질병관리청이 데이터 과학을 기반으로 질병을 예측하고 관리하는 역량을 대폭 강화한다. 인공지능과 빅데이터를 결합해 감염병 발생을 선제적으로 탐지하고, 국민 건강 위험을 사전에 차단하는 체계 구축에 나서는 것이다. 

임승관 질병관리청장은 9일 간담회에서 "올해와 내년 질병청의 최우선 과제는 데이터 과학을 토대로 한 질병 예측·관리"라며 "미래 팬데믹에 대비한 위기대응체계 재구조화에도 힘을 쏟겠다"고 밝혔다.

올해와 내년에 주력하는 분야는 크게 두 가지다. 첫째는 데이터 과학 역량 강화다. 질병청은 국내 최대 규모의 건강 데이터와 코호트 연구 기반을 토대로, 청장 직속 태스크포스를 꾸려 빅데이터·AI 기반 질병관리 혁신을 추진한다. 

국민건강보험공단과 협력해 구축한 코로나19 빅데이터(K-COV-N)를 비롯해 암, 결핵 등 외부기관 데이터 연계를 확대하고, 이를 개방해 정책 수립은 물론 민간 연구진의 활용도 높일 계획이다. 

또 AI 검역관을 도입해 입국 과정에서 의심증상자를 자동 선별하고, 역학조사에 AI를 활용해 접촉자 추적을 신속화하는 등 실무 현장에 AI를 적용한다. 개인 맞춤형 건강조사 통보, SNS 허위 건강정보 모니터링에도 인공지능을 활용해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변화를 만들겠다는 구상이다.

둘째는 감염병 위기대응체계 재구조화다. 질병청은 사스, 신종플루, 메르스, 코로나19를 거치며 축적한 경험을 토대로 다음 팬데믹에는 과거 방식이 통하지 않을 수 있다는 문제의식을 드러냈다. 

이에 내년부터 위기대응 프로그램 개편, 전담기구 설치, 법령 정비를 추진하고, 감염병 감시·예측 체계를 다층화한다. 표본감시기관과 병원체 감시기관을 확대하고, 하수 감시 등 보완적 시스템을 강화해 실시간 감시망을 촘촘히 구축한다. 아울러 위기 단계별 의료대응 거버넌스를 정비하고, 국가지정입원치료병상 확충을 넘어 지역 의료체계와 연계된 상시 운영 시스템을 마련한다는 계획이다.

이와 함께 질병청은 mRNA 백신 플랫폼 확보에도 박차를 가하고 있다. 현재 비임상 과제를 진행 중이며, 연내 임상 진입을 목표로 한다. 

성공 시 차세대 팬데믹 발생 시 100~200일 이내에 백신 개발이 가능해져 국민 보호와 글로벌 백신 경쟁력 확보를 동시에 달성할 수 있다는 설명이다. 또한 ‘K-보건안보 이니셔티브’를 통해 보건취약국에 한국형 감염병 대응 모델을 전수하고, 국제 공동연구와 글로벌 백신 네트워크 협력도 강화한다.

내년도 예산안에도 이러한 기조가 반영됐다. 질병청은 전년 대비 651억원이 늘어난 1조3312억원 규모 예산을 편성했으며, △청소년 인플루엔자·HPV 무료 접종 확대, △희귀질환 진단·지원 강화, △만성질환 관리센터 확대, △기후보건영향평가와 온열질환 예측시스템 도입 등을 중점 사업으로 제시했다. 

임승관 청장은 "데이터 과학 기반의 혁신과 미래 팬데믹 대비를 축으로 삼아 국민이 체감할 수 있는 정책을 지속 발굴하겠다"고 말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