마지막 남았던 국제·영일 등 대법원서 기각
판결 이후 비급여 전환 움직임도
정부를 상대로 1승을 거두며 급여 삭제 위기를 피하는 듯 했던 당뇨병성 망막질환 치료제 빌베리건조엑스제제가 끝내 비급여 확정됐다. 2심과 3심 모두 정부 측이 승소하면서 건강보험급여목록에서 제외될 예정이다. 소송을 진행했던 일부 회사는 곧바로 비급여전환한 사례도 확인됐다.
대법원은 17일 국제약품과 영일제약, 한국휴텍스제약 등이 정부를 상대로 제기한 약제급여 목록 및 급여 상한금액표 일부개정 고시취소 소송에서 정부 측 손을 들어주는 '심리불속행 기각' 판결을 내렸다. 심리불속행 기각은 상고기록을 받은 후 4개월 이전 '2심 판결에 위법 등 사유가 없다’고 판단할 때 소송(본안 심리)을 진행하지 않고 상고를 기각하는 것을 말한다. 이에 따라 해당 성분 제제는 비급여 전환된다.
이번 소송은 당뇨병으로 인한 망막변성 및 눈의 혈관 장애 개선에 쓰이는 빌베리건조엑스 제제가 2021년 급여적정성 재평가에서 적정성이 없다고 판단하고 급여목록에서 삭제되면서 시작됐다. 보건복지부와 건강보험심사평가원은 해당 제제가 임상적 유용성이 없다는 이유를 들었다.
그러나 해당 제제를 출시하고 있는 회사들은 이의를 던졌다. 태준제약, 유니메드제약과 CMG제약 등이 각각 이를 취소해달라는 소송을 서울행정법원에 제기했다. 국제약품과 그 그룹에 속한 영일제약, 한국휴텍스제약, 삼천당제약 등도 이어 소송을 제기했다.
이 과정에서 태준제약과 유니메드제약 그룹은 패소했다. 당시 제약사들은 재평가 절차에서 의견 제출 기회를 주지 않았다는 점, '국민건강보험법' 범위를 벗어났다는 점, 재평가 기준이 임의적이었다는 점을 제기하며 공세를 이어갔다.

그러나 서울행정법원 재판부는 절차적 위법성도 법률 내 범위에도 벗어나지 않는다며 재평가 및 평가 기준이 적법했다고 판시했다. 회사들은 결국 1심 이후 항소를 거치지 않았고 급여목록에 삭제됐다.
그러나 이 가운데 국제약품 그룹이 제기한 1심은 정부에 승소하는, 보험급여 소송에서 흔히 보기 어려운 결과를 만들어냈다. 제약업체 측은 당시 당뇨병성 망막병증에서 빌베리건조엑스 제제를 대체할 수 있는 약제가 없고, 타 약제의 경우 빌베리건조엑스의 적응증에 명확히 일치하지 않아 이들 제제의 사회적 요구도가 높다는 주장을 펼쳤는데 서울행정법원 재판부가 이를 받은 것이다. 정부는 재파부의 판결에 곧 항소했다.
그런데 항소를 맡은 서울고등법원은 2024년 12월 정부의 손을 들어주는 다른 결론을 내놨다. △이미 제약업체들이 급여목록 삭제를 알 수 있을 만한 상황이었기에 절차적으로 문제가 없었고 △정부가 재평가 관련 규정을 위반하지 않았으며 △일반약으로 판매할 수 있고 △건보재정 건전성이라는 공익을 생각해야 한다며 정부의 편을 들었다. 반전의 결론에 제약사들은 대법원에 상고했다. 그리고 대법원이 제약업체 측의 주장을 물리면서 마지막 남았던 급여소송의 결론이 비급여로 끝났다.
이같은 결과가 나오면서 제품을 내놓은 회사들 사이에서는 비급여 출시를 결정하는 모양새다. 이미 비급여 판매를 진행 중인 곳 이외에, 이번 소송에 참여한 영일제약 등은 이미 거래를 하고 있는 유통업체 및 의료기관에 비급여 사실을 전한 상황이다. 다만 생산과 유통 과정은 변화가 없는 만큼 급여코드에 있는 경우 처방을 중단해달라는 내용을 전한 상황이다. 여기에 국제약품 등 타 회사 역시 비급여 출시냐 판매 중단이냐를 결정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한편 대체제로 평가받던 도베실산 등의 매출이 점차 늘어나는 상황에서 마지막 그룹까지 비급여가 확정된 빌베리의 운명은 어떻게 될 지 지켜봐야 할 것으로 보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