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우진의 PERI-SCOPE | 비보존제약을 보는 세 가지 관점
① 내부에서 흘러 나오는 '연구자 체질' 오너
② 산학연 협력과 연구자 챙기는 개발 환경
③ 미충족 수요+협업 통한 현실적 전략 구사
최근 오피란제린 외용제 임상 3상을 진행하며 미국 시장 허가를 위해 박차를 가하고 있는 비보존제약의 2025년은 흥미롭게 볼 대목이 많다. 파이프라인 창고에 통증 치료 라인업을 이렇게 많이 올려 놓은 곳이 거의 없는데다 1000억원이 채 되지 않는 매출에도 세계 첫 비마약성, 비소염제성 진통제인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를 개발한 제약회사이기 때문이다.
특히 이같은 전략은 '트라마돌'이라는 통증 치료제로 진통제 시장에서 이름을 알린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의 최근 성장 전략과도 닮았다는 점에서 국내 '특화 제약사의 또다른 방향을 제시했다'는 세평이 이어진다. 어나프라의 하반기 출시가 기정사실화되는 가운데 신약개발의 선두에 섰던 이두현 회장과 동료와 협력, 시장 진출 전략이라는 세 가지 포인트에 맞춰 비보존제약이 걸어온 행보를 살펴본다.

파이프라인 창고의 주력 '통증 적응증'
비보존제약은 현재까지 파이프라인 가운데 이미 허가를 받은 국산신약 '어나프라주(성분명 오피란제린, 개발병 VVZ-149)'를 포함하면 절반이 통증치료 분야다. 파이프라인 수는 적지만 회사 규모를 감안하면 적은 수치는 아니다.
회사가 주목하고 있는 두 번째 품목은 오피란제린 외용제다. 급성 통증이 생기는 부위에 발라 이를 완화하는데 효과를 주도록 만들어졌다. 현재 임상 2상을 마치고 3상 진입에 나섰는데 기존 경구제나 주사제와 달리 부작용 부담이 적고 사용 편의성이 높다는 점을 콘셉트로 내세우고 있다.
비보존제약이 역점을 주고 있는 품목은 'VVZ-2471'다. 급성 통증, 신경병성 통증, 약물중독 등의 적응증을 포함하는 신약으로 개발 중이다. 해당 신약물질은 원래 약물중독 치료제로 개발됐지만 통증 완화 효과에 주목해 적응증을 확장하고 있다. 뇌 속 중추신경계에서 통증 전달과 감정 반응에 관여하는 두 가지 수용체(mGluR5와 5-HT2AR)를 동시 차단해 통증을 줄이는 것 뿐만 아니라 통증으로 인한 불안감이나 스트레스 반응 완화가 핵심이다.
국내 1상 시험 결과 통증뿐 아니라 흡연 욕구까지 낮추는 효과도 확인돼 중추신경계 전반에 영향을 미치는 기전이 주목된다. 현재는 통증 치료에서도 난이도가 매우 높은 것으로 꼽히는 꼽히는 대상포진 후 신경통을 대상으로 국내 임상 2상이 진행 중이며 미국에서는 약물중독 치료용 임상도 준비 중이다.
현재 미국에서 전임상 단계에 진입한 'VVZ-N2-1'은 만성 통증과 약물 의존성 치료를 목표로 한 경구용 신약물질이다. 이 역시 비보존제약이 역점을 두는 다중 타깃 기반의 물질이다.
특히 환자 순응도가 낮은 주사제 형태가 아니라 경구용으로 개발됐다는 점이 특징인데 초기 불안 장애, 우울증, 강박적 행동, 중독 행동 등을 기반으로 연구했던 것을 현재 만성 통증과 불특정 약물 의존성을 주요 적응증으로 타깃하고 있다.
관전 포인트 1
내부서도 흘러나오는 '천상 연구자' 이두현 회장
제일 잘하는 걸 '메인 테마'로 내세워 승부 걸어
통증특화 전문 파이프라인 연구 개발은 이두현 회장의 신약개발 의지와 큰 관련이 있다는 것이 회사 내부의 이야기다.
이두현 회장은 고려대학교 심리학과 생물심리학 박사학위를 받은 뒤 존슨앤드존슨, 릴리, 암젠 등에서 일하며 꾸준히 CNS 분야에 관심을 가져왔다. 파이프라인에 이 회장의 커리어가 반영됐다는 평가가 나올 수밖에 없는 이유다.
내부에서 이두현 회장을 두고 '경영을 하면서도 R&D 선봉에 선 천상 연구자'라는 평가까지 나온다. 연구소를 꾸준히 방문하며 개발 과정을 꼼꼼히 체크하는 등 남다른 행보를 보이는 것과 관련 깊다.
신약 개발에서도 제일 어렵다는 통증 분야에 집중해왔다는 점은 주목할 만하다. 통증 분야는 업계에서 신약 개발이 매우 더디기로 유명하다. 항암제처럼 종양의 감소나 생존기간 등 구체화된 지표를 활용하기 어렵기 때문이다.
미충족 수요 역시 증가하는 추세다. 의약품 시장조사기관 데이터브릿지 기준 2024년 기준 글로벌 진통제 시장은 약 562억달러에 달했으며 2032년 811억달러에 이를 것으로 전망된다. 연평균 성장률은 5% 수준인데 이 중 상당수가 일반의약품과 기존 마약성 진통제다.
미국 등을 중심으로 60% 수준의 점유율을 차지하는 비마약성 진통제 성장이 더욱 높아질 것으로 보인다. 오피오이드 문제로 서구권이 골머리를 앓고 있는 데다가 대상포진 후 통증 등 적응증에 들어맞는 치료제가 없다는 점에서 시장 진입시 기존 품목을 대체할 가능성도 더 높아진다. 비보존제약의 통증 특화 파이프라인은 상대적으로 규모가 작아도 영향력을 높일 수 있는 방안인 셈이다.
관전 포인트 2
손끝모아 탄생한 어나프라... 연구자 의견 반영하는 개발 전략
어나프라주 개발 과정에서 15년간 허가까지 과정을 이끈 이 회장의 역할이 주도적이었지만 그와 함께 한 이들의 중요한 역할도 빼놓을 수 없다. 어나프라주의 개발 및 그가 다중 타깃 통증치료제라는 패러다임을 만드는 데 비보존 공동 설립자인 정경운 미국 서던캘리포니아대(USC) 화학과 교수와 협업이 크게 작용했다. 정 교수는 비보존 설립 이후 3년간 30억원의 자금 유치와 연구 네트워크 구축을 지원한 바 있다.
스크리닝 및 연구를 함께 한 이 은 서울대 화학과 교수, 이철범 교수와 작업은 어나프라주의 기전을 밝히는 데 역할을 했다.
임상 및 상업화 과정에서도 많은 이들이 어나프라주 프로젝트에 참여했다. MSD에서 약 11년간 연구를 수행하다 종근당 효종연구소에서 개발을 맡은 김윤태 박사를 영입했다. 김 박사는 3년이 넘는 기간동안 이 회장과 함께 개발의 선두에 섰다. 이후 오스코텍을 거쳐 퍼스트바이오에 몸담고 있지만 어나프라 개발 이후에도 서로 논의를 주고받는 사이인 것으로 알려졌다.
여기에 어나프라주의 임상 과정에 집중한 조선영 비보존 미국지사장도 이 회장의 연구 동료로 꼽힌다. '다중 타겟팅의 상승 효과를 유발하는 유효물질의 조합 및 그 용도' 등을 비롯해 비보존제약과 이두현 회장이 남긴 특허에 조선영 지사장의 이름이 적혀져 있다. 개발 과정에서 명확한 역할이 있었던 것이다. 이석찬 뉴로라이브 대표, 어나프라주의 2상을 컨설팅했던 정혜자 전 텔콘알에프제약 상무도 협력자로 꼽힌다.
하나제약, 현대약품 등에서 연구를 맡았던 이풍석 연구소장은 비보존제약이 제형변경 제품 및 통증에 집중하고 있다. 내부에서 어나프라주 개발에 참여한 연구원 중 많은 이들이 회사에 남아있다. 연구 환경 측면에서 이 회장의 지지가 있었고, 개발 과정에서 연구자들의 의견을 존중한다는 평이 따른다.
다만 매출 대비 연구비 비중은 높지 않은 편이다. 2024년 기준 비보존제약 매출은 876억원인데 연구비 비중은 4.1% 수준 36억원이다. 때문에 최근 회사의 위수탁생산, 에스피씨와 함께하는 원료의약품 사업, 개량신약 과정은 매출 규모를 확대해 연구 역량을 강화하기 위한 포석으로 볼 수 있다.

