생각을 hit | 제약사의 다이소 건기식 출시 후 1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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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  코로나19 전후 몇 년간 국내 패션계에서 '도메스틱 브랜드'의 붐이 일었다. 아더에러, 디스이즈네버댓, 널디, 로우로우, 그라미치 등 젊은 층이라면 이름만으로도 '아 그 브랜드'라고 공감할 정도로 회사들은 성공을 거듭했다. 한류 붐을 타고 한국 패션까지 세계 시장에서 입지를 다지던 때였다.

그리고 2026년 시점에서 다시본다. 이들 브랜드 중 몇몇을 제외한 상당수 국내 패션 브랜드는 매출 감소 혹은 브랜드명 변경까지 이어지는 어려움을 겪고 있다. 유행이 돌고 돌아서 그런 것뿐이라는 표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

패션업계는 상당수 브랜드가 과잉노출과 저변 확대라는 늪에 빠져 매출마저 놓치는 결과를 초래했다고 본다. 옷이 뻔하고 지겨워지는 '이미지 패티그'(Image Fatigue) 현상을 부르며 '급식브랜드'(급식을 받는 중고등학생들이나 입는 옷이라는 별칭)으로 전락했다는 뜻이다. 특정 브랜드를 폄하하려는 것이 절대 아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 현재까지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 ndy, 디스이즈네버댓, 아더에러. 출처=각사 상품 카탈로그. 이같은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국내 디자이너 브랜드 중 현재까지도 인지도가 높은 브랜드인 ndy, 디스이즈네버댓, 아더에러. 출처=각사 상품 카탈로그. 이같은 브랜드는 국내는 물론 해외 시장에서까지 큰 인기를 끌었다.

 


다이소 매대의 제약사 '건강기능식품'에서 느낀 데자뷰

이같은 이야기를 꺼낸 것은 얼마전 다이소 쇼핑 풍경이 떠올랐기 때문이다. 지난해 다이소의 건강기능식품 진출과 그 분위기에 편승해 공격적으로 제품 출시를 지속했던 회사들의 모습이 겹쳐 보였다.

새로운 제품이 나왔을까? 호기심으로 매대를 돌다 기존 건강기능식품과 패키지 디자인이 동일한 한 '식품'이 눈에 띄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로 인정받지 않았지만 소위 '뜨는' 성분이 매대에 오메가3와 함께 진열돼 있었다.

"이건 식품 원료잖아. 건강기능식품 매대에 놔도 괜찮은 건가?" 한데 옆에 있던 30대 한 여성은 자연스럽게 제품을 들어 계산대로 걸어갔다.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의 경계가, 최소한 그 사람에게 만큼은 허물어지는 순간이었다.

사실 이같은 추이는 어느 정도 예상됐다. 일본 편의점만 가봐도 일반의약품의 한 분류인 '제3류의약품'과 건강기능식품, 일반 식품이 냉장식품 매대에 공존한다. 사람들은  분류를 보지 않고 사는 데 익숙한 듯하다.

우리 모습도 다르지 않다. 편의점에 가면 유명 소화제에서 한 글자를 뺀 제품에 소화를 돕는다는 '효소'가 함유된 식품이 소비자를 반긴다. 제약사들도 건기식이 아니라는 점을 알리지 않은 채 보도자료를 양산한다.

물론 충분히 납득가능한 상황이다. 약가개편의 바람은 불었고, 다이소를 시작으로 여러 유통경로에 제약사의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이 퍼지기 시작한 만큼 소비자의 거부감도 줄었다. '제약사=신뢰'라는 공식도 유효하며 휘발성 강한 국내 소비자에게 규제가 낮은 식품으로 진입도 어쩌면 당연한 선택일 것이다.

모 다이소 점포의 건강기능식품 코너. 이 매대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을 한 번에 딱 알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모 다이소 점포의 건강기능식품 코너. 이 매대에서 건강기능식품과 식품을 한 번에 딱 알 수 있는 사람은 얼마나 될까.

 

다각화 좋으나 제약회사 이미지 무작정 소비해선 곤란

그렇지만 이같은 상황에 우려가 남는다. 이같은 움직임이 제약업계의 '저변 확대'가 아닌 '하강 이동'에 가깝다. 기존의 이미지를 깎아내리는 행보이기도 하다. 머릿속에 인터넷에서 유행하는 '네가 이렇게까지 할 줄은 몰랐어'라는 코멘트가 생각날 정도다.

어느 순간 제약사는 '약을 만드는 집단'이라는 이미지만 남은 채 실제로 건기식이나 의약외품, 식품 등을 팔면서 살아남는 일반 소비재 기업으로 하강을 부를 수 있다. 오히려 일반의약품을 다수 취급하는 제약사는 화장품이나 타 분야에 집중하면서도 조심스러운 경향을 보이는데 이것은 제약사의 이미지 소비를 우려하기 때문이다.

하나 더 생각해 볼 점은 과연 이같은 행보가 약을 파는 본업에 어떤 영향을 끼칠지다. 국내 제약업계 스스로가 약가에 대응하기 위해 생존 문제뿐이 아닌 '약의 가치'를 더 강조하고 있는 시점에서 이같은 행보가 과연 제약보국(製藥保國)이라는 뜻과 자연스레 연결될 지 의문이 든다.

도메스틱(내수) 브랜드에서 아직까지 좋은 '폼'을 유지하는 디스이즈네버댓은 다양한 물목을 갖추면서도 끊임없이 다른 브랜드와 협업하며 이미지를 유지하는데 집중했다. 뉴발란스, 그레고리, 닥터마틴 등 유명 브랜드와 협업하며 '자신만의 이미지'를 갖춰나가기 위해 노력하고 있다. 약을 파는 이미지가 희박해지는 현상이 혹여나 '급식 제약사'를 만드는 건 아닐 지 우려되는 요즘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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