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슈와 분석 | 약가 협상 규정이 글로벌 제약산업에 미칠 영향은

미국 대선에서 도널드 트럼프(Donald Trump)의 당선이 확정됨에 따라, 미국 제약 산업계에서 인플레이션 감축법(IRA)에 대한 규제 완화를 촉구하는 로비 활동이 본격적으로 시작됐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가 도입한 인플레이션 감축법(Inflation Reduction ActㆍIRA)은 미국 보건복지부 산하 메디케어ㆍ메디케이드 서비스 센터(MedicareㆍCMS)에 고가 처방약 가격을 협상할 수 있는 권한을 처음으로 부여한 바 있다. 메디케어는 65세 이상의 노인 및 특정 장애인을 위한 미국 정부의 건강 보험 프로그램으로, 약 6600만명의 미국인이 이용하고 있다.
IRA는 2026년부터 시행될 예정으로, 미국 정부는 이 법안이 2031년까지 약 250억 달러의 의료비를 절감할 것이라고 전망했다. CMS는 네 개의 파트(A, B, C, D)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파트가 다른 서비스와 혜택을 제공한다. 그 중 파트 D(처방약)와 파트 B(의료 보험)에 속하는 의약품이 우선 협상 대상으로 지정됐다. CMS는 이미 1차 약가 협상 대상 약물 10종을 발표했으며, 2027년 파트 D에서 15개, 2028년에는 파트 B와 파트 D에서 15개, 이후 매년 20개의 약품이 추가 협상 대상으로 적용될 예정이다.
1차 약가 협상 대상 약물은 △미국 식품의약국(FDA) 승인을 받은 지 최소 7년(바이오의약품의 경우 11년)이 경과했으며 △제네릭(generic)이나 바이오시밀러(biosimilar) 경쟁 약물이 없고 △처방비용이 가장 높은 상위 10종으로 지정됐다1,2.
이를 통해 주요 의약품의 가격이 대폭 조정될 전망이다. 머크(Merck)의 당뇨병 치료제 '자누비아(JANUVIA)'는 기존 527달러에서 113달러로 79% 인하되며, 노보 노디스크(Novo Nordisk)의 인슐린 제제 '피아스프(FIASP)'와 '노보로그(NOVOLOG)'도 495달러에서 119달러로 76% 낮아지는 등 주요 약물들의 가격이 대폭 조정된다.
IRA는 제약사들이 약가 협상을 거부할 경우, 해당 약물을 메디케어 적용 대상에서 제외하거나 최대 90%의 세금을 부과할 수 있도록 규정하고 있다. 이에 대해 머크, 존슨앤드존슨(Johnson & Johnson), BMS(Brsitol-Myers Squibb), 아스트라제네카(Astrazeneca), 베링거 인겔하임(Boehringer Ingelheim), 일라이 릴리(Eli Lilly) 등 글로벌 제약사들은 IRA의 가격 협상이 제약사의 헌법적 권리를 침해한다고 주장하며 강하게 반발하고 있다. 데이브 릭스(Dave Ricks) 일라이 릴리 대표는 "IRA로 인해 혁신적인 신약 개발, 특히 '다음 키트루다'를 놓칠 수 있다"고 우려를 표하기도 했다.
특히 제약업계는 바이오의약품(Biologics)과 저분자 약물(Small Molecule)에 대한 협상 자격 시점의 차별적 규정을 문제 삼고 있다. 현행 법에 따르면, 바이오의약품은 시장 출시 후 13년이 지나야 협상이 가능하지만, 저분자 약물은 9년 후 협상이 시작된다. 제약사들은 이 규정이 생산 비용이 낮고 복용이 간편한 저분자 약물 개발을 저해하고, 대신 고비용 바이오의약품에 투자와 연구가 집중되도록 만든다고 주장하고 있다. 이에 따라 제약업계는 저분자 약물의 약가 협상 시작 시점을 4년 연장하기 위해 트럼프 행정부와 의회에 적극적으로 로비를 벌이고 있는 것으로 알려진다.
외신 로이터(Reuters)에 따르면 이러한 로비 활동에 대한 비판 여론도 일고 있다. 웨스트버지니아대학교의 법학 교수 숀 투(Sean Tu) 는 이를 "매우 나쁜 아이디어"라고 평가하며, "제약사들은 시장에서 단 5년의 독점권만으로도 충분히 혁신을 이끌어 낼 수 있다"고 주장했다.
한편 미국 바이오제약산업 컨설팅 업체 바이탈 트랜스포메이션(Vital Transformation)의 분석에 따르면, IRA의 약가 조정 조항은 향후 10년 동안 92개의 주요 의약품에 영향을 미칠 것으로 보이며, 매출 감소로 인해 최대 139개의 신약 개발이 중단될 위험이 있다. 이는 투자 기회 축소로 이어져 환자들이 새로운 치료 옵션을 잃게 되고, 제약사들의 연구개발(R&D) 동기를 약화시킬 가능성이 크다3.
만약 트럼프 행정부가 제약사들의 로비를 수용해 IRA 규정을 완화한다면, 기업들은 새로운 규제 환경에 적응하기 위해 전략을 재조정해야 할 가능성이 높다. 이번 정권 교체로 친기업 성향이 강한 공화당이 IRA 수정에 긍정적으로 반응할 여지가 큰 만큼, IRA와 관련된 정책 변화가 글로벌 제약 시장과 환자들의 치료 접근성에 어떤 영향을 미칠지 귀추가 주목된다.
참고문헌
- CMS.gov (Medicare Drug Price Negotiation Program: Final Guidance, Implementation of Sections 1191 – 1198 of the Social Security Act for Initial Price Applicability Year 2027 and Manufacturer Effectuation of the Maximum Fair Price in 2026 and 2027)
- CMS.goc (Medicare Drug Price Negotiation Program: Selected Drugs for Initial Price Applicability Year 2026)
- Press Release: IRA’s Impact on the US Biopharma Ecosystem, VitalTransformation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