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은희 식약처 의약품안전국 의약품관리과장 브리핑
제조 공정 노하우 등 특별 사유 없을시 '실사 결과' 공개 예고

식품의약품안전처가 의약품 제조소 GMP(의약품 제조·품질관리기준) 정기 실태 조사 결과의 공개 방식에 변화를 꾀할 계획이다. 제약사 요청이 있을 경우 GMP 실사 보고서 내용을 블라인드 처리해온 관행에 문제 의식을 느꼈다는 이유에서다.
23일 식약처 출입 전문언론 기자단과 브리핑에서 문은희 의약품안전국 의약품관리과장은 이번 개선안과 관련해 "지난 5월 히트뉴스 보도 이후 GMP 실사 보고서 공개 현황을 전반적으로 검토했다"며 "내부 논의 결과 업체의 요청에 따라 일부 대목을 비공개해온 점이 옳은 방향인지 고민할 수밖에 없었다"고 밝혔다.
문 과장은 이어 "지난 9월부터 공개 기준의 불투명성과 형평성 문제를 해소하기 위해 제도 운영 형태에 변화를 주기로 결심한 배경"이라며 "이번 개선 방향은 행정의 투명성을 높이고 국민의 알 권리를 보장하기 위한 조치다. 업계가 다른 업체의 지적사항과 개선사례를 참고해 스스로 품질 역량을 강화할 수 있도록 하려는 목적도 있다"고 설명했다.
그간 GMP 조사 결과는 식약처 조사관이 결과 보고서를 통보한 뒤, 업체가 요청하면 해당 부분을 비공개 처리하는 방식이 관행처럼 운영됐다. 이같은 과정에서 같은 성격의 지적사항임에도 불구하고 공개 수준에 편차가 발생한다는 지적이 반복됐다. 이에 따라 식약처는 GMP 실사 보고서 항목과 관련 전면 공개 원칙을 정하고 예외적인 경우에 비공개할 예정이라고 전했다.

식약처는 먼저 경영상·영업상 비밀에 해당한다고 판단되는 부분을 제외한 이후 공개 보고서를 작성한 뒤 업체에 통보한다. 업체가 비공개를 원할 경우 그 사유와 근거를 식약처에 제출해야 해야 한다.
문은희 과장은 "국민의 알 권리 보장 차원에서 공개할 필요가 있고 기업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로 볼 수도 없다면 이를 공개하겠다는 것"이라며 "동시에 업체의 비공개 요청 사유가 법적으로 타당한지, 기업의 경영상 영업상 비밀이라고 하는 것이 일반적으로 타당한 내용으로 볼 수 있는지를 검토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문 과장은 이어 "업체의 시설, 장비 등 제조 공정의 노하우도 기업의 경영상·영업상 비밀로 보여질 수 있지만 GMP 기준 일반에 대해서 준수하지 않았다고 판단될 경우 공개 원칙이 우선"이라며 "과거와 달리 업체가 요청하면 블라인드 처리를 하는 것이 아니라 비공개 요청 사유를 보다 엄격하게 해석해서 투명성을 높일 계획"이라고 밝혔다.
이뿐만이 아니다. 품목명이 아닌 '제형(완제의약품)'과 '제조방법(원료의약품)'단위로 일괄 공개해 GMP 적합판정서와 동일한 수준으로 맞출 예정이다. 예를 들어 완제의약품은 '내용고형제·액제' 등으로, 원료의약품은 '합성·발효·추출' 등 대단위로 표시된다.
문은희 과장은 "식약처는 특정 품목을 대상으로 GMP 실태조사를 하지 않는다"며 "예를 들어 A라는 품목을 중심으로 원자재, 시설, 제조공정 등 제형 전반을 중심으로 살펴본다. 애초에 제형과 제조 방법을 중심으로 GMP 적합 판정을 내리기 때문에 품목보다는 제형 정보를 공개하는 것이 맞다고 판단했다"고 전했다.
그러면서 "대단위 제형 별로 공개를 하면 업체 입장에서도 거부감이 덜할 것"이라며 "다만 무균인지, 비무균 제제인지 여부는 바뀐 제도 하에서도 공개 대상이 맞다"고 밝혔다.

변화는 여기서 그치지 않는다. GMP 지적사항 기술 방식은 현행과 같이 '중대·중요·기타'로 유형을 구분하되 조사자별 작성 기준이 달라 지적 건수와 관리 수준이 곧바로 등치되는 듯한 오해가 빚어지는 일이 없도록 조정될 예정이다.
문은희 과장은 "GMP 감시 분야는 그동안 품질경영, 시설장비, 제조, 시험실, 원자재, 포장표시 등 6개였다"며 "6개 분야의 법령을 살펴보면 수백 개의 근거 법령이 있는데 법령 별로 한 건씩 기록하도록 제도를 바꾸겠다는 것"이라고 밝혔다.
그러면서 "중요한 것은 GMP 실사 결과 약사법령을 위반했다는 점"이라며 "현행 방식이 지적 사항 건수가 부각되는 방식이었다면 이제는 법률 위반을 중점적으로 알릴 계획이다. 법령 위반 사례가 다른 업체 입장에서 더욱 참고할 만한 자료가 될 수 있다고 판단했기 때문"이라고 덧붙였다.
식약처는 동시에 '중대·중요' 지적 사항의 보완 여부를 실사 보고서에 함께 명시할 예정이다. '기타' 지적사항과 관련해 보완계획서의 타당성 인정 여부도 함께 기술할 예정이다.
문은희 과장은 "식약처가 중대하거나 중요한 사항은 보안이 끝나야 GMP 적합 판정을 내렸다. 기타 보안 사항은 이행계획서 타당성 여부에 따라 GMP 적합판정을 내려왔다"며 "이를 통해 업체가 그동안 정보 공개를 꺼려온 행태가 줄어들 수 있다. 국민들도 문제들이 해결된 이후 제품들이 유통되고 있다고 생각해 안심할 수 있다는 측면도 고려했다"고 밝혔다.
한편 식약처는 실태 조사자 신상정보 공개 범위도 조정할 예정이다. 조사자 소속과 성명까지 공개해왔으나 특정 조사자의 점검 성향을 분석해 사전에 대비하는 등 부작용이 드러나면서 앞으로는 기관명과 부서까지만 공개하고 성명은 제외한다.
새로운 의약품 제조소 GMP 정기실태조사 결과 공개 개선안은 9월 1일 이후 발급된 GMP 적합판정서부터 적용된다. 다만 보고서 작성, 업체 의견 청취, 내부 검토 절차 등을 거치면서 실제 공개 시점은 몇 달 뒤가 될 것으로 보인다.
문은희 과장은 "세계보건기구(WHO)의 WLA 평가에서도 규제기관의 실사 결과 공개 여부를 중점적으로 본다. 국제적 신뢰도 확보 차원에서도 필요한 변화"라며 "이번 제도 개선으로 국민들은 의약품의 품질과 관련해 알 권리를 보장받고 업체들은 보다 투명화된 실사 보고서 공개방식을 나침반 삼아 스스로 품질 수준을 높일 수 있을 것"이라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