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PHI KOREA 2025 다섯 바퀴 돈 후기 |
메인 부스 넘어서면 중국 부스만 180여개, 한국향한 구애 더 커졌다
의약품+건기식 원료 여전한 단가 공세…국내사, 상황악화 속 '배수의 진'

8월 26일. 올해도 어김없이 서울 코엑스에서 'CPHI 코리아 2025'가 열렸다. 지난해 중국 회사들이 보여준 공격적인 움직임은 올해 더욱 강해졌다. 그 사이 한국 회사들도 전년 대비 늘어난 부스로 이들을 맞으며 이번 박람회는 마치 '한중대결'을 방불케 했다.
"중국 부스요? 올해가 더 많은 것 같은데."
출입증을 위해 늘어선 수백 명을 지나치며 지난해 열린 박람회를 떠올렸다. 늘어나는 중국기업의 참가부스와 한국기업의 단점 개선 및 경쟁력 강화 등이 떠올랐다.
부스 안으로 들어선 순간 참가자를 맞는 건 가장 앞자리에 위용을 뽐내는 국내 원료제약사 및 건기식 회사들의 부스였다. 지난해 거대한 규모의 부스를 선보였던 이니스트에스티를 비롯해 서흥, 케어젠 등 여러 회사가 참가자 발길을 끌어당긴다. 부스와 부스가 맞물리는 지점에는 엠에프씨 등을 비롯해 각종 원료의약품 업체들이 눈길을 끈다.


그러나 그 뒷골목으로 들어가는 순간부터 다른 모습이 펼쳐진다. 분명히 앞쪽은 한국이나 프랑스, 인도 등의 기업이지만 그 뒤에 놓여있는 중국 업체들의 부스가 전시장의 중간에 커다랗게 놓여있기 때문이다.
오히려 한국기업의 경우 상대적으로 가장자리에 가까운 곳에 놓여져 있는 듯 보일 정도다. 중심 축에 그만큼 중국 기업들이 모여있기 때문이다. 지난해 같은 색의 부스 간판을 활용한 곳은 행사장 가장 앞의 '메인부스' 수준의 시설을 갖추고 소비자를 끄는 모습도 느껴진다.
실제 이번 CPHI 코리아 2025 참가자 중 중국에서 온 참가사(부스 여부 부관)는 161개 회사에 달했다. 지난해 140개가 조금 넘은 것과 비교하면 더욱 늘어났다. 올해 인도 참가사가 53곳인 것과 비교하면 '한 변이 전부 중국'이라는 말 자체를 실감할 수 있다.
국내 역시 이같은 움직임에 더 많은 부스의 수로 반격하는 모양새다. 올해 CPHI에 참가한 국내사 수는 143곳이다. BioLIVE, PMEC, Hi Korea가 함께 열린다는 점은 감안할 필요가 있다지만, 지난해 전시에서 80곳에 불과했음을 돌이켜보면 한국과 중국의 거리 쟁탈전이 극화된 셈이다.

이번에 처음으로 연 2층 전시장에서도 보인다. 참가부스 수가 많아지며 2층에도 약 30여개의 업체가 추가로 부스를 차렸는데 이 중 절반 가까이 중국 업체 부스였다.
지난해 CPHI를 관람했던 한 제약사 관계자는 "지난해도 기업의 수가 진짜 많다고 느꼈는데, 올해는 더 많아진 느낌이 든다. 특히 올해는 API와 건강기능식품 쪽 원료를 홍보하는 회사의 수가 매우 많아진 것으로 보인다. 국내 기업도 많이 보이긴 하지만 원료의약품 기업의 수보다는 (Hi KOREA가 열리기에) 건강기능식품 원료나 제조 쪽 업체의 수가 있는 것 같다"고 전했다.
중국에서 참가한 한 원료의약품 분야 관계자는 자국 내 업체들이 중국 시장에 집중할 이유가 다소 명확하다고 전한다. 그는 "중국 내에서도 코로나19 이후 내수 시장이 쉽지 않다는 이야기가 나오고 있다. 가격이 낮은 의약품을 정부가 선호하는 만큼 원료의약품의 수익성을 높이려면 해외 시장으로 원료를 수출하는 것이 좀 더 유리하기 때문"이라고 전했다.
이 관계자는 "미국이나 일본 같은 곳에서도 중국산 원료의약품의 비중을 줄이려고 하고 있는 상황에서 한국 시장을 통해 수익성을 확보할 수 있을 것으로 전망하고 있다"고 말했다.