관전 포인트 3
다른 듯 하면서 비슷한 'K-그뤼넨탈' 기업 전략
비보존의 방향성은 통증 치료 분야에서 크게 입지를 다진 독일 제약사 그뤼넨탈(Grünenthal)의 성장 전략과 유사한 부분이 있다. 두 회사 모두 기존 진통제의 한계를 극복할 수 있는 새 기전 신약 개발에 주력하고 있다.
그뤼넨탈은 트라마돌과 타펜타돌이라는 대표제품 이후 유럽 3상을 진행 중인 골관절염 통증 치료제 '레지니페라톡신'을 비롯해 1상이 진행 중인 노시셉틴 수용체 등 새 기전의 통증치료제를 개발하고 있다.
두 회사의 또 다른 공통점은 다양한 제형과 적응증 확대 전략이다. 실제 그뤼넨탈은 주사제, 경구제, 패치제 등 다양한 제형의 진통제를 꾸준히 개발하는 것으로 유명하다. 다양한 부위에 적용할 수 있고 환자별 복약 순응도를 높일 수 있기 때문이다. 비보존제약이 어나프라주를 겔제형 등으로 개발하는 것과 유사하다.
그뤼넨탈은 오랜 기간 연구개발에 집중하며 아스트라제네카와 같은 빅파마와 품목 판권을 받고 시오노기와 라이선스 아웃 계약을 체결하는 등 자사에 필요한 라인업과 개발 프로젝트를 구축해 왔다는 평가를 받는다.
비보존제약은 국내외 대학, 병원, CRO(임상시험수탁기관)와 산학연 공동연구 및 라이선스 계약을 꾸준히 추진하고 있으며 미국, 캐나다에 현지 법인을 설립하는 등 전략에서 유사한 측면이 있다.
업계 한 관계자는 "통증 치료제 개발 자체가 생각보다 파이프라인 수가 많지 않다. 비보존제약은 통증 치료제를 개발하기 위해 한 약물을 다양한 제형으로 변형해 품목 수를 늘리는 방법이 유효할 수밖에 없다"며 "가능성 문제와 별개로 매출 확대를 위한 품목과 동시에 산학연 협력을 통한 가성비 높은 연구를 추구하는 것으로 보인다"고 평가했다.

취재 열심히 하셔서 좋은 내용 쓰신 것은 맞는데 결정적으로 기사의 주인공인 회사 이름이 틀렸네요.
회사 서 시킨건지 아님 모르고 쓰신건지 모르겠네요.
기사 내용만큼 쓰셨다면 취재를 많이 하셨을텐데 회사 이름 오기라니요.
수정 꼭 해주세요.
엄면히 다른 회사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