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진국 대한민국에서) 악의적인 업체와 임의 제조는 없다"

블라인드 토크 | 위기의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제

제약업계 고질병으로 진단된 임의제조. 국회가 나서 약사법을 개정, 2022년 12월부터 GMP 인증 취소가 가능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처방, 투약 중'이다. 법에 따라 2024년 네번째 행정처분을 받는 제약사가 나오면서 업계는 현장을 충분히 고려하지 못한 정책이라며 개선의 필요성을 강조하고 있다. <끝까지 HIT>는 제약업계 종사자와 경험자 4인을 초청해 기업의 존폐까지 몰고갈 수 있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에 대해 허심탄회한 의견을 들었다.

□ 참석자 = 아래 4인  □ 사회=이현주 산업정책팀장, 이종태 기업팀 기자 

 ① 통찰력 있는 레드   ② 총명한 블루   ③ 논리적인 그린   ④ 박학다식 핑크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주제로 한 블라인드 토크는 9월 9일 히트뉴스 회의실에서 이현주 산업정책팀장, 이종태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GMP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주제로 한 블라인드 토크는 9월 9일 히트뉴스 회의실에서 이현주 산업정책팀장, 이종태 기자가 참석한 가운데 진행됐다.

 

허가사항대로 만들면 약을 못 만든다?

도대체 제조현장의 상황은 어떠한가 

히트뉴스  :  현장에서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를 우려하면서 가장 많이 하는 말은 상황에 따라 제조법이 일부 변경된다고 하는데, 왜 그런 일이 발생되고 어떤 사례가 있나?

 통찰력 있는 레드  고형제를 만들면 외부의 공기를 끌어다 쓰는데 겨울이나 여름의 온습도가 동일하지 않으니 변수들을 관리하기 위해서는 첨가제의 가감이 불가피한 제품들이 있다. 그래서 기준에 너무 벗어나는 약들은 특정 계절에는 아예 생산하지 않기도 한다. 또한 1970년대에 개발된 이후 지금도 만들고 있는 약이 있는데 이런 약은 공정 밸리데이션도 쉽지 않다. 아예 제조방법으로 외부 온도와 습도가 몇 도일 때는 부형제를 어떻게 조절하라는 내용이 있다. 어떻게 해서 만들더라도 상황에 따라 계속 변경되는 제조법으로 만들다보니 처벌을 받는 것 아니냐는 두려움이 있다.

 총명한 블루  초기배치를 생산하는 과정에서 10만정을 세 번 찍지만 나중에 허가를 받고 본격적으로 생산하면 한번에 30만정 이상 찍어낸다. 시운전과 달리 한 번에 많이 생산하다 보니 열이 발생하고 스티키(sticky)가 나기 때문에 이걸 관리하기 위해 첨가제를 가감하는 경우가 있다. 허가를 받기 위해 시운전했던 대로 판매제품을 생산하는 제약사는 없다. 제약사 뿐만 아니라 모든 제조업이 그렇다. 원스트라이크 아웃제로 단속을 하면 수익이 감소되더라도 적발이 두려워서 3개월이나 6개월은 시키는 대로 하겠지만 결국은 수익성 문제가 생기면서까지 계속 할 수는 없다. 언젠가는 다시 돌아갈 것이다. 

 논리적인 그린  타정을 할 때 문제가 있어서 첨가제를 미세하게 적게 쓰고 많이 쓰는 차이가 있어도 안전성과 유효성에는 이상이 없다. 하지만 규정에 정량화라고 적혀 있다면 반드시 그렇게 써야 하고, 아니라면 임의제조로 규정되는 것이 현실이다. 처분과정에서도 안유에 이상이 없고 현장의 사정을 감안해 처분을 내렸는데 최근에는 품목 제조정지도 아니고 GMP가 정지되니 업체들은 공포가 있다. 

