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식약처와 업계 '60번의 만남'이 다른 무균 제제에도 이어진다면

'60번'. 식품의약품안전처가 대한약품 등 대용량 수액제 제조 업체들과 함께 '매개 변수 기반 출하' 관련 가이드라인을 마련하기 위해 만난 횟수다. 식약처 의약품품질과는 무균 GMP 강화 조치 시행을 앞두고 대용량 수액제 생산 업체들이 매로트(배치)마다 시행해야 하는 압박감을 느낀다는 점을 인지하고 수차례 만나 결국 문제를 해결했다.

그 결과 수액제 제조업체들은 올해부터 GMP 강화 조치 리스크를 피할 수 있었다. 업체들은 서로의 자산을 공유하고 한국제약바이오협회 도움을 받아 매개 변수 기반 출하 도입으로 무균시험을 진행하지 않아도 되는 시스템을 갖췄다. 식약처는 이들 업체의 변경허가를 올해 상반기로 유예하는 유연성도 발휘했다.

업계에서는 이번 사례를 정부와 업계의 모범적인 소통 사례라고 평가했다. GMP 전문가는 “미국과 유럽 선진국들은 이미 매개 변수 기반 출하를 도입해 무균 시험을 매 로트마다 진행하지 않고 있었다"며 "국내에도 이미 규정이 있었지만 제약사들이 이를 도입할 엄두를 내지 못했다"고 전했다.

그는 이어 "그러나 식약처가 주도적으로 협의체를 만들고 경쟁 업체들이 서로 힘을 합쳐 매개 변수 출하를 도입할 수 있었다"며 "식약처가 협의체를 조성해 다리를 놓으면서 60번 가량 만나 조율을 하면서 무균 GMP 분야의 새로운 표준을 만들어낸 것으로 모범적인 소통 사례"라고 덧붙였다.

이번 사례를 보면서 식약처를 출입해온 기자로서 문득 "식약처가 수액제 뿐 아니라 다른 무균 제제 생산 업체들과도 주도적인 소통을 하면 어떨까"라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달 30일부터 식약처가 부여한 무균 완제 의약품 GMP 강화 조치 유예기간이 끝나면서 대부분의 제약사들이 매 로트마다 무균시험을 진행해야 하는 상황에 직면했기 때문이다. 무균 시험을 진행하지 않으면 행정처분 대상이다.

지난해 5월 업계가 식약처를 향해 행정 계도 기간 부여를 요청했지만 식약처는 "규정대로 진행하겠다"는 입장을 보였다. 2년이라는 기간을 부여했기 때문에 더 이상의 유예 기간은 없다고 밝힌 것이다.

업계 관계자는 "매 로트마다 무균시험을 진행하는 것은 상당한 부담"이라며 "인력을 보강하거나 장비를 교체해야 하는데 무균 제제 특성상 채산성 고민을 하지 않을 수 없다. 최신 장비로 교체하면 장기적으로 수지타산이 맞지 않다"이라고 설명했다.

물론 식약처 원칙은 중요하다. 그러나 GMP 강화 조치 시한이 다가오면서 주사제 품절이 빈번하게 발생하고 있다. 실제로 GMP 규정 강화에 부담을 느껴 무균 제제 생산을 포기하는 업체들도 생겨나고 있다.

식약처가 대용량 수액제 업체들과 새로운 소통 모범 사례를 구축한 것에 이어 무균 제제 업계 전반과도 긴밀한 협의에 나설 필요가 있다. 대용량 수액제의 경우처럼 다른 업체들을 대상으로 적극적으로 소통하면서 정책적 유연성을 발휘할 수 있어야 한다는 뜻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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