있다. 코오롱 측이 시행했다는 STR검사법 외에도 지놈시퀀싱(genome sequencing) 등 다양한 검사법이 있고 STR검사법은 개발 당시에도 일반화된 기술이라는 주장이다. 이들은 “회사측이 분석의 필요성을 인지하지 못한 것으로 보인다”는 의견을 내놓고 있다.

다른 의문점은 암유전자가 도입된 세포주에서 유래한 293세포를 의약품에 사용하는게 맞느냐는 질문이다. 방사선 조사를 해서 완전히 죽었고 인체에 잔존하지 않는다고 회사측은 밝히지만 암유전자가 도입된 세포주는 의약품으로 사용하지 않는게 세계적 추세라고 이들은 주장한다.

여하간 1호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는 바람 앞에 섰다. 명찰을 바꿨다면 허가변경으로 구사일생할 가능성이 있지만, 개발과정에서 세포의 형태가 변질됐다면 허가취소되는 운명을 맞을 수 밖에 없다.

15일을 전후로 한국유통 제품에 대한 검사결과가 통보되겠지만, 결과가 무엇이든 식약처의 검토작업은 상당시간이 소요될 수 밖에 없다.

식약처 관계자는 “어떤 결론이 나오든 허가가 잘못된건데 최종적으로 어떻게 조치할지는 예단하지 않고 있다. 회사의 주장이 맞는지, 추가적인 고려사항이 있는지도 살펴 봐야한다. 어떤 조치를 취할지는 모든 것이 확인된 이후에 판단할 계획”이라고 고민을 드러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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