소비자 라이프스타일 깊숙이 침투한 맞춤 솔루션 돋보여

OTC 크리에이터 종근당
[끝까지 HIT 15호] 경직된 시장과 규제, 더딘 성장처럼 일반의약품에는 부정적 수식어가 따라붙는다. 물론 경직됐기에 더 치밀하게, 더 효과적으로 접근해야 성공할 수 있는 '솔직한 분야'라는 분석도 있다. 둘 다 맞는 말이다. 어떻게 하면 수렁에서 건져 올릴 수 있을까. 최근 시장에서 관심을 끌고 있는 제품의 특징을 모아 그들의 이야기를 꾸려본다.
① 소비자 마음과 시장을 읽는 밝은 눈... 'OTC 맛집' 된 동국제약
② 깊은 잠에서 깨어나 소비자 마음을 훔쳐내는 '삼진제약 OTC'
③ 첩부제 개발로 익힌 소비심리 맞춤형 OTC 개발로 날개 단 '신신'
④ '젊은 동아제약'로의 변신과 성공
⑤ 트렌드 읽고 소비자 니즈 잡았더니 '안티푸라민'이 '라라올라'
⑥ 트렌드에 차이를 더하는 종근당
종근당 제품의 특징을 통해 공급자와 소비자가 오묘한 심리전을 펼치는 OTC 세계로 들어가 보자. 홈페이지를 먼저 들여다본다. 일반의약품은 총 65종으로 첩부제부터 소화제, 알레르기 치료제와 감기약 등이 자리잡고 있다. 제품의 면면을 보면 유사점을 찾을 수 있다. 제품 출시 시점만 보면 '퍼스트'라기보다 트렌드에 맞춘 제품이 많다는 것이다. 이 때문에 종근당의 OTC는 업계에서 종종 오해를 받기도 한다. 인기를 끌고 있는 제품들과 유사한 제품만 내놓는다는 것이다. 정말 그럴까

비슷비슷한 제품만 가득하다고?
알고 보면 '펜잘'로 시작된 진통제 명가
종근당 일반의약품 하면 회사 이미지에 한 획을 그은 베스트셀러 '펜잘'이 떠오른다. 1960~1980년대 종근당은 다양한 제품을 내놓았지만, 신약개발과 전문의약품이라는 이미지가 더 강했다. 이러한 분위기를 깨고 등장한 펜잘은 '두통, 치통, 생리통엔 펜잘'이라는 슬로건과 함께 시장에서 대중적 인기를 누렸다. 신경통을 앓는 이들을 대상으로 나온 '낙센'은 펜잘의 명성을 이어갔다.
2000년 의약분업을 시작으로 OTC 시장이 정체기를 맞았는데 종근당은 2008년 '펜잘큐'를 내놓고 다시 한번 펜잘을 끌어올리는 데 성공했다. 2011년 '펜잘더블유'를 시작으로 시장에서 브랜드를 강력하게 구축했다. 2010년부터 제품의 수는 적었지만 트렌드에 맞춰가는 제품을 내놓기 시작했다.
활성비타민의 시대가 떠오르자 2016년 '벤포벨'을 내놓았다. '케펨', '브레이닝' 등도 함께 출시하고 있다. 일반의약품 65개 중 '가정상비약'이라는 카테고리 안에 10여 개 제품을 별도로 묶어 구성해 감기약부터 첩부제, 소화제와 진통제 등을 포함했다.
OTx의 대표주자 만든 '이모튼'
'원 모어 띵' 만든 역발상과 타깃화
종근당 일반의약품 전략 가운데 눈여겨볼 만한 첫 번째는 일반의약품을 처방용 의약품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방법인데, 대표적인 것이 '이모튼캡슐'이다. 일반약을 처방의약품 시장으로 끌어들이는 전략은 성공적 결과를 낳았다.
골관절염 치료제 '이모튼'을 비롯해 월경전 증후군 치료제 '프리페민' 등은 분류상으로 일반의약품이지만 다 처방이 가능한 품목이다. 틈새시장에서 제품의 처방을 노리는 명민한 전략으로 풀이된다.
전략은 성공적 성과를 낳았다. 건강보험 급여를 함께 시도해 성공하면서 일반약을 처방약처럼 인식되도록 하는 전략은 잘 통했다. 접근성과 신뢰성, 건강보험 급여라는 장점을 확보하며 일반약 분야에서 독특한 전례를 쌓았다.
다른 하나는 '차이를 두는 제품'이라는 이미지 전략이다. 시장의 흐름에 발맞춘 제품을 내놓으면서 '우리는 다르다'라는 방식을 소비자에게 각인시키는 형태다. 근래 10년 사이 전략이다.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제품이 2022년 허가받은 '벤포벨에스정'이다. 벤포벨에스는 '어른들의 비타민'이라는 다소 파격적 슬로건을 활용했다. 일반의약품이 특정 층보다 소비자 저변을 넓힌다는 전략을 택하는 경우가 많음을 감안하면 언뜻 이해하기 어렵다.
여기에 전략이 숨어 있다. '초고함량 활성비타민'이 가진 맹점을 고유 전략으로 활용하기 위한 노력이다. 우선 해당 제품의 성분 함량을 확인할 필요가 있다. 비타민제 벤포벨에스는 벤포티아민 100mg과 뇌혈관장벽(BBB)을 통과하는 활성비타민 비스벤티아민 30mg을 함유돼 있다. 아연, 마그네슘, 타우린, UDCA, 판토텐산 등 다양한 성분도 포함돼 있다.
그러나 해당 함량과 관련해 약국가에서는 아직 몸이 다 성장하지 않은 미성년자가 복용했을 때 부작용의 문제를 지적하기도 한다. 실제 여타 높은 함량의 비타민 등도 불면 증상을 보이는 소비자가 많다는 것이 약국가 전언이다.
최근 초고함량 비타민 제제 상당수는 표준제조기준이 허용하는 성분을 함께 담아 신경통을 비롯한 요통 등의 효능효과를 함께 갖고 있지만 실제 용법용량에서 '만 19세 이상 및 성인'으로 복용층을 한정하고 있다.
신경통이나 어깨 결림 등의 효과를 강조하는 동시에 용법용량상 19세 이상이라는 한계를 오히려 '통증으로 힘들어하는 어른들'을 대상으로 삼는 역발상 전략을 채택했다. 빠른 효과를 기대하되 '어른'이라는 특정 타깃을 공략해 여타 비타민들과 다른 이미지를 만들어낸 셈이다. 몸이 힘든 성인을 위한 제품으로 비쳐지도록 했다.

