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실련, 식약처 허술했다며 지적… "알고도 묵인했는지 조사해야"
건약, '자료 공개·전면 검증' 요구… 바이오의약품 관리 기준 필요성 제기

코오롱생명과학 유전자치료제 인보사케이주(이하 인보사)의 성분으로 인한 제조·판매 중지 논란에 대해 시민사회단체와 약사단체가 식약처의 관리감독이 허술했다며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지적했다. 그러면서, 임상자료를 공개하고 전면 검증을 실시하라고 요구하고 나섰다.

먼저 경제정의실천시민연합(이하 경실련) 보건의료위원회는 2일 성명을 내 "11년 간 몰랐던 '인보사' 성분 변경 사태는 식약처의 명백한 직무유기"라고 주장했다.

앞서 지난달 31일 식약처는 코오롱생명과학의 인보사에 대해 허가 당시 제출한 자료에 기재된 세포와 다른 세포인 것으로 추정되어 제조와 판매를 중지시켰다고 발표했다. 

식약처에 따르면 '인보사'는 1액(동종유래 연골세포)과 2액(TGF-β1 유전자삽입 동종유래 연골세포)로 구성됐고, 그 중 2액이 허가 사항이었던 연골세포에 신장세포가 혼입된 후 연골세포를 대체한 것으로 추정된다고 밝혔다. 즉, 허가한 성분과 실제 성분이 다르다는 것이다. 따라서 제조와 판매를 중단시켰고, 안전성에는 우려가 없다고 밝혔다.

경실련은 이에 대해 "식약처의 명백한 직무유기"라며 "식약처는 최초 임상시험부터 허가후 판매가 시작된 지금까지 약 11년간 인보사 성분을 잘못 표기했는지 알지 못했다"고 지적했다. 

이어 "이번 사건도 미국 FDA가 임상 시험 과정에서 먼저 밝혀냈으며, 이를 코오롱생명과학이 자진 신고하면서 알게 됐다"며 "미국 FDA는 임상 시험과정에서 성분이 다르다는 것을 밝혀냈지만, 우리나라 식약처는 시판 허가가 난 이후에도 알지 못한 것"이라고 비판했다.

이들은 "식약처가 임상시험과 허가과정에서 의약품 성분에 대하여 관리·감독을 허술하게 했다는 것을 단적으로 드러낸 것"이라며 "더욱이 식약처는 연골세포가 신장세포로 대체해 발생할 부작용에 대해서는 파악도 하지 못했고 대처는 무책임했다"고 강조했다.

식약처는 최초 임상시험을 시작한 이후 지금까지 11년간 부작용이 없었으니 안전성에는 우려가 없다고 무책임한 태도를 보였다는 것이다. 다행히 의약품의 큰 부작용은 없었지만, 만약 부작용이 발생했다면 대형 참사가 일어났을 수도 있는 심각한 사안이라고 경실련은 주장했다.

그러면서 경실련은 이번 사태가 식약처가 허가한 모든 의약품에 대한 신뢰도에 타격을 입을 수도 있는 중대한 사안이라며 식약처는 의약품 관리·감독 본분을 잊지 말고 국민의 불안 해소와 신뢰성 회복을 위해서도 철저한 검증과 사실관계를 밝혀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를 위해 코오롱생명과학이 임상시험부터 최종 허가 때까지 신장세포가 혼입된 사실을 알고 있었는지에 대한 조사와 신장세포 혼입으로 인한 성분의 변화 여부와 안전성 문제를 철저히 조사해야 한다고 했다. 혼입 사실을 알고도 허가를 진행했다면 제약사가 국민을 속인 중대한 범죄라고 경실련 측은 설명했다.

이들은 인보사의 경우 2014년부터 식약처가 바이오업체 개발 지원을 위해 품질관리기준 설정 등에 대한 밀착상담을 해준 '마중물사업' 중 하나로 식약처도 '최초'라는 타이틀에 매몰돼 사실을 알고도 은폐한 것은 아닌지 조사해야 한다는 의견을 피력했다.

이들은 "이번 사건을 계기로 정부는 식약처가 과연 독립된 기관으로 제대로 된 기능을 할 수 있는지, 보건복지부의 산하기구로 개편하여 보건복지부의 지도감독을 철저히 받도록 해야 할지에 대해 전면적으로 재검토해야 한다"고 요구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스스로 규제기관임을 직시하고 의약품, 의료기기 등 국민 건강과 직결된 허가에 대해서 기업의 입장이 아니라 국민의 입장에서 더욱 신중하게 검증하고 재검토해야 한다"고 거듭 강조했다.

