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2일 롯데호텔서울서 열린 '2025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
VC "IND 승인 어려움에 한국은 패스, 중국은 환영"

정부가 최근 신약 승인 기간 단축을 정책 목표로 내세운 가운데, 업계에서는 정작 글로벌 경쟁력을 떨어뜨리는 핵심 요인은 '임상시험계획(IND) 승인 지연'이라는 지적이 나온다.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사장 박인석)이 보건복지부와 식품의약품안전처와 함께 주최한 '2025 코넥트 임상시험 국제 콘퍼런스'가 22일 서울 롯데호텔에서 열렸다. 행사 첫날 '투자자 관점에서 본 임상시험 설계' 세션에서 강지수 BNH인베스트먼트 전무, 김현기 스톤브릿지벤처스 상무, 안정란 SJ투자파트너스 상무, 문여정 IMM인베스트먼트 상무가 국내 임상 환경의 한계와 개선 과제를 짚었다.
늦어지는 임상 허가, 기술 협상도 가로막는다
이 날 패널토의에서 '늦어지는 임상시험 허가 절차'가 핵심 쟁점으로 떠올랐다. 벤처캐피탈(VC) 관계자들은 "국내에서는 임상시험 허가가 제때 이뤄지지 않아 기업들이 기다리다 못해 미국이나 호주로 임상을 옮기는 경우가 많다"며 "그 과정에서 국내 기업들은 경쟁력을 잃고, 환자들은 혁신 신약에 가장 먼저 접근할 기회를 잃는다"고 입을 모았다.
이 날 토론에 참석한 강지수 전무는 "식약처가 신약 승인 기간 단축을 추진하겠다고 밝혔지만, 실제로 신약 임상을 진행하는 회사에 당장 필요한 것은 승인 단축이 아니라 임상시험계획 승인 지연 문제의 해결"이라고 꼬집었다. 그는 "한국 임상 승인보다 FDA 임상 승인이 먼저 나오는 것은 아주 일상적"이라며 "FDA에서 이미 IND 승인을 받은 동일 임상이 한국에서는 추가로 6~9개월 이상 걸리는 경우가 많다"고 말했다. 그러면서 이 시간을 낭비하게 되면 바이오텍은 혁신 신약을 개발해도 적절한 시장 진입 시기를 놓치게 되고, 결국 해외 경쟁사를 따라잡을 수 없는 치명적인 격차가 발생한다고 설명했다.
김현기 이사는 최근 기술이전 협상에서 한국 기업이 불리해지는 현실도 언급했다. "같은 타깃을 연구할 때 한국 기업이 아무리 우수한 전임상 데이터를 제시해도, 중국 기업이 'Human PoC'를 확보했다면 글로벌 제약사는 주저 없이 중국 기업과 계약한다. 한국 기업은 협상 테이블에서 밀릴 수밖에 없다"고 설명했다.
이처럼 임상 단계에서 시간 손실은 단순히 일정 지연에 그치지 않고 시장 경쟁력 하락과 기술이전 협상 장벽으로까지 연쇄적으로 이어진다.

지나치게 보수적인 규제
특히 규제기관의 보수적 태도도 국내 임상의 발목을 잡는다는 의견이 이어졌다.
강 전무는 희귀질환 신약 개발 사례를 언급하며 "임상 1상으로 안전성과 유효성이 확인된 희귀 질환 치료제 후보인데 식약처가 플라시보군을 넣으라고 요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했다. 그는 "환자 수가 적은 희귀 질환자를 대상으로 하면서 플라시보군까지 확보하려면 환자 모집 기간은 두 배로 늘어난다"며 "더군다나 치료제가 없어 사망 위험에 놓인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가 없는)대조 약물을 시험한다면 윤리적 문제까지 떠안을 수 있다"고 지적했다.
비슷한 사례로 김현기 이사는 "새로운 임상 디자인을 도입하려 했을 때 식약처가 레퍼런스를 요구했지만, 처음 시도하는 설계에는 당연히 레퍼런스가 존재할 수 없다. 임상을 시도하기도 전에 가로막혔다"며 "국민 안전을 최우선으로 하는 점은 이해하나, 지나치게 경직된 태도가 혁신을 오히려 가로막는 것 같다"고 말했다.
이 같은 문제는 해외 사례와 비교할 때 더욱 두드러진다. 중국은 임상시험 승인 기한을 60일에서 30일로 단축했고, 덴마크도 14일 내 임상 승인 여부를 통보하는 '14일 룰'을 지난 8월부터 적용했다. 반면 한국은 여전히 느리고 보수적인 구조를 유지하고 있다. 김 상무는 "법적으로는 식약처에서 임상시험 승인이 30일 안에 통보하게 돼 있지만 실제로는 반년 이상 걸리는 경우가 다반사"라고 말했다.
안정란 상무는 절차상의 '유연성' 문제도 꼬집었다. "FDA는 허가 단계에서 기업과 지속적으로 논의하며 자료를 순차 제출할 수 있도록 하지만, 국내 식약처는 한 번에 완벽한 데이터를 내라고 요구한다"며 "이후 보완과 재보완이 이어지며 전체 일정이 늘어질 수밖에 없다"고 말했다. 그는 "전문 RA 인력과 대관 업무 담당자가 부족한 국내 바이오텍에는 이런 절차적 지연이 시장 진입 속도를 늦추고, 결국 국내 기업의 경쟁력을 악화시키는 결과를 낳는다"고 덧붙였다.
문여정 상무는 "국가임상시험지원재단이 식약처와 긴밀히 협의해 더 전향적인 태도를 보여야 한다"고 강조했다. 그는 "서울이 한때 글로벌 임상 허브로 불렸지만 지금은 중국과 유럽에 자리를 내준 지 오래다. 국내 환경이 글로벌 스탠더드와 괴리되면서 기업들이 해외로 눈을 돌릴 수밖에 없다"고 지적했다.
안 상무도 "아무리 좋은 약물이라도 시장 진입이 늦어지면 경쟁력을 확보하기 어렵다"며 "식약처의 과감한 결단이 필요하다"고 덧붙였다.

책임지기 싫어서 아무것도 승인하지 않겠다는 이 나라 의약학계 발전을 저해하는 무능한 집단입니다. 개선되지 않으면 산업의 한 축을 무너트리게 될 것이 너무나 자명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