●  박학다식한 핑크  첨가제를 증감해야 되는 상황이 있으니까 변경허가를 해달라고 해도 식약처에서 규정에 따라 비교용출을 해야한다고 하면 제조소는 멈춰야한다. 회사 매출이 줄어드는 것이 아니라 문을 닫아야 하는 상황이다. 변경허가가 바로 바로 되면 리스크가 줄어서 업체들이 안할 리가 없다. 하지만 그러지 못하니 결국 현장에서는 이런 사례가 많을 수 밖에 없다.

 

제조소-식약처간 인식의 괴리

멀어진 우리 사이 '소통의 부재'

히트뉴스 : 식약처에서도 이런 현장의 사정을 잘 알텐데 왜 적발되는 건가? 민-관 소통은 잘 이뤄지고 있나?

 박학다식한 핑크  식약처에서는 현장의 이런 작은 문제들은 GMP 자체가 무너졌다는 증거라고 해석하는 것 같다. 공장장부터 제조책임자, QC, QA 등이 전부 위법행위에 가담했다고 보고 있다. 하지만 그런 업체들은 악질적인 임의제조로 극소수이고 대부분은 생산과정에서 수율을 맞추기 위한 것이다. 하지만 악질적인 임의제조로 판단해서 GMP 취소 처분을 받는다.

 논리적인 그린  과거에는 제약사마다 개발부라는 곳이 있었다. 대관은 물론 외국의 신제품을 라이센싱한다던지 하는 소위 힘있는 조직이었는데 지금은 다른 부서들로 기능이 나뉘면서 사라졌다. 때로는 약사법이나 규정이 바뀌면 취지를 알아보기도 하고 제조소의 목소리를 식약처에 전달하기도 했다. 내부에서는 ‘세이프 오딧’이라고 자체적으로 실사를 하면서 제조소와 식약처의 소통창구 노릇을 했었다. 중간에 역할을 할 조직이 없다 보니 식약처에서도 최근에는 현장 사정을 모르는 부분이 많다.

 통찰력 있는 레드  실제로 개발부는 옛날에 총괄조직이었고 그 부서를 통해서 식약처와 소통이 이뤄졌는데 지금은 식약처가 어떤 이야기를 하면 RA나 QA가 정확한 의미를 모르는 경우가 있다. 나중에 해석이나 취지가 뭔지 내부에서 회의할 때도 있다. 예전에는 그냥 전화해서 물어봤는데 지금은 어떤 업체에서도 편하게 전화하지 못할 것이다. 확실히 업체-식약처 간의 소통이 줄었고 그 부분에서 분명히 영향을 받고 있다.

 총명한 블루  소통 부족 문제는 적발 뿐 아니라 여러 가지 측면에서 부정적이다. 식약처-제조 현장간에 소통을 해야 현장의 노하우가 빠르게 규정으로 반영되고 그걸 기반으로 제조기술도 늘어날 수 있다. 신약연구개발이 중요한 것처럼 현장에서 제조 노하우가 생기는 것도 중요한 일이다. 하지만 현재는 제조법이 고정되어 있기 때문에 현장의 노하우가 쌓이기 어려운 구조다. 같은 약을 2년간 만들면 데이터가 쌓여서 수율이 좋아지기 때문에 동일한 원료로 더 많이 만들어낼 수 있지만 현재는 GMP 위반으로 분류된다. 만약 기술을 반영하고 싶다면 생동을 통해 입증해야 하는데 국내 시장 특성상 제네릭에 그 정도 투자하기 어렵다. 정책에 피드백이 안되고 있는 것이다.

 

품질유지를 위한 노력일 뿐

악의적인 임의제조와 구분해야

히트뉴스 : 현장의 어려운 점은 잘 들었다. 대부분은 품질을 맞추기 위해 첨가제를 증감하다가 임의제조로 몰린다는 말인데, 그러면 혹시 악질기업은 없나?