아울러 건강사회를위한약사회(이하 건약)도 이날 성명서를 통해 식약처에게 비판의 목소리를 냈다.

건약은 "코오롱생명과학 측에서는 2004년 인보사 분석 때에는 연골세포로 판단했으나 최근 발달된 검사법으로 수행해보니 다른 세포로 확인된 것이라며 명찰을 잘 못 달아준 것뿐이라 변명하고 있다"며 "식품의약품안전처(이하 식약처)에서도 현재까지 우려할 만한 부작용 사례가 보고되지 않았다며 안전성 우려가 크지 않을 것이라 회사 측에 동조하고 있다"고 강조했다. 

이에 대해 건약은 "의약품에 대해 하나도 모르는 사람이라 하더라도 코오롱생명과학과 식약처의 변명이 참으로 무지하고 위험하기 짝이 없다는 것을 알아차릴 수 있을 것"이라며 "의약품의 기본은 해당 성분에 대한 철저한 검증과 분석"이라고 밝혔다.

특히 이들은 "심지어 어떤 성분인지도 몰랐던 제품에 대해 그간 써보았는데 괜찮았으니 앞으로도 문제가 없을 것이라는 것은 어느 시골 시장 보따리 약장수에게나 들을 법한 말"이라고 비판했다.

코오롱생명과학은 무허가 세포가 들어갔음에도 불구하고 별 문제 없다고 주장하고 있으나 해당 세포의 유해성이나 체내에서의 작용 기전 등에 대한 자료를 가지고 있긴 한 것인지 묻지 않을 수 없다는 것이 이들의 주장이다.

또한 이들은 "15년 동안이나 인보사를 생산하고 시험하면서 전혀 다른 세포가 주성분이라는 사실 조차 인지하지 못한 코오롱생명과학과 이를 허가해준 식약처는 그에 상응하는 법적, 도의적 책임을 져야 한다"고 요구했다.

이들은 "인보사를 자세히 다시 봐야 한다. 인보사 하나 만을 위한 것이 아니라 정부가 앞으로 4차 산업혁명 주력으로 키워가겠다는 제약바이오산업 전체를 위해서 그러하다"고 했다.

그러면서 "식약처는 애초 전혀 다른 성분에 기반한 인보사 허가를 즉각 취소하고 임상 자료, 허가 자료, 중앙약사심의위원회 회의 자료 등을 모두 공개해 전면 검증해야 한다. 해당 회사와 식약처의 밀실 논의만으로는 국민의 의혹을 털어낼 수 없다"고 주문했다.

이어 최근 국회 상임위를 통과한 첨단재생의료 및 첨단바이오의약품 안전·지원에 관한 법률안(이하 첨단바이오법)에 대해 "안전에 대한 내용은 부실하고 지원에 관련된 부분은 꽉 찬 법안"이라고 평가했다.

이들은 "인보사가 여실히 보여주었듯이 식약처의 바이오의약품 허가는 허술하고 느슨하다"며 "세계 최다 줄기세포 허가국이라 광고했지만 오히려 외국에서 한국 허가 시스템에 대한 우려가 나오고 있는 상황"이라고 했다.

아울러 "우리는 아직 첨단바이오에 대한 기준조차 똑바로 만들지 못했고, 이를 검증할 수 있는 체계도 세우지 못했음에도 불구하고 규제완화에 대한 목소리가 높다"며 "의약품의 역사는 규제의 역사이다. 이 규제는 쳐 부셔야 할 악이 아니라 의약품의 효과를 입증하는 틀이고, 안전을 담보하는 울타리"라고 비유했다.

이들은 "바이오의약품은 지금까지 사용해 왔던 화학 의약품과는 질적으로 다르다. 바이오의약품의 질과 안전을 어떻게 지켜낼 것인지, 그 기준을 세우는 작업을 이제라도 인보사를 기점으로 시작해야 한다"고 말했다.

이들은 인보사의 임상·허가 등에 관한 자료의 공개와 전면 검증, 인보사 투약 환자를 대상으로 전수·정밀 조사 실시, 코오롱생명과학에 대한 엄격한 실사, 바이오의약품 허가·관리 기준을 만드는 사회적 논의를 촉구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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