이는 유사 성분 구성을 가지면서 용법용량을 강조하지 않는 타 회사와 비교된다. 소비자와 약국에게 어른용 비타민이라는 공감의 영역을 제공하는 것이다. 드라마를 통해 회사원 이미지를 갖고 있는 중년 배우 이성민 씨가 출연했던 광고 역시 직장인에게 필요한 성분을 담았다고 적극 어필하는 것도 이미지 강화 효과를 만들기 위한 전략이다.
최근 등장한 '브레이닝캡슐'을 보자. 의약품으로 효능을 인정받은 인삼추출물이 주성분인 브레이닝의 경우 현재 모델은 배우 박해수 씨가 맡고 있지만 앞서 인기 강사인 방송인 김창옥 씨, 작사가 김이나 씨, 영화평론가 이동진 씨 등을 홍보모델로 활용했다. 전문가들도 찾는 기억력 감퇴 및 집중력 저하용 의약품임을 어필하는 것이다. 유사 제품이 상대적으로 연예인 모델을 활용하는 것과 다르다.
이 같은 흐름은 제품에도 이어진다. 대표 제품은 케토프로펜 성분 첩부제인 '케펨플라스타'다. 이름에서 알 수 있듯 이 제품은 한독 대표상품 '케토톱'과 같은 성분구성을 가지고 있다. 하지만 차이가 있다. 케펨에는 부재료 중 하나로 L-멘톨을 추가해 시원함을 표현했다. 케토톱에 L-멘톨이 들어있지 않은 것과 다르다.
케토톱은 피부 접촉에 민감한 부위에 붙일 수 있다는 장점으로 열감이나 온감을 주는 성분을 배제하고 만든 반면 케펨은 '파스가 내 몸에 스며들고 있다'는 느낌을 주도록 L-멘톨을 넣었다. '자극 있는 파스'를 선호하는 국내 소비자 취향을 반영했다. 다만 약한 수준의 멘톨로 피부 자극 자체는 줄였다. 케펨은 일반 첩부제보다 자극이 약한 편이라는 평가를 받고 있다.
이 밖에도 부위별 도포방법을 달리해 편의성을 높인 여드름 치료제 '더마그램'이나 병 형태로 잘 알려진 아르기닌을 포로 만들고 5회 용량 박스로 만든 '포텐스틱액' 등도 트렌드를 따르며 차별화를 만들어낸 제품으로 분류된다.
2015년 12월 허가 받은 고함량 비타민, 2015년 출시된 고함량 비타민 '벤포벨'은 UDCA 성분을 내세워 '어른들의 비타민'이라는 캐치프레이즈로 중장년층을 공략했다. 2018년 '케펨'은 '스포츠 마니아'라는 틈새시장을 파고들었고, 2020년 '브레이닝'은 '뇌섹남' 콘셉트로 매니아 층을 만들며 OTC 시장의 새로운 가능성을 제시했다.
종근당은 이처럼 각 시대의 흐름을 읽고, 제품에 새로운 가치를 부여하며 단순한 의약품을 넘어 소비자의 라이프스타일에 깊숙이 침투하는 맞춤형 솔루션을 제공하고 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