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산 9가 HPV 백신 개발사 포스백스, 자금난 속 인력 절반 감축
"EXIT 중심 투자 구조 개선 시급"

 기획 | 미정복 질환과 싸우다 고독해진 K바이오텍 

문제는 임상, 빅 파마도 임상 결과를 묻잖아
신약의 혁신성 보다 트렌드를 쫓아가는 '돈'
③ 목적성 펀드조차 대상 기업을 외면한다면... 
④ 임상 문턱에서 멈춘 혁신, 이제는 결단할 때

정부가 국가 필수예방백신의 자급률 제고를 목표로 하고 있지만 국내 백신기업들이 'K-바이오 백신펀드' 사각지대에 놓여 있다는 지적이 제기됐다. 백신 개발은 장기적 투자가 필요한 분야인데, 펀드 운용이 기술이전이 용이한 후기 단계 기업 위주로 집중되면서 실질적인 지원이 이뤄지지 않고 있다는 것이다.

14일 업계에 따르면, 필수예방접종용 백신을 개발 중인 다수 벤처기업들은 백신펀드 운용사와 수차례 IR(투자유치설명회)을 진행했지만 투자로 이어지지 못해 심각한 자금난을 겪고 있다. 

정부는 백신 산업 육성과 팬데믹 대응을 위해 4차례에 걸쳐 백신펀드를 조성했지만 실제로는 빠른 회수(EXIT)가 가능한 의료기기나 소부장 분야로 투자가 쏠리고 있다는 지적이다.

업계 관계자는 "이름만 백신펀드일 뿐, 실제로 필수백신을 개발하는 중소·벤처기업에 돌아오는 지원은 거의 없다"며 "국가 방역역량 강화를 위한 장기투자 성격을 되살릴 제도 개선이 절실하다"고 말했다. 

특히 국가필수예방접종(NIP) 백신은 대규모 장기개발이 불가피하고 조기 기술이전이 어려운 구조적 특성상, 펀드의 투자회수 중심 전략과 맞지 않아 지원에서 배제되는 실정이다.

HPV(인유두종바이러스) 백신이 그 예다. 포스백스는 9가 HPV 백신 개발사다. 포스백스는 김홍진 대표가 2004년 약대 교수 재직 시절부터 21년간 9가 HPV 백신 ‘포스나인(POSNINE)’ 개발에 매진해왔으며, 현재 임상 2상 단계에 진입한 상태다. 

세계적으로 미국 MSD의 '가다실9가'가 시장을 독점하고 있으며, 국내 시장은 약 1200억원 규모로 100% 수입에 의존하고 있다. 정부가 남성으로 접종 확대를 검토하고 있어 향후 2000억원대까지 성장할 전망이지만, 높은 공급가(1회 약 14만~15만원) 탓에 국가필수예방접종 사업에는 포함되지 못하고 있다.

포스백스는 2가·4가 백신 수준의 가격 경쟁력을 확보해  국가접종사업에 적정한 가격으로 공급할 수 있다는 입장이다. 또한 9가 HPV 백신 기술과 관련 12개국에 25개의 등록된 특허를 보유하고 있어 안정적인 사업화도 가능하다. 

그러나 후속개발을 위한 펀드 유치가 무산되면서 연구인력을 절반 수준으로 감축한 상태다. 김홍진 대표는 "해외 기술이전이나 대형 제약사 라이선스아웃 조건을 필수로 제시하는 펀드 구조에서는 국내 백신 벤처가 접근할 방법이 없다"며 "이대로라면 기술이 사장되거나 헐값에 해외로 넘어갈 수밖에 없다"고 토로했다.

펀드는 투자금 회수보다 국민보건 향상을 위한 장기개발 투자로 전환돼야 한다는 주장이다.  

김 대표는 "현재 국가필수예방접종 백신 자급률은 27.3%로 10년째 30%를 넘지 못하고 있으며 포스백스같은 국내 개발사가 성장할 경우 자급률 제고와 기술 내재화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라고 말했다. 

이어 "국가가 조성한 백신펀드가 단기 수익보다 공공성과 전략적 자급을 우선하는 방향으로 재편돼야 한다"며 "국산 필수백신 개발이 뿌리내리지 못하면, 다음 팬데믹 때도 외산 의존에서 벗어나기 어렵다"고 강조했다.

김 대표는 K-바이오 백신 펀드와 관련해 "단기 이익 실현 등 민간운용사인 VC들의 당면한 고충을 충분히 이해한다"면서 "다만, 모태펀드의 일정 부분이라도 목적성에 맞게 투자됐으면 좋겠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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