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코오롱 인보사 파동을 어떻게 볼까
당시 규정에 적합했는지, 규정 개선점 있는 지 제도적 접근해야

15일이 가까워졌다. 코오롱생명과학이 인보사케이 한국유통 제품의 주성분 검사 최종 결과를 식약처에 제출하는 날이다. 코오롱 측이 인보사 2액이 신장세포라는 중간검사 결과를 언론을 통해 공개한 상태이고, 식약처도 비공식적으로는 그렇게 받아들이는 입장이라 2액이 신장세포냐, 허가대로 연골세포냐는 큰 관심거리가 되지 못한다. 일부에서는 그 결과에 따라 인보사의 운명이 바로 결정되는 것처럼 생각하지만 조사는 이제부터 시작일 뿐이고 얼마나 걸릴지 정확히 장담할 수 있는 사람은 없다. “허가서류만 캐비넷 하나”라는 식약처 관계자의 말을 들어보면 셀뱅크에 대한 직접 조사와 허가서류 복기를 통해 연골세포였다던 2액이 신장세포로 바뀐 경위를 파악해내기는 말처럼 쉽지 않을 수도 있다.

사태의 심각성에 비해 코오롱의 돌파는 용감한 듯 보인다. 경위는 차치하고 “허가변경”을 대뜸 식약처에 요청하고 이를 달성하기 위해 “처음부터 신장세포였는데 몰랐다”는 논리로 안전성·유효성에 문제없음을 설파하고 있으니 말이다. 사태의 본질은 ‘바뀌었음에도 불구하고 안전하냐’가 아니라 ‘왜 바뀌었느냐, 왜 몰랐느냐’에 있다. 세포·유전자치료제 업계에 미칠 파장을 예상하기도 어려운 사건 앞에서 나온 코오롱의 이같은 자세는 무모해보이기까지 한다.

예정대로 15일 코오롱이 2액이 신장세포라는 결과를 세상에 내놓으면 사태의 규명과 행정조치의 방향성 그리고 재발방지 대책까지 마련해야 하는 책임을 식약처가 고스란히 져야한다. 이미 일부 시민단체나 언론에서는 식약처가 왜 걸러내지 못했느냐는 책임론을 들먹이며 때이른 군불을 지피고 있다. 매번 지켜본 일이지만, 이렇게 될 경우 허가행정의 경직성으로 돌아올 가능성이 높다.

원칙적으로 임상개발에서부터 생산과정을 통해 도출되는 결과물인 의약품의 최종 책임자는 제약회사이다. 회사는 공인기관(GLP, GCP 등)을 통해 진행한 각종 임상 데이터들을 기반으로 시판허가를 받는데, 식약처는 이 과정에서 회사가 제출한 허가서류들을 논리적·과학적으로 검증함으로써 약물에서 위험성이 나타날 확률을 최소화하는 역할을 한다. 쉽게말해 식약처의 검증방법은 ‘서류검토’ 중심이고 이 역할은 전세계적으로 동일하다. 따라서 인보사케이의 2액이 신장세포였다는데 식약처가 왜 몰랐느냐고 무조건 따져물을 일은 우선 아닌 것이다.

전직 지방 식약청장 출신의 한 인사는 “데이터가 이상하면 실사하기도 하는데 원칙적으로 식약처는 허가서류를 검토하는 게 본업”이라며 “인보사 주성분 바뀐 걸 왜 몰랐느냐고 하는건 범죄가 왜 생겼느냐고 경찰에게 묻는 것과 다르지 않다”고 주장할 정도이다.

“미국에서는 걸러졌는데 한국에서는 왜?“라며 식약처 허가 시스템의 문제를 거론하기도 한다. 그러나 유전자치료제는 인보사가 세계 최초로 국내에서 허가를 받았고 개발이 시작된 10여년 전에는 유전자치료제 개발에 의무적으로 적용되는 검사 등 방법론이 제대로 확립되지 않았다는 것은 주지의 사실이다. 이제라도 관련 가이드라인을 꼼꼼히 살펴보고 보완하라고 주문하는 것이 합리적일 수 있다.

그렇다고 식약처가 인보사 사태의 책임구조에서 자유롭다는 말은 아니다. 2액이 신장세포였다면 품목허가에 원천적 하자가 있고, 중간에 바뀐 것이라고 해도 허가 시스템의 관리 책임은 어차피 식약처에 있다. 다만, 그동안 그래왔던 것처럼 모든 책임을 식약처에 ‘몰빵’으로 돌리는 행위는 설득력을 갖기 어렵다. 허가심사 공무원들은 그저 경직될 뿐이다.

식약처 중간관리자 출신인 모씨는 “미국은 허가심사자가 의심이 풀릴때까지 자료를 요구하는 것이 당연한 일인데, 한국은 민원이나 여론의 영향이 허가행정에 미치는 영향이 크다”며 “예전의 경험을 돌아보면 바이오의약품 관련 심사부서 공무원들이 개인적 소신으로 버텨온 측면이 있다”고 말했다.

코오롱의 인보사 사태는 국내 업계가 글로벌 기업들과 어깨를 나란히 하거나 오히려 앞서있는 세포·유전자치료제 분야에 찬물을 끼얹는 도화선이 될 필요는 없다. 그러기위해서는 냉정하고 객관적으로 책임소재를 가리되 이를 관련산업의 발전과정으로 인식하고 그 위험성을 최소화할 수 있도록 가이드라인을 보완하는 쪽에 방점을 찍어야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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