Cas9보다 작고 정밀한 Cas12i2, 유전자 편집의 정밀도를 높이다

CRISPR 기술이 등장한 지 10년이 넘었지만, 여전히 유전자 편집 치료제의 가능성은 완전히 열리지 않은 것으로 보인다. 이 한계를 넘어서려는 기업이 있다. CRISPR 기술의 혁신을 이끌었던 펑 장(Feng Zhang) 박사가 2016년 공동 설립한 아버 바이오테크놀로지스(Arbor Biotechnologies)다. 기존 CRISPR 기술의 한계를 넘어 보다 정밀하고 확장된 유전자 편집을 구현하는 독자적인 플랫폼을 구축하며, 희귀 유전 질환 및 중추신경계(CNS) 질환 치료제 개발을 가속하고 있다.

아버 바이오는 7390만달러(약 992억원) 규모의 시리즈 C 투자 유치를 완료했다고 18일(미국 현지 시각) 밝혔다. 이번 투자 라운드는 ARCH 벤처 파트너스(ARCH Venture Partners)와 TCGX가 주도했으며, 기존 투자자인 테마섹(Temasek), 버텍스 파마슈티컬스(Vertex Pharmaceuticals), T. 로우 프라이스 어소시에이츠(T. Rowe Price Associates) 등과 함께 QIA, 레벨레이션 파트너스(Revelation Partners), 케르나 벤처스(Kerna Ventures) 등 신규 투자자들이 참여했다.

이번 투자로 아버 바이오는 자금 운용 기간을 2027년까지 연장하며, 차세대 유전자 편집 기반 치료제의 임상 개발을 본격적으로 추진할 계획이다. 회사는 이번 투자금을 주력 파이프라인인 ABO-101의 임상 개발뿐만 아니라, 희귀 간 질환을 위한 역전사(RT) 기반 편집 프로그램과 근위축성 측삭경화증(ALS)을 타깃으로 한 프로그램의 IND/CTA 신청 준비에도 활용할 계획이라고 밝혔다.

 

아버바이오 ABO-101, 차별점은

아버 바이오의 주력 프로그램인 ABO-101은 원발성 고옥살산뇨증 1형(PH1) 치료를 위한 간 표적 유전자 편집 치료제로, CRISPR 기술을 활용해 원인 유전자의 발현을 영구적으로 억제하는 방식으로 옥살산 생성을 줄인다. 현재 PH1 치료제는 간 이식 외에는 제한적이며, 대증적 치료에 머물러 있어 유전자 편집을 통한 근본적인 치료가 필요하다.

아버 바이오의 주력 프로그램인 ABO-101은 원발성 고옥살산뇨증 1형(PH1) 치료를 위한 간 표적 유전자 편집 치료제다. 이 치료제는 CRISPR 기반의 단회 투여(liver-directed, one-time) 유전자 편집 치료로, HAO1 유전자의 기능을 영구적으로 제거해 PH1과 관련된 옥살산(oxalate) 생성을 줄이는 것을 목표로 한다.

PH1은 간에서 특정 효소가 결핍되어 옥살산이 과도하게 생성되고 체내에 축적되는 희귀 유전 질환으로, 신장 결석과 신부전으로 이어질 수 있다. ABO-101은 HAO1 유전자의 발현을 억제해 옥살산 생성을 근본적으로 줄이고, 질병의 진행을 막는 전략을 취하고 있다.

회사는 해당 치료제가 아쿠이타스 테라퓨틱스(Acuitas Therapeutics)로부터 라이선스를 받은 리피드 나노입자(LNP, lipid nanoparticle) 기술을 기반으로 개발됐다고 밝혔다. LNP는 특수한 전달 시스템으로, ABO-101이 포함하는 메신저 RNA(mRNA)를 간세포 내로 효율적으로 전달할 수 있도록 돕는다. 회사에 따르면 메신저 RNA는 Type V CRISPR Cas12i2 뉴클레아제를 발현하도록 설계됐으며, 이는 최적화된 가이드 RNA(guide RNA)와 함께 HAO1 유전자를 정밀하게 타깃하도록 조정됐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CRISPR-Cas9 시스템 대비 높은 특이성을 제공하며, 비표적 유전자 변형(off-target effect)을 최소화하면서도 장기간 지속 가능한 치료 효과를 기대할 수 있도록 한다. 현재 ABO-101은 다국적, 공개형, 용량 증량 방식의 'RedePHine' 임상 1/2상(NCT06839235)에서 평가 중이며, FDA로부터 희귀의약품 지정(ODD)과 희귀 소아질환 지정(RPDD)을 받았다.

