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국·중국·일본 밀어내고 톱 10 진입
주요국 수출 둔화 속 '국산 바이오의약품'이 견인

한국이 처음으로 미국 의약품 수입국 순위 10위에 진입했다. 주요국들의 대미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은 바이오의약품 수출 증가에 힘입어 순위를 끌어올렸다.

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는 20일 UN 무역통계데이터를 인용해 올해 미국의 월별 의약품 수입액을 발표한 자료에 따르면, 전 세계에서 가장 큰 의약품 수입국인 미국은 2024년 기준 의약품을 943억달러 수출하고 2126억달러 수입해 1180억달러의 무역수지 적자를 기록했다. 미국은 올해 1분기까지 수입이 증가세를 보였으나, 2분기부터 뚜렷한 감소세로 전환했다.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미국의 월별 의약품 수입액을 보면 3월에 316억달러로 최고치를 기록한 뒤 4월 205억 달러, 5월 190억달러, 6월151억 달러로 줄었다.

지난해 미국이 의약품을 가장 많이 수입했던 아일랜드 역시 지난해 4월 67억달러에서 올해 같은 달 45억달러로, 6월에는 29억 달러에서 27억 달러로 줄어드는 등 감소세를 면치 못했다.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자료=한국바이오협회 바이오경제연구센터

이 같은 상황에서 한국은 예외적인 흐름을 보였다. 지난해 미국 의약품 수입국 가운데 16위였던 한국은 올해 들어 순위를 끌어올리며 4월과 5월에 연속 12위를 기록했고, 6월에는 처음으로 10위에 올랐다. 다른 주요국들의 수출이 줄어든 것과 달리 한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은 꾸준히 늘어나면서 미국 내 수입 비중이 높아진 것이다.

이와 관련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한국의 수입량이 급격히 늘었다기보다는 다른 주요국들의 수출이 줄어드는 사이 꾸준히 물량을 지켜낸 것이 순위 상승으로 이어졌다"며 "그 중심에는 바이오의약품 수출 성장이 있었다"고 설명했다.

실제로 올해 상반기 한국의 의약품 전체 수출액은 53억8000만달러로 전년 동기대비 20.5% 증가했다. 이 가운데 바이오의약품은 34억1000만달러를 기록하며 전체의 63.4%를 차지했다. 전년 동기 대비 27.4% 늘어난 수치이자 반기 기준 최대 실적이다.

대표 기업들의 성과에서도 이러한 흐름이 드러난다. 셀트리온은 바이오시밀러 중심으로 북미 시장을 넓히며 매출 구조를 강화했다. 램시마SC(미국 제품명 짐펜트라), 트룩시마, 허쥬마 등 고수익 제품군 비중이 늘면서 북미 매출의 전략적 중요성이 높아졌다. 올해 상반기 미국 시장에서 셀트리온의 매출은 1545억원(해외 법인 매출 제외)으로 전년 대비 354% 급증했다.

삼성바이오에피스도 항체 바이오시밀러를 기반으로 미국 매출을 넓히고 있다. 스텔라라 바이오시밀러인 피즈치바, 솔리리스 바이오시밀러 에피스클리 등 주요 제품 외에 신규 품목을 상반기 출시하면서 라인업을 강화했다.

SK바이오팜은 뇌전증 치료제 엑스코프리(성분 세노바메이트)에 역량을 집중했다. 이 단일 신약이 미국 매출의 절대 비중을 차지하고 있으며, 처방 건수 증가와 점유율 확대가 동시에 진행되고 있다. 미국 법인을 통한 직접 판매 모델로, 수출 통계에는 잡히지 않지만 글로벌 제약사와 견줄 수 있는 현지 매출 기반을 확보했다는 점이 특징이다.

한국바이오협회 관계자는 "대부분 주요국의 대미 의약품 수출이 줄어든 상황에서 한국 기업들은 꾸준히 수출을 확대하며 미국 내 수입 비중을 높이고 있다"며 "관세 파고 속에서도 한국 기업들의 저력이 점차 드러나고 있다"고 말했다. 이어 "특히 6월에 영국·중국·일본을 제치고 순위를 끌어올린 것은 의미 있는 성과"라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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