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D 스토리 |
김규리 오름테라퓨틱 사업개발팀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기술수출하려면 환자의 선택지 중 최적임을 설득할 수 있어야"

라이선스 아웃(L/O) 경험이 있는 바이오텍 사업개발(BD) 담당자들을 <히트뉴스>가 만나 '기술로 돈 만드는 과정'의 전략적 이야기를 들어본다.
◇글 싣는 순서
Player 1 양원석 디앤디파마텍 사업개발팀 상무
Player 2 김규리 오름테라퓨틱 사업개발팀 어소시에이트 디렉터
기술수출은 단순한 거래가 아니다. 환자의 충족되지 않은 치료 수요(unmet need)를 해결할 수 있는 기술을 바탕으로, 다른 선택지와 비교해 왜 우리의 접근이 가장 적합한지를 설득하는 과정이다. 신뢰를 기반으로 설계된 구조 안에서 미래 가치를 교환하는 일이기도 하다. 오름테라퓨틱은 불과 8개월 간격으로 두 건의 굵직한 기술수출을 성사시키며, 플랫폼 기반 바이오텍의 전략 가능성을 증명했다.
기술에 집중해 방향성을 잡아야 한다
오름테라퓨틱의 기술수출 전략은 파이프라인이 아닌 플랫폼에서 출발한다. 이 전략의 중심에는 '항체-분해약물접합체(degrader-antibody conjugate, DAC)'라는 '항체-약물 접합체(antibody-drug conjugate, ADC)'와 '표적 단백질 분해제(targeted protein degradation, TPD)'를 결합한 모달리티가 있다.
오름테라퓨틱 사업개발팀 김규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DAC은 ADC 관점에서 세포 사멸 작용기전을 다양화하고, TPD 관점에서는 조직 선택적 전달이 가능해진다"고 설명했다. 그는 이어 "당사의 TPD(Dual-precision Targeted Protein Degradation) 접근법의 강점은 기존의 DNA 손상 혹은 튜불린 저해 기반 페이로드와 차별화되는 새로운 단백질 분해 작용 메커니즘을 제공한다는 점"이라며 "파트너들이 오름 고유의 단백질 분해제 페이로드를 항체를 통해 선택적으로 전달하는 접근법에 주목했다고 본다"고 밝혔다.
기술 피칭 과정에서는 DAC이 기존 모달리티들이 해결하지 못한 미충족 수요를 어떻게 보완하는지 많은 시간을 할애했다. 김 디렉터는 "오늘날엔 ADC와 TPD를 결합하는 개념에 익숙한 분들도 많지만, 플랫폼 도입 초기에는 이 새로운 모달리티가 실제 어떤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지 설명하는 데 상당한 노력이 필요했다"고 말했다.
이처럼 과학적 설득력을 기반으로 한 오름의 플랫폼 전략은, 설계 초기부터 구조적 확장성과 기술이전 유연성을 고려해 체계화돼 있었다. 오름의 첫 GSPT1 DAC 플랫폼은 항원 또는 분해제 타깃을 조합해 다양한 적응증으로 확장할 수 있는 구조로 설계됐으며, PROTAb 플랫폼은 DAC에 특화된 링커 기술로, 보다 다양한 TPD를 DAC에 적용하는데 핵심 역할을 수행한다.
김규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DAC 접근법은 TPD 페이로드와 다양한 항체를 조합할 수 있어 확장성 측면에서 전략의 중심"이라며 "PROTAb 플랫폼은 이러한 DAC 확장 전략을 가능하게 하는 기술로 내부 개발은 물론 외부 파트너들과의 다양한 접근 방식에도 유연성을 제공한다"고 말했다.
두 건의 기술이전 계약 중 한 건은 임상 직전 단계의 단일 자산 중심 계약, 다른 한 건은 전혀 새로운 응용 대한 멀티 타깃 옵션 기반 플랫폼 계약으로 체결됐다. 특히 후자의 경우 당초 전략에 포함되지 않았던 전처치제 영역이 파트너의 니즈와 맞물리며, 플랫폼 확장의 가능성을 현실화한 사례다.
김 디렉터는 "전처치제는 자사의 전략 분야가 아니었지만, 유전독성이 없는 분해제를 세포 특이적으로 전달하는 기술을 보유하고 있었기에 가능했다"며 "추가 리소스 투입 없이도 파트너의 요구에 맞춰 플랫폼의 적용 범위를 넓힐 수 있었다"고 말했다.
실행력은 설계된 조직에서 나온다