 총명한 블루  일부 악의적인 업체도 있겠지만 이제는 거의 없다. 만약에 있다면 오히려 업계에서도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적용하기를 바란다. 하지만 임의제조가 이슈화 되면서 대부분은 품질에 이상이 없는 제품인데도 순식간에 악질기업으로 몰리는 것이 문제다. 오히려 현장의 상황에 따라 품질을 관리하기 위해 노력하는 것들이 전부 범법행위가 되는 것이 현실이다. 이런 행정처분은 업계와 식약처 모두에게 도움이 되지 않는다.

 통찰력 있는 레드  동의한다. 당연히 악질적으로 레시피를 변경하는 업체들은 처분을 받아야겠지만 지금은 선의의 피해자와 악의의 가해자가 구분없이 모두 악질적인 회사가 되고 있다. 회사들마다 허가사항에는 오르지 않는 레시피들이 있다. 그래서 품질을 관리해보려고 애를 쓴 것인데도 회사에서 자기들 마음대로 나쁜 의약품을 생산하는 것 처럼 낙인을 찍고 사업을 이어가지 못하게 GMP 취소 처분을 받을 수 있어 우려하는 것이다.

 박학다식한 핑크  지금까지 몇 번의 GMP 취소 처분이 공개됐지만 식약처에서는 모두 안전성과 유효성에 이상이 있다는 말을 하지는 않았다. 식약처에서도 문제는 없다는 것을 당연히 알고 있었을 것이다. 하지만 안유에 이상이 없는데 왜 행정처분을 하는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있었을 것이다. 그 결과, 집행정지도 인용이 되고 소송이 시작되는 것이다. 이게 도대체 무엇을 위한 소송인지를 우리가 다 같이 생각해 봐야한다.

 논리적인 그린  제도 시행 이유를 보면 애초에 국산약의 대국민 신뢰를 높이자는 취지다. 하지만 정작 원스트라이크 아웃되는 회사들이 몇 개월 만에 4개가 나왔다. 이들이 모두 악질적인 회사가 아닌데도 업계에서나 알 수 있는 내막이다 보니 밖에서는 완전 나쁜 기업이 됐다. 앞으로 GMP 취소로 기업이 망하는 것은 물론 제약업계 신뢰에도 영향이 커질 것이다.

 

 

현장을 어렵게 하는 다른 문제는?

점점 변질 되어가는 클린신고센터

히트뉴스 : 식약처는 임의제조 사건 이후에 클린신고센터라는 일종의 내부감시자 신고기능을 만들었다. 신고가 아직도 이뤄지고 있다고 들었다. 

 박학다식한 핑크  임의제조 사건이 불거지면서 클린센터를 만들었는데 사실 이 클린센터가 회사를 그만두는 직원들이 나중에 악감정을 가지고 고발하는 경우가 많다. 문제는 신고가 계속 들어오는데 식약처에서는 제보자가 누군지도 모르고, 그렇다고 무시하기도 어렵다는 것이다. 대부분은 과장된 제보들이 많아 처에서도 실사를 가는 것과 가지 않고 서류로 대체하는 것으로 나눈다고 한다. 지금은 어느 정도 운영이 됐으니 이제는 조정할 때가 됐다고 보고 있다.

 통찰력 있는 레드  클린센터가 부정적인 영향을 주고 있다고 본다. 어떤 회사에서는 본인이 제조기록서를 작성하고 식약처에 내부고발한 사례도 있다고 한다. 특히 식약처에서 실사하는 중에 직원이 하나 들어와서 고발한다고 서류를 제출했던 곳도 있다고 한다. 직원이 잘 알고 있었던 것이 아니고 오해여서 실제 문제가 있는 것은 아니라고 판명됐지만 회사 입장에서는 부담스럽다.

 총명한 블루  물론 클린센터가 나쁜 것 만은 아니다. 내부고발이 많아지면서 회사들도 스스로 자정작용으로 의식이 많이 성장한 것도 사실이다. 하지만 지금은 악의적인 제보들이 너무 많아서 식약처가 실사업무를 다 수행하기도 어려울 지경이라고 한다. 앞으로 클린센터를 어떻게 할 것인가도 고민할 필요가 있다. 