 

다양한 장점 갖춘 기술도 주목

아버 바이오는 간과 중추신경계 질환을 포함한 다양한 유전자 편집 치료제를 개발 중이다. 기존 CRISPR 시스템이 특정한 PAM(Protospacer Adjacent Motif) 서열을 필요로 하기 때문에 편집 가능한 유전자 범위가 제한된다는 점을 해결하기 위해, PAM 선택성을 확장한 새로운 뉴클레아제를 개발했다고 밝혔다. 이를 통해 기존 CRISPR 기술로 접근하기 어려웠던 유전체 부위에서도 편집이 가능해졌으며, 보다 다양한 유전적 변이를 타깃으로 삼을 수 있다.

또한, 회사는 이러한 뉴클레아제를 기반으로 유전자 제거(knockout), 정밀한 역전사(RT) 편집, 특정 유전자 절제(excisions), 내인성 유전자 좌위에서의 대형 유전자 삽입(large insertions) 등 다양한 유전자 편집 방식이 가능해졌다고 설명하고 있다. 이를 통해 각 질환에 맞는 최적의 편집 접근법을 선택할 수 있으며, 기존에는 치료가 어려웠던 질환까지 타깃할 수 있는 가능성이 있다는 것이 회사의 입장이다. 

아버 바이오는 뉴클레아제 기반 유전자 편집 기술의 차별화된 강점을 강조하고 있다. 회사에 따르면, 자사가 개발한 뉴클레아제는 대규모 유전자 삭제가 가능하며, 기존 CRISPR 시스템보다 작은 크기의 가이드 RNA를 사용해 제조 효율성을 높일 수 있다. 또한 소형 Cas 단백질은 AAV 전달 시스템과의 높은 호환성을 갖추고 있어, 다중 가이드와 함께 AAV 기반 유전자 치료제로 적용할 수 있는다. 

정밀 유전자 편집 기술도 기존 CRISPR 시스템의 한계를 극복하는 요소로 꼽힌다. 회사 측은 정밀 역전사 편집(precision RT editing)은 유전자 교정 과정에서 비표적 영향(bystander effect)이나 편집 가능 창(windowing limitations)과 같은 문제를 최소화하여 더욱 안정적인 유전자 교정을 가능하게 한다고 설명하고 있다. 또한, 뉴클레아제 절제(nuclease excision) 기술을 통해 소형 Cas 단백질과 다중 가이드 RNA를 함께 활용할 수 있어, AAV 기반 유전자 치료의 효율성을 극대화할 가능성이 있다. 

이 외에도 CRISPR 트랜스포사제(CRISPR transposases)를 활용한 대형 유전자 삽입(large insertions) 기술을 통해, 내인성 유전자 좌위에 새로운 유전자를 삽입함으로써 보다 자연스러운 유전자 발현을 유도할 수 있다. 이러한 방식은 기존 AAV 기반 치료법보다 지속적인 치료 효과를 제공하며, 단일 치료제로도 다양한 돌연변이를 가진 환자들에게 적용할 가능성을 높인다고 설명했다.

아버 바이오의 이번 투자 유치는 이러한 기술적 강점을 바탕으로 이뤄진 것으로 평가된다. ARCH 벤처 파트너스의 공동 창업자인 키스 크랜델(Keith Crandell)은 "아버 바이오는 CRISPR 기반 유전자 치료제 개발에서 차별화된 접근 방식을 취하고 있으며, 미충족 의료 수요를 해결할 가능성을 보여주고 있다"고 평가했다. 또한 "강력한 연구 성과와 신속한 실행력을 바탕으로 유망한 신약 파이프라인을 구축한 점이 이번 투자 결정의 핵심 요소였다"고 강조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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