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업사원 아닌 병원 심사과 전문직원 용역 맡겨
법조계 "고도의 리베이트 범죄, 제약사 주의 기울여야" 경고

경찰의 불법 리베이트 수사가 본격화된 가운데 일부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사들을 상대로 요양 급여 청구 대행 서비스를 제안하는 행태가 관측된다. 과거와 달리 의약품 처방 조건으로 특정 업체 소속 직원들이 급여 청구를 대행하는 방식이다. 법조계에서는 보다 진화된 방식의 신종 리베이트로 형사 처벌이 될 수 있다는 지적이 들린다.
12일 업계에 따르면 일부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원급 의료기관을 대상으로 보다 진화된 방식의 급여 청구 대행 서비스 마케팅을 벌인 움직임이 포착되고 있다.
서울 성북 지역 내과 의원에 근무하는 한 직원은 "근무복을 벗고 사복 차림으로 쇼파에 잠시 앉아있었는데 유명 제약사 영업사원이 다가와서 '의약품을 처방해주면 원장님의 급여 심사 청구 서비스를 대신 해주겠다'고 상담을 시작했다"고 밝혔다. 이어 "제약사와 MOU를 맺은 특정 업체의 직원들이 심사 청구를 체계적으로 할 수 있다고 제안했는데 과거의 청구 대행 서비스 유도 방식과 달라서 당황스러웠다"고 덧붙였다.
병원 심사과 출신 직원들이 모인 컨설팅 업체와 제약사가 계약을 맺고 의사들의 요양급여 비용 청구를 대행하는 방식으로 최근 수도권 내과, 정형외과 원장들을 대상으로 일부 제약사가 광범위한 마케팅에 돌입했다는 후문이다.
의사는 환자를 진료한 이후 환자 본인부담금은 직접 받고 공단부담금을 받기 위해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이하심평원)에 '요양급여 비용' 청구서를 작성해 보낸다. 심평원 승인이 나면 국민건강보험공단이 진료비를 지급하는데 과잉 또는 초과 지급 청구 판정이 내려질 경우 진료비 삭감 결정이 내려진다.
현행법상 의사가 직접 환자 개인 정보를 챙겨 직접 요양 급여 비용 청구를 해야 하는데 의사 입장에선 까다롭고 복잡한 과정이다. 지난 2020년 당시 제약사 영업사원들이 의사 대신 요양 급여 청구를 대행하는 행태가 적발된 바 있다. 최근 의원가를 중심으로 제약사가 이보다 진화된 방식의 영업 행태를 벌이고 있다는 것이다.
의료계 관계자는 "영업사원들이 무상으로 급여 청구를 대행하는 서비스는 이전에 있었지만 대규모로 적발되면서 사그러들었다"며 "하지만 최근 병원 전직 심사과 직원들이 모인 급여 청구 컨설팅 업체에 용역 일체를 맡겨 원장들의 급여 청구를 대행하는 형태가 암암리에 퍼지고 있다"라고 설명했다.
법조계에서는 심사 청구 대행 마케팅은 신종 리베이트 범죄로 약사법 위반이라는 지적이 들리고 있다.
리베이트 사건 전문 변호사는 "제약사가 요양급여비용 청구를 대행하는 행태는 약사법 제47조 2항 위반으로 판단된다"며 "의약품 처방 대가로 부당한 경제적 이익을 제공하는 사안으로 심사청구 대행 서비스를 제공한 제약사와 제공 받은 의사 전부 형사처벌 대상이다. 이는 합법적인 경제적 이익 수수가 아니기 때문"이라고 밝혔다.
실제 약사법 제47조 2항은 "의약품공급자 및 의약품 판촉영업자는 의약품 채택ㆍ처방유도ㆍ거래유지 등 판매촉진을 목적으로 약사ㆍ한약사ㆍ의료인ㆍ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에게 경제적 이익등을 제공하거나 약사ㆍ한약사ㆍ의료인ㆍ의료기관 개설자 또는 의료기관 종사자로 하여금 약국 또는 의료기관이 경제적 이익 등을 취득하게 하여서는 아니 된다"고 명시한다.