오름테라퓨틱은 개별 성과보다 공동의 방향성을 중시하는 조직 운영 방식을 지향한다. 구성원들이 함께 설정한 연간 목표를 중심으로 협업하며, 성과에 따른 인센티브도 공유하는 구조다.
김규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환자에게 도움이 되는 약물을 개발하는 과정은 과학적 인사이트와 상업적 전략 사이에 협력적 대화가 지속돼야 한다"며 "과학적 타당성, 환자 수요, 파트너의 관심사 등을 함께 고려해 의사결정을 한다"고 설명했다. 사업개발팀은 시장 기반 정보와 파트너 니즈를 연구팀에 제공하고, 연구팀도 경쟁 약물이나 임상 흐름에 대해 능동적으로 분석하고 공유한다.
이러한 통합적 협업 구조는 오름의 조직 설계 원칙과도 연결된다. 김 디렉터는 "사일로 현상(silo effect)을 지양하고, 모든 구성원이 하나의 방향 아래 움직이는 'one global team' 체계"를 강조했다. 그는 "BD팀은 단순한 협상 창구가 아니라, 프로젝트 리드(PL) 또는 매니저(PM)로서 전략의 맥락을 정리하고 다양한 이해관계자 간의 논의와 실행을 주도한다"고 말했다.
이어 그는 "효과적인 BD는 외부 협상뿐 아니라, 내부 논의가 필요한 이슈를 적시에 수면 위로 올리고, 적절한 전문가와 연결해 조율하는 과정까지 포함된다"며 "BD의 절반은 이런 내부 설계와 균형에 있다"고 강조했다.
김 디렉터는 실사 과정에서 속도를 높이기 위해 부단한 노력을 하고 있다 밝혔다. 그는 "기술이전까지 걸리는 시간은 파트너의 전략, 당사의 프로그램 숙련도, 시장 맥락 등에 따라 크게 달라진다"면서도 "우리가 통제할 수 있는 영역은 실사 대응의 효율성을 높이는 준비"라고 설명했다.
오름은 이러한 목적을 위해 표준화된 문서 작성 체계와 품질관리 문화를 조기에 구축했다. 연구 노트와 리포트는 모두 영어로 작성되며, 반복 가능한 품질관리 기준을 기반으로 관리된다. 또한 파트너사의 수십 개 질문에 빠르게 대응할 수 있도록 내부 Q&A 시스템을 정비했으며, 데이터 신뢰성을 최우선으로 두고 운영되는 CRO와의 협력 구조도 갖춰져 있다. 김 디렉터는 "랩노트 표준화, 문서 체계, QC 문화가 잘 구축돼 있어 실사 과정에서 시간과 비용을 줄이는 데 큰 도움이 되고 있다"고 말했다.
BD 실행은 단순히 정기적인 파트너링 미팅만으로 이뤄지지 않는다. 오름테라퓨틱은 각 행사마다 성격과 목표에 따라 차별화된 전략을 구성하고 있다. BIO USA와 같은 파트너링 중심 컨퍼런스는 새로운 파트너를 발굴하고 소통의 기반을 마련하는 데 적합하며, JP모건 헬스케어 컨퍼런스는 회사의 주요 임원이 참석해 전략적 논의가 가능한 공간이다. AACR, ASCO 등 학술 학회에서는 연구자 간 직접적인 기술 교류가 이뤄질 수 있다는 점에서 연구 기반 파트너링에 효과적이다. 김규리 어소시에이트 디렉터는 "BIO는 소통 창구, JPM은 전략 논의, 학회는 과학 기반 접점이다. 행사마다 적절히 목적을 조율하면 좋다"고 설명했다.
오름의 경우 미국에 위치한 연구소와 다양한 글로벌 네트워크를 기반으로 시간대 제한 없이 실시간 커뮤니케이션이 가능한 체계를 갖추고 있다. ADC 분야에 특화된 경력자나 넓은 네트워크를 보유한 현지 인력을 중심으로 파트너사 및 자문사와의 접점이 자연스럽게 이어지며 신속한 프로세스 전개에 유리한 기반이 되고 있다. 김 디렉터는 "대면 미팅과 시차 없는 소통보다 궁극적으로 중요한 것은 신뢰를 구축하고 정기적으로 소통하는 것"이 결국 중요하다고 강조했다.
기술 이전의 핵심은 질문과 준비

오름은 기술이전에서 단순한 계약 금액이나 속도보다, 환자와 회사의 필요를 충족할 수 있는 구조를 더 중요하게 본다. 김 디렉터는 "좋은 딜은 환자와 양사의 니즈를 가장 잘 채워줄 수 있는 방향이어야 한다"고 말했다.
그는 플랫폼 기업의 전략 수립에서 가장 중요한 것은 "개발의 전 과정에 걸쳐 미충족 의료 수요를 지속적으로 염두에 두는 것"이라고 강조했다. 이 기술이 실제 환자에게 어떤 가치를 줄 수 있는가, 기존 옵션 대비 어떤 강점을 갖는가를 꾸준히 점검하는 과정이 중요하다는 것이다.
또한 그는 "혁신적 요소를 점진적으로 높이는 전략, 예컨대 임상적으로 검증된 요소를 일부 활용한 개념 증명(POC) 설계는 리스크를 효과적으로 통제할 수 있다"고 말했다. 아울러, 플랫폼 기업일수록 넓고 탄탄한 특허 보호가 반드시 필요하다고 강조했다.
현재 오름은 항암제 외 자가면역 질환군에 대한 기술 확장을 검토 중이며, 새로운 DAC 페이로드 개발을 위한 국내외 협력도 추진하고 있다. 자체 임상 진입과 후속 기술이전 간의 균형을 유지하며, 장기적으로는 독자적인 치료제 개발을 목표로 하고 있다.
김 디렉터는 가장 보람 있었던 순간에 대해 "딜 클로징 때 아주 많이 기뻤던 건 사실이지만, 보람 있는 일들은 크고 작게 매일 있다"며 "일희일비하지 않고, 환자들에게 실제로 도움이 될 수 있는 약을 개발하는 과정에 참여하고 있다는 것 자체가 보람"이라고 전했다.
2019-현재 : 오름테라퓨틱 사업개발
2019-2019 : 세계은행 컨설턴트
카이스트 과학기술정책대학원 박사 (국제보건정책 전공)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