 논리적인 그린  제보 뿐만 아니라 감사 단계에서도 우려스러운 부분이 많다. 식약처의 젊은 직원들이 현장에 나가서 규정집만 보고 처벌하는 상황이 잦다. 첨가제 같은 것도 그대로 타정을 하면 문제가 생기는데도 규정집에 따라 움직인다. 사실상 제조를 하지말라는 이야기. 민관소통이 진짜 많이 부족해졌다는 생각이 든다. 

 

너무 타이트한 규정 '대화로 풀자'

메이저 or 마이너 구분, 연구용역으로

히트뉴스 : 여러 가지 문제가 나왔다. 제조현장의 상황을 고려한 규정 반영, 의사소통의 부재가 가장 중요한 문제로 보인다. 그렇다면 업계가 원하는 해결책은 무엇인가?

 총명한 블루  지금 상황에서는 임의제조라는 것을 오늘까지는 용서해 줄테니 내일부터 하지 말라고 해도 시간의 차이일 뿐 결국 다시 할 수 밖에 없다. 조금만 건드리면 생동을 해야 하니까 결국 변경 허가가 훨씬 쉬워지고 빨라져야 한다. 업체들이 합법적으로 할 수 있게 같이 모여서 정리를 해보자는 말이다. 

 논리적인 그린  첨가제가 달라지면 동등성을 다시 봐야한다고 하면서 변경 허가 시간이 너무 오래 걸리니까 업체 입장에서는 불만이 있을 수 밖에 없다. 식약처에서도 빠르게 한다고 하지만 제약사 입장에서 봤을 때는 별로 달라진 건 없다. 그 사이 영업을 안할 수도 없다. 식약처와 산업계가 모여서 밤샘토론이든 뭐든 해보고 개선을 해야한다.

 통찰력 있는 레드  식약처가 유연성을 발휘해준다면 제약업계에서도 어느 정도 숨통이 트일 것 같다. 개인이나 회사나 결국 의약품을 제조하는 과정에서 첨가제를 가감하는 결정을 하는데 규정이 유연하면 전부 걱정할 필요가 없는 일들이다. 앞에는 원스트라이크 아웃제가 있고 뒤로는 규정이 타이트하기 때문에 물러날 곳이 없다. 

 박학다식한 핑크  의약품 허가 후 제조방법 변경관리 가이드라인이 나왔는데, 첨가제 변경이 품질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사전변경허가로 묶여있다. 결국 규정에는 있지만 공장에서 변경허가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하기 때문에 우려가 높아지고 있는 것이다. 연구 용역을 해서 안전성과 유효성에 진짜 영향을 미치는 메이저 체인지인지 아니면 마이너 체인지인지 구분을 어떻게 할 것인가를 연구해볼 필요가 있다. 

 

에필로그

원스트라이크 아웃을 통한 GMP 적합 판정 취소 처분은 국내 제약업계의 의약품 제조 환경을 개선함으로써 대국민 신뢰도를 높이기 위해 식약처와 국회가 머리를 맞대고 고민해 내놓은 결과물이다. <끝까지 HIT>는 그 취지에 공감한다.

다만, 운신의 폭이 없는 현재 규정 하에서는 언제, 누가 처벌 받을지 예측하기 어려운 것도 사실이다. 제조 현장에 부여할 수 있는 재량과 책임의 범위를 좀 더 과감하게 논의할 때 진정한 의미에서 징벌적 행정처분이 그 취지를 달성할 수 있을 것이다. 원스트라이크 아웃 제도 시행 초창기인 지금이 기업과 식약처가 의사소통을 통해 발전적 해법을 모색할 수 있는 골든타임이다. 

<끝까지 HIT>는 식약처에 블라인드 토론회 내용과 함께 앞으로 충분한 논의가이뤄지길 바란다는 업계의 입장을 전달했지만, 이에 대한 공식적인 입장을 식약처가 곧바로 내놓지는 않았다. 더욱 건강한 제조환경 구축을 위한 논의의 장이 마련되길 바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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