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기자간담에서 중장기 성장 전략 및 사업 비전 발표
대상포진·반려동물 항암제·일본뇌염 백신 3축 집중
2027년 상장유지 분기점 앞두고 반등 모색

차바이오텍 계열사 차백신연구소(대표 한성일)가 화이자 출신의 한성일 대표 영입으로 실질적인 매출 반등을 이룰 수 있을지 주목된다. 회사는 대상포진 백신 개발을 통한 '백신 주권' 확보와 상업화를 목표로 한 성장 로드맵을 제시했다.
차백신연구소는 22일 서울 광화문 HJ비즈니스센터에서 기자간담회를 열고 중장기 성장 전략과 글로벌 사업 비전을 발표했다. 이번 간담회는 한 대표 취임 이후 처음 마련된 자리로, 회사는 △상업화 가능성이 높은 파이프라인 집중 개발 △LMIC(중저소득 국가) 중심의 글로벌 시장 진출 △면역증강 플랫폼 기반 사업 확장을 핵심 전략으로 제시했다.
한성일 대표는 "취임 이후 가장 중점을 두고 있는 부분은 저평가된 기업가치를 턴어라운드시키는 것"이라며 "임상 중심의 성과 창출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통해 빠른 시일 내 매출과 영업이익을 확보하고, 시장에서 차백신연구소의 신뢰를 공고히 하겠다"고 말했다.
대상포진 백신 등 '선택과 집중' 전략
지난 6월 차백신연구소에 합류해 8월 대표이사로 취임한 한성일 대표는 2002년부터 약 20여 년간 화이자에서 구조생물학 기반 신약개발 부서를 이끌며 코로나19 백신, RSV 백신, 면역질환 치료제 등 FDA 승인 치료제 3종의 개발을 주도한 백신 개발 전문가다. 그는 글로벌 신약개발 경험을 바탕으로 차백신연구소의 연구개발 역량을 상업화 단계로 끌어올리겠다는 구상을 내놨다.
차백신연구소는 B형간염 예방백신 개발을 기반으로 2021년 기술특례 상장에 성공했으며, 백신 연구 역량을 기반으로 지난해에는 대상포진 예방백신 'CVI-VZV-001'의 임상 1상을 완료했다. 이날 회사가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제시한 것은 △대상포진 예방백신 △반려동물 면역항암제 △일본뇌염 백신 등 세 가지다. 한 대표는 "매년 최소 1건 이상의 IND(임상시험계획) 제출을 목표로 하고 있다"고 밝혔다.

회사에 따르면 대상포진 백신 'CVI-VZV-001'은 임상 1상에서 안전성과 함께 100% 혈청방어율을 확인했다. 기존 치료제인 '싱그릭스'는 효능은 높지만 전량 수입에 의존하고 가격이 높다. 이에 비해 자사의 CVI-VZV-001은 국내 기술로 생산이 가능하며, 효능은 동등하면서도 원가 절감이 가능하다는 설명이다. 회사는 내년 임상 2상을 시작으로 기술이전과 글로벌 파트너십을 병행 추진할 계획이다. 또한 일본뇌염 백신 후보물질 'CVI-JEV-001'은 현재 보건복지부 주관 '백신 실용화 기술개발 사업' 과제로 선정돼 개발이 진행 중이다.
반려견 유선암을 타깃으로 한 면역항암제 'CVI-CT-002' 역시 주요 개발 과제다. 파일럿 연구(임상 1/2상)에서 매주 1회 종양내투여를 3회 진행한 결과 100% 반응률을 확인했다. 회사는 2027년까지 피벗 연구(임상 3상)를 완료하고, 같은 해 제품 출시를 목표로 하고 있다.
해외 시장 공략은 중동과 남미 등 중저소득국(LMIC)을 중심으로 진행된다. 현지 개발 및 생산업체와 협력해 현지 임상, 생산, 공공백신 입찰 등을 추진함으로써 매출 확보를 꾀한다는 계획이다.
회사는 또한 독자 개발한 면역증강 플랫폼을 바탕으로 글로벌 기술이전 및 파트너십을 확대할 계획이다. 차백신연구소의 리포-팜(Lipo-Pam)은 감염병혁신연합(CEPI)의 '면역증강제 라이브러리' 사업에 선정돼, 전 세계 백신 기업과 연구기관에 공급이 가능해졌다. 회사는 이를 통해 글로벌 백신 협력 네트워크를 넓히고, 자사 플랫폼 기술의 수익화를 추진한다는 전략이다.
"2027년에는 매출 실적 나올 것"
기술특례로 코스닥에 상장한 차백신연구소의 지난해 매출액은 약 3억7000만원이다. 2024년 사업보고서에 따르면 회사의 주요 매출원은 연구용 시약(G6PDH 효소) 수출로, 지난해 매출 전액이 해당 제품에서 발생했다.
코스닥시장 규정상 최근 사업연도 매출이 30억원(개정안에 따라 2027년부터 50억원) 미만이면 관리종목 지정 사유에 해당하지만, 기술특례 상장사는 상장 후 5년간 이 요건이 면제된다. 차백신연구소는 이 유예기간이 2026년 말에 종료되며, 2027년부터는 매출액 기준 심사를 받게 된다. 이에 따라 차백신연구소가 2027년 이후에도 매출을 크게 끌어올리지 못할 경우 상장 유지에 부담이 커질 전망이다.
이러한 상황에서 회사는 국내외 기관과 공동임상 및 사업화 파트너링을 통해 글로벌 시장 진출을 모색해 실적 개선에 나서는 것으로 보인다. 회사는 그 동안 축적한 백신과 면역 증강제 기술을 바탕으로 중장기 성장을 위한 토대를 마련할 방침이다.
김상기 CFO는 "상장 당시 주목받았던 B형간염 백신은 데이터는 잘 나왔지만 국내 시장을 대상으로 개발을 이어나가기에 한계가 있다"며 "대상포진 백신은 시장 규모가 크고 국내 공급 여건이 유리해, 새로운 핵심 파이프라인으로 재정비했다"고 말했다.
그는 이어 "상장 유지조건에 대한 고민을 계속하고 있으며, 이를 해소하기 위한 내부 방안을 다각적으로 검토 중"이라고 덧붙였다. "2027년에는 매출 실적이 나올 것으로 예상하고 있으며, 그 시기를 앞당기기 위한 준비를 하고 있다"고 말했다.
마지막으로 그는 "글로벌 제약사 경험을 갖춘 대표가 합류한 만큼, 빠른 시간 내 제품 출시와 실적 개선을 통해 시장 신뢰를 회복하겠다"고 밝혔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