의약품만? 건기식 원료서도 공세
저마다 부스에는 자사가 만들 수 있는 각종 의약품 원료가 벽면에 빼곡히 적혀 있다. 국내 제약사는 합성 의약품 원료 등을 주로 홍보하는 반면 중국과 인도 업체들은 디오스민 등 생약 유래 원료와 항생제 원료 등을 비롯해 상대적으로 범용되는 기초의약품 업체가 좀 더 눈에 띈다.
건강기능식품 원료 전시 부스도 적잖았다. 콕콕 박혀 있는 여러 나라 전시 부스 사이에서도 조명이 뜨거울 만큼 부스를 밝힌 중국 업체들은 자국 원료를 홍보하는 데 정신이 없었다. 이들 부스 사이에서 여러 나라 바이어들이 소개책자를 받으며 정독하는 모습이었다.
한국의 한 건강기능식품 업체 관계자는 중국 원료가 경쟁력이 있다면 충분히 쓸만하다고 말한다. 이미 중국 내 원료 거래선도 제법 많은 데다 국산 자체를 고집할 필요는 없는 것 아니냐고 했다.
그는 건기식 시장 자체가 제품가격 싸움으로 흘러가기 때문이라고 했다. 최근 건강기능식품 마케팅 방향이 고가의 프리미엄과 저가의 에센셜형 싸움으로 가는 시점에서 생산 단가를 맞추기 위해 상대적으로 저렴한 기업의 원료를 이용한다는 설명이 다.

중국 공세? 밀릴 수 없다
국내 기업도 '배수의 진' 시장방어 움직임도
업체들에게 명함을 돌리고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보니 지난해 한 업체의 말이 기억났다. 그 회사는 지난해 '한국 원료의약품이 과거 가격적 측면에서 중국보다 열세였던 것이 사실이지만 제조기술 발전으로 수율과 원료 단가 경쟁이 어느 정도 가능해졌다'는 이야기를 전한 바 있었다. 회사들에게 한 번 더 같은 질문을 물을 때가 됐다 싶었다. 우리 나라 원료의약품 경쟁력은 지난해에 비해 얼마나 성장했나요?라고.
돌아온 기업의 대답은 의외였다. 상황이 국내 기업에게 불리해졌다는 것이다. 중국 기업들의 공격적인 영업이 실제 우리 원료의약품 업계에게 좋지 않은 영향을 미친다는 반응이다. 이 날 부스를 차린 한 기업의 관계자는 "참가자들은 중국 기업이 정말 적극적이라고 말한다"며 "물건을 팔아야 하는 입장에서 당연한 태도겠지만 이에 못잖게 중국 기업들도 위기감을 느끼는 것 같다"고 관찰 소감을 전했다.
또다른 관계자는 꾸준히 이어졌던 의정갈등이 현재까지 영향을 미치는 데다가 생물보안법 영향에 따른 중국 업체의 위기감, 실제 중국정부의 의료비 절감 정책 등이 얽히며 원료 자체를 입고하지 않는 제약사가 있을 만큼 완제 및 원료의약품 분야에서 좋지 못한 성과가 이뤄지고 있다고 전했다.
기술을 가지고 있는 일부 기업의 경우 성장을 노릴 수 있지만 여러 원료의약품 기업이 타격을 받고 있는 만큼 국내 기업도 필사적으로 현 상황을 방어할 수밖에 없다고도 그는 강조했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