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네릭 중심 성장 한계…전통 제약사, 자본시장 발판 삼아 새 길 모색

국내 제약업계의 '올드 플레이어'들이 줄줄이 증시에 오른다. 명인제약, 삼익제약, 마더스제약 등 수십 년간 제네릭으로 버텨온 전통 제약사들이 잇따라 IPO에 나서며, 신약 개발과 글로벌 진출을 향한 체질 개선에 뛰어들고 있다.
8일 업계에 따르면 명인제약은 지난달 증권신고서를 내고 이번 주 기관 수요예측에 들어간다. 삼익제약은 스팩 합병을 택해 다음 달 코스닥 입성을 앞뒀다. 마더스제약은 공동 주관사를 확정짓고, 2026년 상반기 상장을 목표로 예비심사 준비에 속도를 내고 있다.
명인제약, '이가탄' 넘어 CNS 전문의약품 숨은 강자
1985년 설립된 명인제약은 정신신경계(CNS) 전문의약품 분야에서 국내 1위 점유율을 기록하고 있다. 조현병·우울증 치료제, 항불안제 등 전문의약품에 강점을 보유하고 있으며, 소비자들에게는 잇몸질환 치료제 '이가탄'과 변비치료제 '메이킨Q'로 잘 알려져 있다. 회사는 40년에 가까운 업력 동안 외부 투자 없이 자체 현금흐름으로 성장하는 보수적 경영을 이어왔다.
그러나 최근 들어 회사는 변화를 모색하고 있다. 지난 8월 증권신고서를 제출하며 IPO 절차에 돌입했다. 회사는 오는 15일 기관투자자 수요예측과 18~19일 일반 청약을 거쳐 코스피에 상장할 예정이며, 대표 주관사는 KB증권이다. 이번 상장에서 총 340만주 신주를 발행해 1500억원 이상의 자금을 조달할 계획이다. 희망 공모가 범위는 4만5000~5만8000원으로, 상장 후 예상 시가총액은 약 8500억원으로 추산된다.
회사 실적도 IPO 추진 배경을 뒷받침한다. 명인제약은 2023년 연결 매출액 2423억 원, 영업이익 836억원을 기록했으며, 2024년에도 약 2694억원의 매출과 928억원의 영업이익을 올리며 견조한 성장세를 이어갔다.
공모가 산정 과정에서 명인제약의 기업 가치는 주당 약 8만5500원으로 산정됐지만, 실제 공모가는 이보다 최대 47% 낮게 책정됐다. 최근 코스닥과 코스피에 상장한 제약·바이오 기업들의 평균 할인율이 20~30% 수준에 머물렀던 점을 감안하면, 이번 IPO는 이례적으로 큰 폭의 할인이다. 시장에서는 불확실성을 고려해 보수적 가격 전략을 택한 것으로 해석한다.
할인율을 크게 적용하면 회사가 확보할 자금은 줄지만, IPO 성공 여부와 상장 후 주가 안정성이 더 중요하다. 실제로 최근 제약·바이오 업종 일부 공모주는 높은 몸값으로 상장했다가 곧바로 주가가 급락해 투자자 신뢰를 잃은 사례가 있었다. 명인제약은 이런 분위기를 의식해 투자자 친화적인 공모가를 택한 것으로 보인다.
CMO 확대 나선 삼익제약, 스팩 합병 통한 코스닥 상장
1973년 설립된 삼익제약은 순환기계·당뇨병 치료제에 강점을 가진 가운데, 최근에는 위탁생산(CMO) 사업을 확대하며 사업 구조 다변화를 시도하고 있다. 제네릭 중심의 전통적 틀에서 벗어나 고부가가치 분야로 확장하려는 전략으로 풀이된다.
삼익제약은 상장 방식으로 스팩 합병을 택했다. 스팩 합병은 일반 공모보다 절차가 간소해 빠른 시장 진입이 가능한 장점이 있다. 하나28호기업인수목적회사(스팩)와 합병 예정으로 합병 기일은 오는 10월 13일, 규모는 보통주 202만주, 예상 시총은 약 653억원이다.
재무 흐름도 안정적이다. 삼익제약은 2022년 매출 468억원, 2023년 512억원, 2024년 559억원으로 매년 성장을 이어왔다. 2025년 1분기 매출은 140억원, 영업이익률은 7.2%를 기록하며 수익성 개선도 나타났다. 부채비율도 24.6%로 재무 건전성을 확보했다.
회사는 합병을 통해 확보한 자금을 인천 1공장 증축과 연구개발(R&D) 투자, 신사업(CMO) 확장에 투입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2029년 매출 목표는 797억원으로 제시했다. 다만 회사가 강조하는 CMO와 퍼스트제네릭 진출은 아직 뚜렷한 성과로 이어지지 못해, 상장 이후 실적 입증이 관건이 될 전망이다.
마더스제약, 제형 차별화로 8년새 10배 성장...내년 코스닥 목표
마더스제약은 2011년 아남제약 인수를 계기로 출범한 회사로, 업력은 짧지만 빠른 성장세를 보여왔다. 2014년 매출 100억원을 넘어선 뒤 2022년 1000억원을 돌파하며 8년 만에 10배 성장을 이뤘다. 2025년 상반기 매출도 1129억원대를 기록하며 꾸준한 성장성을 입증했다.
성장 배경에는 제형 다양화 전략이 있다. 복합제·서방정 등 차별화된 제품을 앞세워 제네릭 시장 내 입지를 넓힌 것이다. '멜라엠서방정', '이탄돌플러스정', '테네글립정' 등 신제품 출시와 함께 SK케미칼과 아세리손 독점판매 계약 체결로 협력 관계를 확대했다. 여기에 익산공장 준공과 KGMP 허가를 통해 생산 역량도 강화했다.
회사는 2024년 NH투자증권과 KB증권을 공동 주관사로 선정하고 IPO 준비에 착수했다. 현재 IR과 증권신고서 준비 단계에 있으며, 2026년 상반기 코스닥 상장을 목표로 한다. 상장을 통해 확보할 자금은 글로벌 신약개발과 제형 포트폴리오 확대에 집중될 계획이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