약사법 제95조 벌칙 조항도 "제47조 2항을 위반한 자는 3년 이하의 징역 또는 3000만원 이하의 벌금에 처한다"고 덧붙인다. 또다른 약사법 전문 변호사는 "수사 원칙상 제약사의 대표자 처벌이 원칙"이라며 "제약사 대표의 조직적 지시로 급여 청구 대행 서비스를 제안하고 실제로 이것이 의약품 채택과 처방 유도에 영향을 미쳤다면 대표가 형사처벌을 받을 수 있기 때문에 엄중한 사안"이라고 밝혔다.
이어 "이뿐 아니라 양벌규정으로 제약사는 벌금도 납부해야 한다"며 "나아가 약사법 제81조가 적용돼 영업정지 또는 10억원 이하의 과징금 부과도 가능하다. 최근에는 국가기관이 행정소송에서 제약사의 방어가 어렵도록 영업정지보다는 과징금을 부과하는 경향성이 강하다"고 경고했다.
즉 제약사는 벌금과 과징금 처분을 받을 수 있고 대표는 형사처벌 될 수 있는 신종 리베이트 범죄 성격이 짙다는 것이 법조계 입장이다.
급여 청구 서비스 업체가 제약사와 협약을 맺고 대행하는 것도 약사법 위반으로 해석될 가능성이 높다. 업체는 의료 정보 관리사 등 병원 전직 심사과 소속 직원으로 구성됐다고 전해진다.
업체 역시 제약사의 공동정법 또는 종법으로 약사법 위반으로 처벌될 수 있다는 게 법조계 전문가들의 시각이다. 제약사를 돕는 방식으로 신종 리베이트 범죄와 가담했기 때문에 향후 검찰과 검찰의 수사 과정에서 혐의가 드러날 경우 형사처벌, 벌금, 과징금 등 범죄로 처벌 받을 수 있다는 것이다.
법조 전문가들은 업체의 개인정보보호법 위반도 법적 쟁점이 될 수 있다고 강조했다. 다수의 개인정보보호 법 소송을 담당한 변호사는 "일반적으로 개인정보 관련 처리 업무 위탁으로 볼 수 있지만 리베이트 위해 무상 제공하는 별도 경제적 이익 위한 것이어서 통상 업무 위탁이라 볼 수 없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환자 기록 등 개인정보를 제3자(제약사가 중개한 처리업체)가 환자 동의 없이 받아 처리했으므로 개인정보보호법 제17조 위반"이라며 "환자 건강 등 민감정보 처리 동의도 받지 않았기 때문에 동법 제23조, 주민등록번호 처리 권한 없는 자로 제24조의2 위반도 문제가 된다"고 덧붙였다.
결론적으로 대행 업체의 대표자는 개인정보호법 제17조 벌칙에 따라 5000만원 이하의 벌금 또는 5년 이하의 징역으로 형사 처벌 대상이라는 게 법조계 의견이다.
이 변호사는 이어 "업무를 대행하는 업체는 형사처벌에 과태료까지 물 수 있다"며 "동의가 없음을 알고서도 제공한 자, 즉 의사도 마찬가지로 개인정보 보호법 제71조를 근거로 형사 처벌 대상"이라고 밝혔다.
한편 검찰 등 사정기관의 대형 리베이트 수사 발표로 제약 업계의 긴장감이 고조된 상황이다. 고려제약은 물론 유니온제약을 시작으로 제약사들을 겨냥한 리베이트 감시망이 촘촘해지고 있다.
때문에 신종 리베이트 범죄를 사전에 방지하도록 제약사들이 사전에 임직원 윤리 교육 등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들린다.
또다른 리베이트 범죄 소송 전문 변호사는 "이번 사례는 과거와 달리 우회적 리베이트 제공 행태가 더욱 고도화되고 체계화된 방식"이라며 "약사법은 물론 개인정보보호법 더 나아가 국민건강보험법상에서 허용하지 않은 심사 청구 대행으로도 처벌될 수 있기 때문에 형사처벌 수위가 높을 수 있다"고 밝혔다.
그러면서 "수사 과정에서 제약사 대표의 영업사원 향한 조직적 지시, 업체 등와 협력했다는 증거가 발견될 경우 수사와 처벌로 이어질 수 있는 사안"이라며 "따라서 일부 제약사들의 일탈 행위가 퍼지지 않도록 CP 교육 등 자정 노력을 기울여 리베이트 범죄를 방지할 수 있도록 각별한 관리가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